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코리아타임즈 이번 주말판에서 가장 읽을 만했던 글은 박한솔 기자(믿고보는 박한솔, 김세정, 정다현)의 아모레퍼시픽 마크 브래드포드전 리뷰였다.


코리아헤럴드, 중앙데일리는 이렇게 영미권에서 제대로 교육받은 영어사용자가 쓸 법한 좋은 기사가 없다.


다음은 앞 부분 다섯 단락하고 뒷 부분 세 단락만 채선생이 도와줘서 번역한 것이다. 번역을 내가 처음부터 하려고 하면 시간도 걸리고 품이 드는데 채선생이 대신 참 잘해준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600㎡ 전시장 바닥을 가득 메운 것은 거대한 물결처럼 출렁이는 천 조각들의 장(field)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만화경처럼 다채로운 표면 속에서 각각의 천 조각이 지닌 거친 도시적 출신(crude urban origins)이 드러납니다. 바랜 포스터, 캔버스 조각, 찢긴 전단지와 신문지들이 굵은 삼끈(coarse hemp rope)으로 꿰매지고 묶여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기묘한 패치워크(patchwork)를 차단선(behind a cordon) 너머에서 바라보는 대신, 관람객은 그 밝고 살아 숨쉬는(bright, breathing) 표면 위를 마음껏 걸을 수 있도록 초대됩니다.


그러나 길은 결코 매끄럽지 않습니다. 천은 군데군데 뒤엉켜 능선(ridges)을 만들고, 밧줄이 발을 잡아챕니다(snag your feet). 한 번만 부주의하게 발을 내딛어도 그대로 우스꽝스럽게 넘어지는(slapstick stumble) 꼴이 됩니다. 모든 발걸음은 각별한 집중을 요구하며, 시선은 발아래 펼쳐진 지형에 고정된 채(with your gaze fixed on the terrain underfoot) 움직입니다.

그리하여 단순한 걷기 행위조차도 느리고 의도적인 안무(choreography)가 됩니다. 균형 감각뿐 아니라, 발아래에서 되살아나는 재료의 기억(material memory)에 귀 기울이게 하는, 도시의 일상적 파편(everyday detritus)을 엮어 만든 기념비적(monumental) 구조물 속에서의 움직임입니다.


이것이 바로 마크 브래드퍼드(Mark Bradford)의 《플로트(Float)》가 제공하는 촉각적(tactile) 경험입니다. 벽에서 떨어져 바닥으로 흘러내린 ‘걸을 수 있는(walkable)’ 회화는 미술관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예술이 전시되고 인식되는 방식에 대한 관습을 흔듭니다(challenges conventions). 로스앤젤레스의 자신이 사는 동네 거리에서 건져온 파편들을 통해, 관람객이 그 질감과 무게에 물리적으로 맞서는(almost confrontational) 만남을 요구합니다.


뒷 부분


《데스 드롭(Death Drop)》은 이 전시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형상성이 드러나는(overtly figurative) 작품일지 모르지만, 그 작품이 불러오는 긴장감은 전시장 전반에 잔물결처럼 퍼져나갑니다(ripples throughout the exhibition).


《히어 컴스 더 허리케인》은 이번 서울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신작입니다. 작가가 말하는 ‘허리케인(hurricane)’은 제어 불가능한 힘을 뜻하는 은유(metaphor)로, 자연재해이자 사회적 심판(social reckoning)을 동시에 가리킵니다.


전시실은 산화된 질감(oxidized textures)과 홍수, 화재, 강풍을 연상시키는 색채의 폭발(bursts of color)로 이루어진 표면들이 팽팽하게 응집된 기운(palpably dense surfaces)으로 진동합니다(hums). 그 안에서 서로 다른 주변화의 역사(histories of marginalization)가 교차합니다 —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남긴 파괴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스스로 드래그 퀸(drag queen)임을 공언한 전 노예 출신 인물 윌리엄 도시 스완(William Dorsey Swann)의 당당한 유산(defiant legacy)이 맞물려 있는 것입니다.



https://www.koreatimes.co.kr/lifestyle/arts-theater/20250809/hair-salon-death-drop-and-hurricane-how-mark-bradford-keeps-abstraction-tethered-to-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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