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미 영화기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쉼보르스카의 서평집 서문
책을 읽는 동안 아주 잠시 동안만이라도 순간이동한다, 는 말을
하룻밤사이에 갑자기 단풍이 들기 시작한 푸릇한 산을 보며 음미해 본다
채널예스기사
-할 일이 있을 땐 그것 빼고 모두 재밌게 느껴집니다. 작업 중 특히 재밌게 본 타인의 작업은 무엇인가요?
쉼보르스카의 서평집 『읽거나 말거나』를 뒤적거립니다. 일단 제목이 좋아요. 농담마저도 온화할 듯싶은 쉼보르스카의 어조로 ‘읽거나 말거나’ 라고 이름 붙여진 책이 마음을 풀어헤쳐 주는 감이 있어요.
주간지 작업은 아무래도 정확성과 속도, 부응해야 할 격무와의 싸움일 때가 많은데요. 활자 앞에서 털을 바짝 세운 채 기세 반 허세 반 부리다가 쉼보르스카 선생이 펼친 다종다양한 독서칼럼으로 돌아서면, 마음이 한결 순연해집니다.
또 글이며 영화며 아무것도 보기 싫어지는 날에도 이 책은 어쩐지 펼칠 수 있게 돼요. 아마도 최초에 저를 사로잡았던 탁월한 서문의 영향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 대목을 여기 옮겨둘게요.
“어떤 책을 끝까지 완독하지 않아도 되고, 또 원한다면 어떤 책은 뒤에서부터 거꾸로 읽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낄낄거리면서 웃을 수도 있고, 어떤 대목에서는 평생 동안 기억하게 될 문장을 발견하고는 갑자기 멈춰 설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몽테뉴가 주장한 것처럼 독서는 다른 어떤 놀이들도 제공하지 못하는 자유, 즉 남의 말을 마음껏 엿들을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해준다.
혹은 아주 잠시 동안만이지만 중생대 지층 속으로 순간 이동할 수도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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