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의 문제 혹은 3편의 문제


만화가, 감독, 작가 등 스토리텔러는 시작할 때 이게 될지 안될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뛰어든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성공을 만나게 되면 스토리를 더 늘려서 진행해야하는데 세계관을 확장시키면서 초기 설정과 위배되는 부분이 생겨난다. 바로 다음 편에서 바로 그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는다. 1편에 감동받은 관객들은 다음 편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무엇이 나타나도 감탄할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 본격적인 문제는 이야기꾼이 조마조마하며 2편을 제시하고 나서도 큰 반향을 얻고 훨씬 더 큰 형태로 이야기범위를 넓히면서 발생한다.


이를 나는 시즌3, 혹은 3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세계관이 본격적으로 확장되며 초기 설정과 위배되는 부분이 하나둘씩 불거지기 시작해 이야기를 탐닉하는 독자들이 의문을 품기시작하는 부분이다.


원피스, 해리포터, 오징어게임을 예로 들어보자.


원피스도 처음에는 소년만화로 시작했다. 오다 에이치로는 이정도로 롱런하고 전세계인이 좋아하게 될지, 사실상 데뷔작으로 몇 십년을 매주 주간연재할지 모르고 시작했을 것이다. 향후 주어질 찬란한 성과를 다 예상하지 못한 채 별 생각없이 가볍게 시작한 작품이다. 샹크스가 상어에게 자기 팔을 내어주고 루피를 구한 것은 소박하게 시작한 만화에서 할 수 있을 법한 희생적 장면이다. 항로가 해왕류에게 둘러싸여있어서 한 라인으로만 가야된다는 설정도 모험의 단선적 진행을 위해서 필요했던 것이다.


원피스는 알라바스타까지 괜찮았다. 파워인플레가 심각해지며 사황급에 견문살해를 쓰는 샹크스가 왜 상어따위에게 그 소중한 팔을 희생해야했는지 설정붕괴가 일어난다. 해군은 해루석이 있어서 자유롭게 이동한다는 것도 이야기의 처음와 위배되는 부분을 땜질한 흔적이다. 정확히 권수로 3편은 아니지만 다른 스토리와 비견했을 때 시즌3 즈음부터 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다. 박스 세트기준으로 세트3번째 스카이피아부터다.


해리포터도 3편이 가장 문제가 많다. 시리우스 블랙이 시크릿 키퍼인 걸 아는 덤블도어가 왜 1편에서 해그리드가 블랙에게 오토바이를 받았다고 말할 때 아무 말도 안했는지, 애니마구스인 블랙이 학교는 들락날락 거리는데 과거의 불구대천지 원수 스네이프가 선생으로 재직하는 것은 모르고,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에서 루핀이 긴 독백으로 상황 설명할 때 "스네이프 교수"라는 말을 처음 했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두 번째 나왔을 때 "뭐? 스네이프가 교수야?"라고 뒷북을 친다. 무엇보다 헤르미온느의 타임터너가 제일 문제다. 돌려주는 것도 문제고 등장시킨 것도 문제다. 시간 가지고 장난하면 좋은 일이 없다. 마블도 멀티버스 이후로 수습하느라 글로벌 스튜디오 전체가 애를 먹고 있다.


오징어게임도 마찬가지다. 2008년에 생각한 아이디어가 넷플릭스에서 구현될 줄 황동혁 감독은 알지 못했다.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칠지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시즌2까지는 아직 기대감이 있었다. 


시즌3의 평가가 박한 이유는 세계관 수습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도 리뷰했고 해외 리뷰어부터 시작해 수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이동진도 어제 단점을 정확히 지적하는 리뷰 동영상을 올렸다. 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그 다음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초기 설정과 붕괴가 생긴 다음 이를 땜질한 상태로 글로벌하게 나가면 좋다.


해리포터 3편은 아쉬웠지만 4편에서 불가리아의 덤스트랭과 프랑스의 보바통을 등장시키며 등장인물의 범위를 글로벌하게 확장했다. 이때 즈음 신비한 동물사전도 등장했고, 이후 미국적 상황에 맞게 마법부 장관이 아닌 마법대통령이 등장하고 영국남자-미국여자의 전형적 로맨스가 등장하는 스핀오프 시리즈로 발전했다. 원피스도 피쉬맨, 드레스로자, 홀케이크 아일랜드 등 계속 이야기를 진행시키며 세계관의 다양성을 확보해나갔다.


오징어게임의 시즌4가 런칭된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하우스오브카드와 파이트클럽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투입되는게 사실이라면, 방향성이 적절하다. 유년시절 놀이가 등장하는 서바이벌 정치영화이자 군상극으로서 오징어게임을 세계화되는 것이다. 미국의 중남부 농촌지역 어린이 놀이도, 유럽 중세마을의 아이들 노래와 놀이도 등장해서 이 IP를 프랜차이즈화하고 다각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면 오징어게임의 이야기는 계속 명맥을 유지할 것이다. 전세계 모든 사람이 알게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대단한 것이다. 93개국 1위를 한 작품이라면 2025년의 문화적 밈이라고까지 할 만하다. 스토리가 세계인의 뇌리에 각인된 것이다.


시즌3, 혹은 3편의 문제는 세계화, 다각화, 다양화를 해서 문제의 씨앗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흥미로운 소재로, 하나의 프레임을 다른 곳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재미를 주면서 잊혀져간다. 문제가 땜빵된채로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리는 것이다. 상처는 남지만 회복하고 그냥 살아가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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