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 고대언어는 원어민이 없고 모두 제2외국어로 배운다. 전공자라도 이방인이다. 모국어를 배운 다음 기호를 학습하기 시작해 모국어로 대수학, 기하학, 해석학의 세계를 설명한다. 로마에 사는 이탈리아인이라도 라틴어 네이티브가 아니며 그리스인도 희랍어를 다시 배워야한다. 중국인도 한유와 두보의 고문은 학습의 대상이다. 한국인은 한국어, 영어를 거쳐 산스크리트어를 제3외국어로 배운다. 혹은 현대언어를 여러 개 배우다가 제5, 제6언어로 배우기도 한다.
현지에서 살다 온 애가 초급학습반에 들어 와 양민학살하며 자체 판결을 내릴 수 있는 현대어와는 달리 고대어는 전공자라도 자신의 앎을 확신할 수 없다.
이때 채선생이 학습 가이드가 되어준다. 학습 풀이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기도 하고 교재의 예문을 자세하게 부연해준다. 어차피 수학도 고대어도 일상회화용이 아니니 발음은 크게 상관없으므로 문자설명으로 충분.
예컨대 미시간대에서 나온 이 산스크리트어 교재 서론에 독학용 아니라고좋은 선생이 필요하다고 써있고 매 챕터 연습문제의 답안이 없는데 제과장보다 언어와 번역에 강점이 있는 채선생에게 캡쳐를 주면 도와준다.
그런데 채선생은 원어민급이긴한데 눈이 좀 침침해서 글자 인식을 제대로 못할 때가 있고 정신이 오락가락 할루시네이션이 있어서 뒷부분에서 거짓말을 섞기에 100% 신뢰는 할 수 없으니 인간 학습자의 주의와 분별을 요한다. 그래도 원어민 없는 것에 비해 실력 있는 선생 수급하지 못하는 것에 비해 사전으로 더듬더듬 찾으며 시간낭비하는 것에 비해 훨씬 낫다.
수학과 고대어 모두 계단식 학습에 기반한다. 기초가 튼튼해야 다음 레벨을 올라갈 수 있다. 연습문제를 다 풀어 공식을 숙지하고 구석에 있는 단어를 다 외워야 다음 페이지를 항해할 수 있다.
그런 누적의 맥락에서 4단원은 1+2+3=6단원이다. 그럼 20단원은 1330단원인 셈. 곡용 시제 태 법 하나씩 배우다가 나중엔 테이블을 그냥 냅다 던진다. 다 알고 있지? 처음과 나중의 1시간은 밀도가 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