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의 부스를 자세히 생각해보면 모순투성이였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파는 매대와 그를 남류문학이라 비판하는 책을 파는 매대가 원거리에 함께 있었다
인격화된 유일신을 믿고 구원을 강조하는 기독교 출판사와 모두가 붓다라고 내적 깨달음을 강조하는 불광출판사와 함께 저 멀리 대규모 초청부스에는 신 외에는 신이 없고 무함마드는 그 사도라는 말을 국기에 써놓은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있었다
문학동네 민음사 세계출판사전집에 제인 오스틴과 마크 트웨인과 브론테와 울프가 시리즈로 나열되어 판매되고 있으나, 트웨인은 오스틴을 무덤에서 파내 그녀 정강이뼈로 머리를 내리치고 싶다했고 울프는 제나이트 팬덤을 극혐했으며 브론테는 내장 없는(그니까 줏대 없는) 중산층 위주 세계관이라며 비판했다. 거대한 저택에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것
하나의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으레 그렇듯 서로 섞일 수 없는 종이 자기 구역을 유지하고 불구대천지 원수를 적당히 망각해주면서 자기 삶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