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문화역 아시아프 1부에 출품한 작가 중 몇 명만 글로 다뤄보자(1)




1. 김현빈, 위에서 오는 외부의 요소가 나인가 아래에서 올라가는 내면의 요소가 나인가, 패널에 석고, 장지, 금박, 2024


2. 김현빈, 형태 이전의 기억과_7, 장지에 동박 부식, 분채, 2025


직사각형의 얇은 조각이 층층이 중첩되고 곡선과 직선의 리듬이 교차한다. 앵포르맬, 추상표현주의 계열의 작품으로 시각에서 손끝의 공감각을 불러일으키는 표면 밀도와 질감이 특징이다.


레퍼런스로서 흙, 짚, 재 같은 재질 물성의 독일 작가 안젤름 키퍼와 역시 흙, 돌, 모래 재질 물성의 안토니 타페이스가 생각난다.


그림이 침묵하면 제목이나 작가노트에서 철학적 화두를 던져야 오브제가 적은 화면에 침잠해 명상할 수 있게 된다. 아시아프 전체 작품 중 가장 철학적 제목이다. 이런 화두에 반응하는 포스트 인더스트리얼한 나라들이 있다. 작가 노트를 철학적으로 잘 조탁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한병철 같은 책으로


하강하는 중력과 상승하는 압력과 같은 두 개의 방향성을 갖는 힘에 내외부의 물질의 중첩을 더하고, 녹청, 황금, 갈색 계열의 금속 부식을 통해 물질 변성을 보여준다. 이는 마치 서로 다른 분류 체계의 힘이 한 화면에 모여 느리고 느슨하지만 선명하고 정교하게 맞부딪치는 접점으로 작용한다.


반원형 아치 형태는 흐름이나 파동을 연상시키는데 그 플로우가 수평적으로 막히거나 분절되면서 긴장감을 준다. 장지 위에 금속 부식, 분채, 석고 등의 재료가 쓰여 유기물과 무기물의 시간상의 변화를 표현했다.


동판 부식이라는 무기물 재료의 둔하지만 지속적이고, 급진적이지 않으나 끈질긴 시시각각 변화 과정, 진행 중 상태를 전시한다.

위"에서부터" 아래"에서부터" 라는 벡터 개념을 돌입해 화면을 건축 공간화했다. 고고학 발굴 현장의 지층 단면 같은 깊이감, 혹은 디젤 펑크 같은(하울의 움직이는 성 엔딩의 날개 같이 경첩으로 이루어진 느낌) 표면감이 작품의 핵심이다


내외부의 요소=나? 라는 질문을 통해 작가의 서사, 개인의 경험, 감정의 궤적 같은 추상적이고 사적 정서를 물질화한 작품으로, 다르게 표현하면 물성으로 그린 감정 지도와 같은 작품이다.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것은 장지라는 전통 재료와 금속, 석고라는 산업 재료의 이질적 결합에 대한 생각이다. 전통과 현대의 물질이 이질적으로 결합되면서 문화사적 층위와 산업사적 개념이 얽혀있는데 완전히 드러난 상태는 아니다.


이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관건이다. 장지도 표면이 울고 풍화되면서 유기적으로 변질될텐데, 무기물의 부식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화면에 반복되는 직사각형의 구조적 반복은 이러한 물질과 시공간 결합에서 어떠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젠트리피케이션된 공간, 예컨대 PS Center, 더소소, 코소, N/A같은 인더스트리얼한 을지로, 멀리는 성수동에 전시하면 어울릴 것 같다. 다소 상업화되었지마 중국은 798 예술지구, 영국은 테이트모던 같은. 혹은 대만, 독일, 아일랜드적 감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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