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문화역 아시아프 1부에 출품한 작가 중 몇 명만 글로 다뤄보자(4)

1. 유석주, 관망, 장지에 먹, 유채, 2024
2. 유석주, 7월 16일 놀이터, 장지에 먹, 유채, 2024
평범한 드로잉인가 생각하다가 재료가 먹인 것을 보고 아주 유심히 뜯어본 작품이다.
먹으로 이런 목탄 스케치감을 줄 수 있다니. 자세히 보면 먹의 필선이 보이는데 인상은 크로키다.
가장 지적인 작품 중 하나였다. intellectual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이렇다.
우선 의도적인 불완결성이 보인다.
선은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색은 캔버스를 다 채우지 않았다.
따라서 보는 이가 이미지를 읽고 빈 공간을 채우는 과정이 요구된다.
직관적인 그림이 아니어서 즉각적 소비보다는 치밀한 해석과 진중한 사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도형과 구상 사이의 경계에서 시각적 추리가 유도된다.
왼쪽의 <관망>도 오른쪽의 <놀이터>도 사물의 형태와 단서가 암시되지만
완전히 구현되어 있지 않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처럼 퍼즐을 맞춰가는 지적 여정이 필요하다.
동양화라고 해도 서양화라고 해도 원색 계열이지만 채도가 약간 다소 눌린 듯한
노란색과 발간색이 회색과 연녹색 톤에 배치되어있다.
색채가 절제되어있다. 동서양 그 어떤 관습적 문법에도 속해있지 않는데
으레 어떤 색과 기법은 어떤 소재를 다루어야만해 (배접, 단청으로는 길상 상징을 그려야해) 같은 중력의 자장을 벗어나
자기 하고 싶은 무언가를 탐험하는 과정처럼 보인다.
먹의 필선인듯하면서 목탄 크로키인듯하면서, 바스키아의 낙서같으면서
형태를 포착하는 분석적 선이다. 작가의 관측과정이 읽힌다. 연구와 관찰의 결과 같다.
시점과 공간도 특이하다.
원근법도 아니고 시점이 약간 병합되어 있는 듯한 공간 구조다. 굳이 말하자면
큐비즘적의 지적 전통과 연결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누워있는가 테이블.
그래서 사진처럼 단순한 장면을 포착하는 게 아니라 구성에 대한 메타적 사고가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