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가 타츠키 료(70세)는 올해 7월 5일에 일본대지진이 난다고 했다. 이전 동일본대지진을 적중했다는 이유로 그에 대한 정보가 몇 달전부터 바이럴되고 있고, 실제로 미신과 풍수를 믿는 인구가 많은 홍콩에서는 일본 7월 관광객이 대거 줄었다고 한다.


과연 지진은 발생할까? 이에 대해 메타적으로 분석해보자. 문화현상적, 마케팅적 등 6가지 프레임으로


1) 확률적으로는 지진이 난다와 나지 않는다 둘 중 하나다. 50% vs 50%.

그러나 결과가 둘 중 하나라는 이유만으로 각 결과가 동일한 확률을 가진다고 착각하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따. 현실의 지진 발생확률은 지질학적 데이터에 따라 매우 낮거나 높게 편향되어 있다. 일어날 수도 있고, 안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항 논리(binary logic)는 확률론적 무지(probabilistic ignorance) 또는 사건 균등 오류(equiprobability bias)로 이어진다.


지질학자들은 난카이 대지진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예견하지만 그 날은 반드시 7/5이 아닐 수 있다. 정답은 모른다, 이다. 확률은 예언이 아니다.


이에 수반되는 현상은 확증편향이다. 심해어가 잡혔다느니 수백 차례 여진이 있었다느니하는 현상은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미디어에 포착되지 않았는데 타츠키 료의 예측이 충분히 바이럴되니 이런 기사도 이제 덩달아 조회수를 올리기 때문에 대거 양산되고 다시 이 지진에 대한 공포를 강화한다. 말콤 글레드웰이 말한 부익부 빈익빈의 마태복음 효과다. 베스트셀러가 베스트셀러를 낳는 것이다.


2) 예언 실패 후 날짜를 바꾼다. 재해석적 종말론. 근대 유럽의 그리스도교 종말론 운동에서 빈번했던 접근이다. 세상이 망한다고 봉기하고 사람들을 겁박하고 긴장감을 주다가 실현되지 않으면 해석을 바꾼다. 사실 그 날이 그 날이 아니었다고.

토마스 뮌처와 독일 농민전쟁(1524–1525)은 새 천년왕국이 세워져 악한 봉건영주는 정복된다고 말하며 농민봉기를 일으켰으나 실패했고 심판의 날을 잘못 계산했다며 소규모 신비주의 종말론으로 이어졌다. 네덜란드의 아나뱁티스트 뮌스터 왕국(1534–1535)는 새 예루살렘을 뮌스터에 건립하려고 사람들을 동원했으나 도시는 함락되었다. 그러나 17세기 네덜란드와 스위스의 멘노나이트로 에소테리즘이 이어지며 종말의 시점이 미래로 연기되었다.


3) 예언의 적용 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 진리의 그 날은 일부에게만 알려져있다는 것이다. 예언은 일부에게만 유효하다는 선택적 계시주의다. 타츠키 료와 관련된 이야기 중에 창조주와 접신은 파워스폿에 가야만 느낄 수 있다라고 했다고 한다. 만화 같은 시각적으로 직관적인 매체로 출판해서 굳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렸다가 해석 공동체를 전환하는 사례다.

예언의 실패를 숨기기 위해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사람만 인지가 가능하다고, 영적인 준비가 된 자만 이해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예언의 적용 대상을 축소할 수 있다.


4) 주식시장에서 많이 보이는 사례도 생각난다. 예측이 알려지면 오히려 실현이 안되는 자기무산적 예언이다. 폭락을 예상하면 사람들이 방어적으로 행동해서 예측이 엇나간다. 예측을 회피해서 결과적으로 예측이 적중하지 않는다. 예언을 한 의미가 없는 예언 효과의 역설이다. 어떤 예측이 공표되어 사람들이 행동을 바꾸면서 예측된 일이 일어나지 않게 되는 역설적 현상인 것이다. 그러나 지진예언은 이와 큰 관계는 없다. 지진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다고 방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5) 예언의 핵심은 빗나가지만 주변 징후는 실현되는 경우도 있다. Y2K 밀레니엄이 대표적이다. 전자기기 신호가 고장나서 2000년 이전에 생산한 컴퓨터가 2000년 이후의 연도를 인식하지 못해서 밀레니엄 버그의 시스템 결함으로 세상이 망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망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잘 살아간다. 다만 그때 예상한 징후, 해킹, 디도스 공격같은 것은 계속 받고 있다. 그러니까 사람들을 겁박하는 핵심 예언메시지가 아니라 그 주변의 현상만 사실이 되는 것이다. 즉, 본체는 맞지 않고 부수적 현상만 맞는 부분적 실현이자 잔여적 진실인 셈.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도 예언의 책을 1501년에 저술해 신대륙탐사를 신앙적 소명으로 정당화했다. 기독교가 온세계에 전파되어야하며 에덴동산을 찾아야만하고 마지막 황제를 찾아야하는데 그게 바로 페르디난드와 이사벨라라는 것이었다. 컬럼버스의 이 부분은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예를 들어 위키피디아 이런 부분에서 읽어볼 수 있다. 컬럼버스 이전에도 바이킹이 아메리카대륙으로 건너갔던 고고학적 기록이 있다. 컬럼버스의 신앙적 정당화가 중요한 이유는 이후 많은 유럽의 기독교인들이 미국으로 넘어가는 이유가 되었기 때문이다.그러니까 컬럼버스의 신앙적 예언보다, 신대륙 탐사라는 부산물이 더 중요한 것이다.

https://en.wikipedia.org/wiki/Book_of_Prophecies


6) 보다 핵심적으로 위기 마케팅(Crisis Marketing)이 있다. 예언가가 책, 굿즈, 후원금, 강연료 등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거나 유튜버들이 불안심리를 활용해 알고리즘 상위 노출을 노리는 사례다. 이게 사실 현실에서 실제 발생하는 일이다. 그의 책은 불티나게 팔리고, 관련뉴스와 유투버들은 조회수가 폭발한다. 지진이 실제 일어나건 일어나지 않건 상관이 없이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 통조림 같은 방재용 식료품도 많이 팔릴 것이다. 대신 시코쿠 지역의 관광업계가 타격을 입었을 것. 이런 지진말고도 위기 마케팅은 여럿있다. 미국에는 대표적으로 외계인 침공설도 있고 여전히 그리스도교의 문화전쟁론, 종말론이 득세하고 있다. 꼼꼼히 확인해야한다 누가 어디서 어떤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지.


지진이 나도 나지 않아도 여전히 사람들은 살아갈 것이다. 재해는 참혹한 것이지만 사람들은 복원하고 살아갈 것이다. 재해를 어떻게 대비하고, 또 주변인은 그 허탈한 상황에 어떤 도움을 기여할지 생각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살아갈 것이다. 바나나맛 감자칩 같은 괴식을 먹고, 한정판이라고 광고한 홈런볼 메론우유는 허니버터칩처럼 우후죽순팔리다가 어느순간 마트에 번들로 묶여 떨이로 팔릴 것이다. 그리고 진실은 그렇게나 위협적이었던 예언의 순간이 지나가면 마치 없던 일처럼 너무 오래 전 일처럼 기억된다는 것이다 .Y2K의 공포에 전재산을 팔았던 사람들이 그러하였듯, 진심으로 천년왕국의 도래를 믿었던 유럽의 그리스도교인들이 그러하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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