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2025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단편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된 안경(15분)과 함께 상영된 파라노이드 키드(7분) 보고 왔다. 메가박스에서 연속 상영한다. 3천원에. 할인해서 2천원에도 풀렸다.


정유미 감독이 직접 쓴 동명의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김해김 패션브랜드와 협업이 돋보인다.


자신이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라는 화두가 느껴지는 안경은 액자구조와 김해김 패션의상 털,진주,이불 소재 세 점이 눈에 띄고


파라노이드 키드는 배두나의 나레이션으로 불면의 고통과 불안이 관건이다.


보통 고통을 다루는 이야기는 고통의 해소가 목적이 아니라 고통의 온전한 표현이 목적이다. 자신의 고뇌의 시간을 세밀하고 투명하게 표현하는 것에서 극복이 시작되기 때문.


둥근 머리에 아이같은 얼굴을 하지만 순수함보다 내면의 고독과 불안이 돋보이는 캐릭터 디자인은 묘하게 요시모토 나라의 인물이 생각난다. 그러나 라모나처럼 새침하거나 퉁명스럽지는 않다.


공간배경 디자인은 르네 마기리트의 이중 현실 구성같기도, 미국의 영화 감독 데이비드 린치의 실내 미장센같기도 하다.(개인적으로 린치의 작품은 대부분 수작이라고 생각)


시선과 감시, 자기 검열과 기억의 환각, 자아 속의 자아 같은 라이트모티프는 카프카적이다.


다와다 요코의 헌등사처럼 문자와 이미지 사이의 간극을 탐색하려하는데, 다와다 요코는 언어를 통해서 하고, 정유미 감독은 이미지를 통해서 시도한다.


파라노이드 키드는 배두나의 나레이션이라도 있었으나, 안경은 아예 나레이션이 없는, 침묵의 영화다. 침묵으로 무언의 울림과 감동을 추구한다.


안경은 일종의 액자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안경이 깨져서 안경 맞추러 갔다가 안경검안기 안에 늘 보이는 목가적인 넓은 풀밭 위 2층집에 들어가게 된다.


안경검안기 안에서 비현실적인 이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어쩐지 아주 오래 전, 2001년에 개봉했던 이성강 감독의 마리이야기의 어떤 등대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묘한 데자뷰다.


완전히 털로 뒤덮인 사람의 털을 다듬어 패션으로 만들어주는 장면에서 패션이야 말로 곧 자아정체성, 즉 외면과 내면의 일치를 보여준다.


털, 진주, 이불 등으로 김해김의 의상을 만들어나가는 세 여정이 자아를 찾는 여정과 겹쳐있다. 의상이 완성되는 순간 의상을 입고 있는 것이 바로 나라는 것을 발견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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