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반드시 좋은 것 반드시 나쁜 것은 없다. 그 상황에 적절하거나 부적절한 게 있을 뿐이다. 최근 강릉 물부족사태에서 보아알듯 폭우는 바닷가 마을을 침수시키지만 고산지대에서는 같은 기상현상이 해갈의 축복이 된다.
어? 강릉은 바닷가 근처아냐? 싶겠다. 물리적 거리는 바다와 가까우나 급경사 지대문제로 물이 고이지 않고 빠르게 바다로 흘러가 버리는 문제가 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인생에서 각자 간절히 원하는 결핍의 대상이 다르다. 그러나 분류해보면 대개 돈, 사람, 명예, 가족, 재능을 크게 넘지는 않는다. 사주에서는 이를 재성, 비견, 관성, 인성, 식상이라고 표현한다.
아예 없는 것도 문제고 조금밖에 없는 것도 문제다. 돈이 없으면 해야할 것을 못하고(무재), 돈이 적으면 시작은 했지마 찍먹으로 끝나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로 내가 증명된다.
이 구체적인 형태는 사람과 처한 환경마다 다른데 예를 들어 자금 부족으로 프로젝트를 원하는 모습으로 구현하지 못했거나, 집에 돈이 없어 학업을 못 끝냈거나, 엔젤 투자를 받지 못한 스타트업, 금리가 높아 대출금을 충분히 받지 못해 시설투자를 양껏 못한 사람, 대형 캔버스에 물감을 양껏 사용하지 못한 예술가 등등이 있겠다.
그러나 돈이 과다해도 역시 문제다. 다 쓸 수 없고, 또한 가오나시처럼 갑자기 돈과 함께 돈이 나갈 일이나 여러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서민은 재벌을 부러워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코스피의 늪에 갇힌 동학개미는 폭등장의 서학개미를 부러워하지만 돈이 벌리면 나갈 돈도 많다. 생각하지 못했던 수수료, 종부세, 부가가치세, 협회 가입비 온갖 내역이 생긴다. 사주에서 재성은 재물뿐 아니라 일복을 뜻하기에 돈을 번만큼 또한 쓸 일이 많아진다. 그렇게 돈은 돌도 도는 것.
돈의 본질은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를 증폭시켜주는 것이다. 사업 아이디어가 프랜차이즈화가 되고, 작은 캔버스에 그리던 화가가 대형을 그리게 되고, 여행유투버가 더 많은 지역을 방문하게 되고, 코미디언이 더 많은 사람을 웃기게 해주거나 하는 것이다. 본디 갖고 있던 아이디어가 사회에 패악을 끼친다하더라도 증폭이 된다. 그러니 좋고 선한 씨앗에 에너지가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다.
지금 돈이 없는 이라도 언젠가는 돈이 생긴다. 자신의 시절이 온다. 품어왔던 나만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흐드러지게 열매 맺을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단단히 땅을 다지고 기술을 연마하고 생각을 조탁해두어야한다. 마치 가을을 상상하면서 봄에 씨앗을 뿌리는 농부가 한겨울인 새해에 한 해 농사 플랜을 디자인하듯이.
아까 말했든 재복이란 돈 자체가 아니라 돈을 쓸 일, 곧 일복을 뜻하기 때문에 물길이 들어와 노를 저어야할 때가 오면 공부하고 뒤를 돌아 볼 시간이 없다. 매일 일을 쳐내느라 바쁘고 오랜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면 갑자기 이렇게 삶이 바뀌었다는 것을 소급해서 느끼게 된다.
2010년 이후 엔젤 투자 받고 스타트업 차린 이들이 많다. 이들의 얼굴을 보면 돈은 벌었어도 단 몇 년만에 얼굴이 폭싹 삭고 흰머리 가득한 경우도 여럿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같은 현상을 경험했다고 본다. 무명의 장삼이사로 히키코모리로 학생으로서 지내던 시간은 매우 느리게 흘러갔는데 자신의 타이밍이 도래하자 갑자기 시간이 배속으로 흘러간다.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다. 자기 운명에서 짜여진 바대로 다른 속도의 시간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돈뿐 아니라 관(명예, 조직)이 과다할 경우 이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감의 범위를 지나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통제하는 대상이 많아진다. 인성이 과다할 경우 내가 소화하고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이상의 도움을 받게 된다. 예컨대 최근 올라 온 유투버 딕헌터의 300만원짜리 부산-오사카 페리 오너스룸 이용기를 봤는데 한 사람이 다 먹기에 힘들만큼의 음식, 술, 프로그램이 과다하게 제공되어 행복에 겨워 힘들어하는 영상이었다. 그 하루에 몰아서 먹고 즐기지 않고 야간 알바하면서 돈 모으는 힘겨운 나날에 나누어서 지급되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인생이 신기하게도 그렇게 진행되지 않는다.
갑자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때, 폭발적으로 공부해서 머리가 좋아지는 때, 폭발적으로 돈이 벌리는 때, 폭발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때, 폭발적으로 일이 많은 때가 있다. 마치 자고 일어났더니 씨앗이 우후죽순 자라는 것처럼 말이다. 인생이 그렇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