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과 아이덴티티에 대한 생각


필적, 도장, 신체 일부, 사진과 같은

사람의 일부로 사람 전체를 대신 증명하기


거래 시마다 당사자가 직접 참석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개인의 일부를 통해 그 존재와 신원을 증명하는 방식이 중요하게 여겨졌다.

오랜 공부가 남긴 필적과 그 사람 특유의 서명이 그 사람을 증명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작곡가, 작가, 예술가들의 필적 감정이 중요하다.

동아시아에서는 도장이 문화적 분신과 같아 서명과 다른 의미로 문화적 무게를 지닌다.


이런 인장은 제3의 자아로서 호를 자기가 만들고 도장에 새긴 다음

문화적 엘리트 커뮤니티 내에서 신분증명서로 활용된다.


고대언어인 한문을 사용한 편지 교류를 바탕으로 한 서간공화국에서의 신원증빙 효력이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기에 손가락을 사용하는 지장은 문자해독이 어려운 이들에게 법적 효력이 된다.

종교에서는 신체의 일부를 보존하기도 한다. 불교는 오래 앉아있어서 생기는 사리를 함에 담고


가톨릭에서는 성인의 유골이나 심지어 그가 썼던 도구를 성유물로 모시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머리카락이나 치아 같은 신체의 일부를 보석이나 로켓(목걸이)에 담기도 하는데

현대에 들어와서는 사진의 발달으로 사진이 개인 신분증명서를 모두 갈음한다.


이제 마르텡 게르의 귀환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게 되었지만


머신러닝, 신경망을 모방한 대규모모델링과 전세계에서 업로드하는 클라우드를 통한 이미지학습, CCTV와 카메라의 얼굴인식기능 등등 기술적 발달에 힘입어

얼굴로 개인을 인식하다못해 실시간으로 개인 위치추적까지 가능해졌는데

딥페이크, 미드저니, AI의 발달로 그 이미지를 왜곡해서 진짜처럼 만드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사진을 찍으면 영혼이 달아난다는 미신이 불과 반백년전이었는데 상전벽해가 따로없다.


개인의 일부를 재현해서 전체를 증명하기의 역사가 문자에서 이미지로 이동했다가 이제 이미지마저 왜곡이 되었으니


그럼 21세기 중반에는 아이덴티티를 무엇으로 나타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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