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울시립미술관에 다녀왔다. 사당역 근처 구벨기에영사관 건물에 있다. 의외로 여기서 예술의전당을 가는 루트가 좋은 편이다. 남부터미널역 환승까지 복잡할 경우 이곳이 차선책이다.


전국광 조각가 전시를 하고 있다. 1관에서는 라자냐가 오븐에서 구워져 흐물어져 내리는 듯한 조각 <매스>로 질량감을 나타낸 시그니처 작품들을 배치해 조각가의 메인 아이디어를 솜씨있게 보여준다.






2관의 작품은 한 바퀴 빙 돌면 넓은 평면에 좁은 폭으로 시각적 착시를 주는 작품이다. 성곡미술관, 모란미술관, 아라리오 제주동문모텔 등에서 본 고 구본주 작가의 작품이나 최근 예화랑의 이환권도 이러한 모티프를 사용했다.


3관의 <매스의 내면>은 하나의 덩어리를 해체시키거나 투과시키는 게 아니라 복수의 작은 매스를 쌓아 겹침으로써 역설적으로 내면을 보여준다. 뭉치고 돋을새김 되어 있는 소수의 상단에서 퍼지고 납작해지고 다수의 하단으로 내려가는 구도가 재밌다. 








4관의 영상에선 최근 북서울, 양구박수근미술관에서 본 홍이현숙 작가와 전국광의 활동에 있어 일익을 담당한 표화랑 대표의 육성 인터뷰가 있다. 다 보려면 1시간 정도 걸린다. 주변에 갤러리가 없는 사당역까지 왔는데 조각만 쓱 보고 가기 아쉽다. 1층의 권진규전은 상설전이라 늘 같다. 지,지난 전시도 영상을 다 보면 1시간 정도 걸렸다. 영상을 차분히 들으면 발언 중에 배움이 되는 게 많다. 같이 온 친구가 야 빨리 밥 먹으러 나가자, 아직 다 안 봤어? 하는 말에 방해받지 않으려면 외로운 늑대처럼 홀로 와서 헤드폰을 쓰고 작가와 독대해야하지만 전시에서 배움을 청하는 이들은 깨달음을 추구하는 구도자와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간다


성북구립최만린미술관에서 본 (조각가로서) 나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단순한 사람이라고 한 인터뷰가 생각난다. 조각가는 예술가 중 가장 수학과 물리학과 친연성이 있다. 과고에서는 원리중심의 공부를 선호하는 수학,물리학도와 암기중심의 화학,생물학도가 나뉜다.


원리를 이해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구분이 명확하고, 대개 문제와 공식에는 물어보는 바가 명확하며, 답도 심플하다.


이러한 점이 조각과 닮았다. 대개 조각은 복잡한 현대예술과 달리 메시지가 명확한 하나이며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작품에서 읽어낼 수 없는 메시지는 작가의 의도가 구현이 되지 않았거나 관객이 읽지 못한 것이다. 물론 소성할 때 열역학, 조형할 때 유체공학을 사용하기에 실제로도 과학법칙을 응용한다. 전자기학+영상 이전의 클래식한 아트앤테크놀로지다.






스케치와 함께 배치된 조각을 통해 건축가의 시선을 빌려 2D에서 3D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상상해볼 수 있다. 작가의 끄적거린 메모도 눈에 띈다. "피곤하구먼 제기랄"이 눈에 띈다. GPT같은 반복작업도 보인다.


조각은 전시장의 DP와 그림자를 포함해 완성된다. 걷는 자의 걸음과 함께 전시경험이 온전해진다. 블랙 글레이즈드 라떼가 아니더라도, 교보문고맛 빵이 아니더라도 이 가을에 남서울에 가서 전국광을 보아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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