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SNS 대만사람의 피드에 답글을 500자 꽉 채워 달았는데
하루만에 원 포스팅은 6만회, 내 답글은 6700회 조회에 좋아요 140개 달려서
한국인 친구들을 위해 한국어로 다시 번역해 공유합니다
1. 대만인의 원래 포스팅 한국어 번역
타이베이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늘 어딘가 빠져 있다는 감각이 있습니다.
특히 타이베이 출신이 많은 집단에 들어가면 타이베이에서 자라지 못했다는 사실이 곧바로 나는 이곳에 속하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오늘 국립도서관에 가서 논문을 스캔하다 보니, 지하실에서 공부하는 고등학생들이 무척 많았는데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실제로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국립도서관에서 모여 공부하는 게 하나의 유행이라고 하더군요.
저 같은 남부 사람에게는 대형 국립도서관을 단순히 시험 공부 장소로 쓰는 풍경은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예는 사실 무척 많습니다.
그런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란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저는 사실 그 경험을 진짜로 체감하거나 상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타이베이가 특정한 성장의 시공간으로 공유되는 기억을 갖지 못했다는 사실은 늘 사소하면서도 크고 작은 감정들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때로는 그것이 제 신분을 감추는 방식이 되기도 하고, 다른 때는 오히려 남부인이라는 정체성을 더 강하게 다잡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저로 하여금 늘 미묘하면서도 영원히 결핍되고, 어딘가 부족한 감각을 품게 만들곤하죠
2. 내 답글
이 글을 읽으며 최근 개봉한 장징선 감독의 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2025)이 떠올랐어요. 영화 속 주인공 역시도 말씀하신 것처럼 성장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결핍과 자기 의심을 자주 느끼죠. 그녀는 야간학교와 도시 사이를 오가며 도시가 지닌 풍부한 자원과 문화적 번성을 부러워하면서도 자신의 배경이 주는 한계를 마주해야 합니다. 바로 그 긴장감 덕분에 그녀의 성장 이야기는 더욱 진실되고 울림 있게 다가옵니다.
말씀하신 타이베이 사람이 아니라는 데서 오는 결여감은 사실 비교 문화의 맥락에서 흔히 발견됩니다.
시각을 조금 달리하면, 미국 중남부의 시골 깡촌 마을 청년들도 뉴욕이나 LA의 눈부신 불빛을 당연한 무대의 중심으로 상상하며 동시에 동경과 상실을 함께 느끼곤하죠. 이렇게 세계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심리적 구조가 반복됩니다.
따라서 이것은 단순히 남과 북의 구분만이 아니라 중심-변두리라는 감각의 패턴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어떤 공동 경험을 갖지 못했을 때 쉽게 스스로를 이방인이라 여기고 자기 위치를 의심하게 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바로 그 다른 성장 배경 덕분에 풍요라는 말 뒷편에 숨어 있는 사회적 구조를 더 또렷하게 인식할 수 있고, 남부에서의 삶 속에서 다른 이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강인함과 따뜻함을 발견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저는 당신이 느끼는 결핍이 결코 결함이 아니라 오히려 특별한 문화적 자산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섬세한 감각은 학문 연구든 일상의 관찰이든, 주류 경험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세부를 드러낼 수 있게 해줍니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당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선물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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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