시는 자기 스스로에게 말한 것을 남이 엿듣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언어란 사회적인 성질을 띄고 있기에 음성으로든 문자로든 발화되는 이상 언어가 도달해야 할 누군가를 상정할 수 밖에 없다. 가장 먼저 내 귀가 듣고 70퍼의 물로 구성된 내 몸이 음성을 윤슬에 동기감응하며 내 뇌와 내 영이 이를 기억한다. 시를 써서 땅 파서 묻는 것이 의미없는 이유다.
물성있는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는 만질 수 없는 무형무취의 디지털 신호로 작업하는 이와 달리 즉자적(an sich)존재에서 대자적(für sich)존재가 되는데 물리화학적 성분과 시공간 제약을 고려하면서 자연이 스스로 접히고 필 수 있는 가능성 안에서 일해야하기 때문이다. 물건 자체의 성격과 그 물건을 다루는 자신의 조건이라는 객관적 상태 둘을 생각해보며 노동한다는 건 곧 사물 객체에 대한 이해와 사물을 다루는 주체 자신에 대한 이해를 통해 객관성과 보편성에 다다르는 것이다. 생물과 사물의 바른 꼴을 만들고 생로병사를 이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