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느에서 특별상 받은 이란감독의 신성한 나무의 씨앗을 보고왔다. 원어로는 더네예 안지레 마어바드고 دانهٔ انجیر معابد, 정확한 뜻은 사원/신전의 무화과씨앗이다. 기도하는 장소의 무화과 씨앗. 영어로는 신성한 무화과의 씨앗 The Seed of the Sacred Fig이라고 되어있다.


보통 트레일러나 정보 찾아보지 않고 영화를 보는 편이다. 끝나는 시간도 잘 확인 안 할정도. 이 영화는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잘 느껴지지 않았고 약간 오래한다는 순간적 기분이 있긴했지만 끝나고서 168분이네? 할정도로 몰입도가 있었다


사형집행을 서명하는 판사로서 윤리적 책임, 부모와 자녀세대 갈등, 신구 세대갈등처럼보이다가 중간에 테헤란을 떠나는 장면에서 갑자기 탈주물이자 스릴러로 바뀐다.


자막에 사나가 왜 오디오에서는 사너라고 들리냐면, 이란어에서는 단음 아와 장음 어가 있기 때문이다. 사나가 아니라 사너~가 이름에 대하 정확한 발음. 참고로 기도할 때는 아랍어를 쓰더라


영화의 엔딩은 명확히 가부장적인 가족제도를 비판한다.

초반에 드러나는 이만의 윤리적 고뇌는

가족 구성원을 의심하며 총기 훔친 범인을 심문하는 부분부터 의미가 없어지고

그의 전문적 커리어와 국법과 교리에 대한 절대복종은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비판했던 악의 평범성을 떠올리게 한다


변호사 이만의 수사판사 임명, 모스크에서 기도하며 감사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

신변보호를 위해 총기지급됨

신권정치 반대시위 확산

가족관계 보여주는 도란도란 장면

장녀 레즈반의 친구 사다프 집방문

사형집행에 사인하는 이만의 윤리적 갈등

기숙사 입소중 사다프가 시위군중에 휩싸여 얼굴 좌측에 산탄총을 맞음

차녀 사나가 생리대 필요하다고 뻥치고 엄마 잠시 마트로 나가게 한 다음 사다프 집으로 들임

엄마 나즈메는 얼굴에 박힌 산탄총 적출하며 시위의 심각성을 깨달으나 가족의 안위가 우선

사다프는 체포. 나즈메는 친구관계 절교할 것을 종용. 그러나 장녀의 부탁을 들어주어 사다프를 수소문해줌

두 남매는 SNS를 통해 시위진압대의 폭력에 대해 충격

매일 격무에 시달리는 남편을 걱정하는 아내

정권의 꼭두각시가 된 자신의 처지에 갈등하는 남편


여기까지가 전반부인데 이만큼만 보았을 때는 가정 내부의 갈등이 사회 내부의 세대갈등(젊은이와 기득권)으로 등치되어 읽히고 부친에게도 엄마나 딸들에게도 모두의 논리에 감정이입할 여지가 있지만

총기 잃어버리고 심문하기 시작하는

이후 후반부부터는 완전히 다른 결로 읽히고 다른 영화가 된다. 여기서부터는 스포. 가족 갈등을 어떻게 잠재우는가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거짓말쟁이 vs 폭군의 구도로 적을 제거하는 것이 관건


중간과 마지막에 합쳐서 세 번쯤 실제 시위 촬영한 스마트폰 풋티지를 사용한 장면이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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