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 화이트스톤에 다녀왔다.
그래피티와 같은 스트리트 컬쳐에 판화적 배경과 20세기 초 디즈니 캐릭터를 닮은 팝아트적 캐릭터인데 선이 묘하게 일본 만화가 생각난다. 에반게리온 같은 메카닉 계열 만화에서 볼 법한 철판이 보인다. 특이하다. 일본 작가 중 가장 국제적이다. 일본화된 세계화가 아니라 일본과 글로벌 사이에 있는 교차성과 혼종성이 보인다.

청담 화이트큐브와 파주 화이트블럭과 이름이 비슷해 늘 헷갈린다. 역시 백의민족, 한국인의 백색사랑은 세계 누구도 어깨를 견줄 수 없다. 아 도시 전체를 하얀색으로 뒤덮었다는 카자흐스탄빼고. 그정도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한국에 있었다면, 다른 나라에서는 그림 속의 떡에 불과한 탄핵을 여러 번 현실화시킨 똑똑하고 독립적인 한국인들에 의해 철퇴를 후려맞고 아야하고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질테다.
하여튼 갤러리명에 화이트가 너무 많아서 이름이 혼동된다. 시옷으로 시작하는 서울역의 스톤은 같은 시옷 초성을 공유하고 청담은 담 받침에 네모형태의 미음ㅁ이 있어서 큐브, 파주는 헤이리단지가 블럭형태 마을인 것에 착안해서 외웠다. 선생님 이거 중간고사에 나오나요? 아니 그냥 공부해두면 살아가면서 다 도움되는거야. 엄마가 시험에 나오는 것만 공부하랬는데요. 그래 그럼 너 때문에 시험에 낼게. 야 미친 아아아아아! 자자자 서울역 스톤 청담 ㅁ미음밭침 큐브 파주 단지는 블럭이야. 대신 기출문제를 바로 줄게 어때? 오오오오 샘짱. 다음 중 화이트가 들어가지 않는 갤러리를 고르시오
1) 화이트블럭
2) 화이트큐브
3) 화이트스톤
4) 사루만
5) 백의민족
우여곡절을 거쳐 모두 화이트스톤이 어디있는지 이해했고(굳이?) 17세 때 런던거주경험이 있는 아루타 수프 작가가 일본 신주쿠의 밤거리 네온과 풍경에 영감을 받아 그린 당대팝아트풍의 그림이 걸려있다. 으레 컨템포러리 팝아트가 그러하듯 알터이고 즉 제2의또다른자아, 그러니까 분신이나 아바타에 해당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여기서는 공허(보이드)에서 만들어냈다는 앨리스의 토끼를 닮은 제로. 캐릭터가 브랜딩화되면 각종 굿즈 등에 사용하기도 좋고 IP화하기도 좋아 이런 작품은 전통 회화라기보다 상업판매를 목적으로 한 퍼스널브랜딩 네러티브다. 이야 말로 무라카미 타카시가 예술기업론에서 일갈한 바가 아닌가. 팔리는 예술을 위한 팁.


일본 작가 중에서는 글로벌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사람이 적다고 생각했다. 워낙 전통의 중력이 강하고 관습의 인력이 강한 문화라서 모든 게 일본화, 내수화되지 않으면 안되는 듯하다. 쿠사마 야요이나 이런저런 해외에서 유명세가 있는 일본작가들을 보면 다소 오래 전에 네이밍을 획득했는데 그것도 일본의 정신문화나 망가, 오타쿠컬쳐같은 일본 내부의 요소를 초국적으로 (즉 해외 서양인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보여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정말 해외에서 해외공기외 호흡하며 글로벌하게 활동하는 교포작가가 있을까? 한국과 비교하면 딱히 눈에 띄지 않는 느낌이다. 일본예술가는 모두 전통예술하러 갔거나 삼삼오오 작업실에 모여 만화를 그리고 있다고 느껴진다. 아루타 수프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