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시즌3 보았다.
1. 10년이면 금수강산도 변하고
권불십년이라고 했으니 옛말엔 틀린 게 없어라
넷플 최대 히트작도 4년을 못 버텼다
2. 네러티브가 힘을 잃었고, 따라서 설득력이 없다. 주인공 성기훈도, 서브캐릭 두 명 황형사(외부에서 침투)와 노을(내부에서 혁파)도, VIP의 관음증과 장기말 연출의 희화화도, 임산부와 아이의 핍진성도, 결말도 모두 아쉽다. 연출, 설정과 서사에서 모두 맥아리가 없다.
우선 주인공이 힘이 없다. 구조를 바꾸고자 하는 반란(시즌2)이 실패한 결과 성기훈은 시즌3내내 침울하고 개인의 도덕만이라도 지켜보려하는데 그의 수수방관적 태도는 설득력이 없다. 특히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성기훈이 먼저 공격하지 않지만 게임법칙상 누군가는 죽어야해서 부작위로 이긴다. 성기훈은 유일하게 강대호를 공격하는데 반란 실패의 탓을 해서다. 그러나 실패의 원인을 한 사람에게 전가함으로써 희생양을 삼으면 애써 빌드업한 성기훈의 특별한 면모가 사라지고 도덕적 편리주의를 택하게 된다. 이 사람만 아니었다면 달라졌을텐데하는 남탓, 혹은 책임전가 과연 그렇게 모두를 지키려고 했던 성기훈의 마음이 지향할 바로 적절할까
모두가 서로 죽고 죽이는 아수라 속에 혼자 양심을 지키겠다고 남에게 먼저 칼을 꽃지 않아 주변이 내분을 일으키거나, 실수로 죽거나, 결과적으로 두 명은 자살하게 만든다. 이것이 과연 도덕적 성기훈의 말로가 맞을까? 심지어 마스터가 살 방법을 알려줘도 쓰지 않는데, 마스터(이병헌)와는 달리 적이라 해도 자고 있을 때 죽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양심적인 루트를 택하는 것 같지만 결국 적이든 주변인 중 누군가는 죽어야한다는 점에서 그가 선택한 방향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아무런 적극적 행동도 안하는 것 같아 무책임하고 수수방관적 자세만 취하는 것 같이 보인다.
탄창 안 갖다준 해병대 사칭범을 내란 실패의 이유를 물어 죽이고 싶은 기훈. 그를 노려보며 "너 때문이야"라고 책임전가하는데 대호를 타겟삼고 도덕적 편리주의를 택하면 시즌1,2에서 빌드업했던 성기훈의 캐릭터가 무너진다. 다른 면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도 감정의 지배를 받는 인물이었구나.
이 모든 것이 맥아리가 없는 이유는 성기훈이 주인공인 이상 게임 끝까지 데려가기 위해 그에게 덤비는 캐릭터가 모두 부작위로 죽기 때문이다. 성기훈은 손대지 않고 코를 푼다는 뜻. 남들은 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죽고 죽이는데 성기훈에게 덤비는 인물은 모두 죽는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도덕과 양심을 지키려고 했던 성기훈이 후대(딸 성가영)에게 남기는 유산이 도덕과 양심이 아니라 돈(카드)라는 점이다. 그래서 결론도 힘이 없다. 내부개혁은 실패, 캐릭터도 힘이 없어, 도덕과 양심은 실패한 것. 그래서 주인공은 연출적으로도 설정상으로도 맥아리가 없다.
주인공이 안으로부터 개혁을 도모한다면 밖에서 지원하는 세력도 있어 양쪽에서 게임의 구조를 변혁하려는 것이 시즌2의 묘미였다. 그런데 황형사 역시 힘이 없다.
서브 캐릭 황형사 역시 시나리오면에서, 교훈적인면에서도 모두 맥아리가 없다. 일단 빙빙 돌다가 침투는 실패한다. 들어갔다가 아무 성과없이 돌아온다. 보조해주는 대원도 죽는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최이사와 프로젝트 하나 같이 했다고 불법 도박, 절도, 사기 등 전과9+1범인 자를 교도소 복역 6개월 이후 마중나간다는 점이다. 범죄도시3와 킹덤에서 활약한 전석호 배우가 서글서글한 캐릭터를 잘 연기했지만, 연기와 별도로 최이사의 범죄경력과 황형사의 경찰의 양심은 같이 가면 안된다. 그래서 황형사도 무너졌다.
또 하나의 서브 캐릭은 노을이다. 황형사가 물리적으로 밖에서 침투하려고 한다면, 노을은 관계자의 입장에서 구조를 무너뜨리려고 한다. 그러나 노을도 실패한다. 노을이 화가를 도와주는 것은 게임 바깥에서 들고 온 개인적인 친분(그것도 자기만 알고 상대는 모르는)때문이다. 그닥 잘 설득되지 않는 이유다. 딸아이가 아프다는. 그래서 그 한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다른 수많은 젊은이들을 죽인다. 선택적 사랑이고 차별적인 편의주의다. 모르는 익명의 존재는 그냥 죽여도 되는가? 장기 적출 비리 요원을 포함해서 수많은 이들을?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노을에 의해 무너지는 구조가 여럿있다. 노을은 화가를 병정으로 손쉽게 둔갑해서 내부 요원 꼭두각시를 만든다. 그리고 원하는 탈출 보트를 협상을 통해 얻어낸다. 다시 돌아가 환풍기를 통해 외부에서 침투해 부대장실까지 잠입하고 손쉽게 제압한다. 내외부 침투가 모두 뜻대로 잘 이루어졌기 때문에 게임 진행 요원의 권력이 무너진다. 너무 잘 뚫려서 힘이 없어 보인다. 스타워즈 제국군, 스톰트루퍼처럼.
이에 더해 시즌1에는 그렇게도 마스크를 벗지 않던 요원들이 너무 자주 쉽게 벗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엔데믹 이후에 변화된 풍습이라고 느슨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요원의 신비주의가 너무 쉽게 무너지면 그들의 권력도 무너지기 때문이다.
VIP는 꼭 영어에 능숙한 중년 백인 남성이어야하는가? 물론 젊은 중국계 여성이 등장하긴 했지만, 여전히 중년 백인 남성이 다수이고, 그들의 단합에 금을 내는 메기라기보다는 그들에게 화이트워싱된 한 패거리같다. 굳이 그 멀리서 헬리콥터 타고 와서 참가자들이 투표하는 것을 지켜보고 15분씩 머뭇거리는 것을 루페로 관찰하는 것이 재밌을까? 그런데 그들이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장면에서 불편함이 느껴진다. 참가자들에게는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두고 하는 처절한 생존투쟁이 희화화되는 것이다. 물론 시즌1에서도 그런 면모는 있었다. 그런데 시즌3에서 사람이 죽을 때 장기말을 치는 연출을 함으로써 생명의 죽음을 너무 단순화하고 희화화하고 게임으로 축소화하는데, 조롱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결말에 이르러 딱지맨은 여전히 건재해서 게임은 지속된다. 아무 것도 바뀐 것이 없다. 도덕과 양심이 실패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인가. 각자도생, 서바이벌 게임과 배금주의는 태평양을 건너서도 다른 나라에서도 지속된다. 딱지맨 도깨비에서 딱지우먼 갈라드리엘로 바뀌 것일 뿐. 그렇다면 구조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허탈하다.
3. 감독이 어디에서 트위스트를 넣어 색다른 면모를 주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캐릭터를 언제 창의적으로 퇴장시킬지 계산한 것이 보인다. 열쇠의 비밀, 조현주, 남규, 타노스 등장, 줄넘기 방해꾼, 새벽, 도시락과 그의 결말, 명기의 돌변 등등.
4. 배우 연기는 준수한 편. 각본도 수차례 다듬은 것 같은데 연출과 방향성이 이를 다 살리지 못했다.
노재원의 일진연기와 고소공포증연기, 이다윗의 찐따연기와 환각연기 성가영의 아파탓 대사, 최재섭의 북한억양, 강하늘의 책임회피와 분노조절장애연기 같은 훌륭한 부분이 있다. 강애심의 대사전달과 감정연기도 일품. 물론 이정재와 이병헌배우의 눈으로만 말하는 표정연기도 압권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욕을 먹을, 비겁하고 돈에 멀고 권력지향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중년 남성 5인조도 캐릭터는 잘 살렸다. 큰소리만 치는 송영창 배우나 무식하다는 말에 벌컥하는 최귀화 배우 등등.
그런데 이들의 그 중년 남성 빌런 캐릭터를 잘 살려서 의미가 있으면 연기도 칭찬을 받을텐데 전혀 아니어서 아쉽다. 이 중년 남성들의 비겁함을 부각시킨 이유는 성기훈의 도덕과 양심을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협잡해서 성기훈을 몰아세우는 부분은 화면에서 삼각형 위에서 몰아세우는 연출로 잘 표현이 되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성기훈은 명기를 포함한 이 꼴불견 남성 6인조의 내분과 배신 등 새옹지마로 이기게되니 빌런에게 연출의 방점을 준 이유가 없어진다. 빌런의 묘사가 많아져서 아우라를 강화하는 이유는 오직 메인 캐릭터가 그들을 깨부셨을 때의 카타르시스를 위함인데, 메인 캐릭터는 그들을 직접적으로 깨부신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고구마대사, 분노유발 꼰대대사로 관객의 불편함만 더할 뿐이다.
5. 이미 임산부가 게임에 참가했다는 점에서 예상한 것들이 있다.
임산부 캐릭터는 시놉시스상으로는 매력적이었겠지만 안 하느니만 못한 계륵이 되었다. 특히 임산부 연출은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동양인은 아이를 낳고 그렇게 빨리 움직일 수 없다. 자기 배가 아파서 난 아이라면 남에게 선뜻 넘겨줄 수 없고, 아이를 두고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없다. 먹은 것도 없는 데 모유를 줄 수도 없고, 게임을 할 수도 없다. 갓 태어난 아이가 시끄럽게 우는데 술래가 바로 와야하지 않을까? 30분 게임시간 중 10분만에 분만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2시간도 안되어 깨서 우는 갓난쟁이의 기저귀를 언제 갈아주는가? 어린 조유리 배우가 경험해보지 않은 임산부 연기를 한다는 점에서 비롯되는 어색함과 CG의 어색함은 차치하고서라도.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총 쏘아 수많은 참가자 생명을 앗아간 병정이 베이비에게 우유를 먹이는 장면이다. 이것은 용납할 수 없다. 같은 손으로 생명을 박탈하다가 다시 생명을 보살핀다는 연출은 설득이 안된다.
6. 출연료에 광고에 제다이 출연(디즈니 드라마)에 글로벌 인지도까지, 456억원 어치를 번 사람은 현생에서도 이정재 배우
7. 왜 시즌3 6시간을 함께 공개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밝히지 않았으나 아마 VFX 후반작업때문이었을 것 같다.
베이비신, 보트추격전, 마지막 게임 기둥 브릿지 등에서 CG티가 너무 난다.
몰입감이 깨진다.
8. 시즌3은 난파했다.
전국민의 숙제(시즌1이 흥행한 작품이었으므로 평소 대화소재가 되니까), 해외거주 한국인의 필수교양(외국인과 대화에서 아이스브레이킹용 단골소재가 되니까)인데 정말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