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국역 예화랑에 다녀왔다. 아르코와 함께 폐관전을 하며 없어지고 있는 중인 인미공과 이목화랑 근처에 고희동미술관 부근에 있다. 국현미 방향과 다른 쪽으로도 좋은 갤러리가 많다. 아라리오가 대표적이고, 수림큐브, 우리소리미술관 같은 곳도 있다.

예화랑에는 북촌의 동쪽부근을 관망할 수 있는 멋진 루프탑이 있다. 1인 가구의 좁은 공간에서 사는 청년층은 한 뼘 스크린 속에만 갖혀있지 말고 종종 갤러리 나들이를 해서 거대한 공간을 마음껏 향유해보자. 심리적으로 도움된다. 우울, 고립감 해소에 효과적이다. 서촌 리안이나 아트사이드3, 혹은 강남 송은, 국현미 6전시실처럼 거대한 지하공간이 있는 곳도 좋고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하는 루프탑도 좋다. 멋진 옥상을 보유한 갤러리는 경복궁을 아래로하여 북한산이 잘 보이는 아트선재, 중구의 빌딩숲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서울역 화이트큐브 등이 있다. 물론 경기 광주 영은미술관이나 원주 뮤지엄산 같은 곳도 있지만 차량이 없으면 접근성이 좋지 않아 대학생과 차량미보유 청년층에게 좋은 옵션이 아니다. 대중교통으로 갈만한 위치에 있는 곳의, 기와 위 루프탑이 좋다.
성곡미술관 조각공원에서 본 앞뒤 찌그러지고 수직성이 강조된 구본주의 조각같은 청동조각상도 있다. 이환권의 무제(2023)다. 조형이 왜곡되어 특정 시점에서만 전체상이 보이도록 만든 구도는 16세기 유럽회화까지 거슬러올라가는 전통이다.


이환권, 무제, Bronze, 2025

이환권, Raju, Wood, 2025.

이환권, Babu, Wood, 2025.
영국 헨리 8세의 궁정화가이자 16세기 독일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한스 홀바인이 1533년에 완성한 <대사들(The Ambassadors)>에서 보이는 왜상화법(oblique anamorphosis)가 생각난다. 정면에서 볼 때는 삶의 무상함(vanitas)를 상징하는 해골이 왜곡된 형태로 보이지만 그림의 우측하단에서 비스듬히 보면 원래대로 보이는 작품이다. 감상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그림의 숨겨진 종교철학적 의미를 보여주고자 활용했다.

Hans Holbein the Younger, The Ambassador, 1533, Oil on oak, 207 cm × 209.5 cm (81 in × 82.5 in)

구본주, 생존의 그늘, 1997, 철.
다만 한스 홀바인은 평면에 왜곡된 해골을 숨겨두어 삶의 무상함을 강조했다면, 구본주는 해학과 익살이 두드러지는데 이화권은 무엇을 표현한 것일까? 언어와 이미지, 이미지와 실상의 차이? 빛과 흔이라는 전시주제에 맞게 흔적을 강조한 작품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