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마석에 있는 모란미술관에 다녀왔다. 모란미술관의 조각공원은 잠실 소마미술관 올림픽조각공원, 종로 성곡미술관 뒷마당, 양주장욱진미술관 장흥조각공원과 더불어 5대 조각공원이다. 작품 수와 다양성으로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시간의 세례를 입어 풍화되고 부식된 조각이 마치 적당히 헤져서 멋이 나는 가죽재킷과 닮았다.


김신일의 음각으로 글씨를 파내 조명빛으로 윤곽을 대신한 마음(2024)과 고근호의 바다쓰레기와 폐지로 만든 쓰레기반가사유상(2024)과 대웅전에 설치된 폐지지장보살상(2024)이 인상깊다. 부처는 깨달은 자의 통칭이니, 쓰레기에도 당연히 있는 법. 불교의 정수를 정확히 캐치해냈다. 버려진 것에도 부처의 마음이 깃들며, 생태를 아끼는, 환경을 보존하는 마음도 부처의 마음과 진배없다.


오른손의 시무외인(두려워말라)과 왼손의 여원인(소원들어주겠다)를 부서진 쓰레기로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지장보살의 곁으로 순천만 갯벌의 공존라는 이름의 쓰레기 종이 물고기가 걸려있다.


배의 앞쪽 선교, 조타실 혹은 잠수함의 미스트 부분에 눈이 전방정렬되어 있고 미끈한 몸체는 에일리언을 닮은 이 물고기는 짱뚱어로 보인다. 귀엽고 재미난 순우리말이다. 눈이 튀어나온 물고기라는 뜻에서 한자로 철목어(凸目魚)라고도 하는데 썰물이 되면 광활한 갯벌에서 몸을 튕겨내며 영역 다툼을 하며 짱뚱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는 속담의 어원이 되었다.


아울러 그 멍텅구리한 모습을 본 전라도사람들이 수고스러울 뿐 결과도 목적도 없는 일을 한다는 뜻으로 뻘짓한다는 말을 만들어냈다. 참 맛깔난 방언이다. 짱뚱이와 망둥이가 펄떡펄떡 뛰는 것 말고 또 다른 뻘짓의 예시로는 나의 미술관 탐험기가 있다.


고근호의 이 환경중심적 테마 작품 옆으로 이용덕의 마주하기-만남(2000) 작품이 있다. 중밀도 섬유판(MDF) 즉 Medium Density Fiberboard를 122장 겹쳐 홈을 파내어 사람의 형상을 만들거나, 형상의 여집합을 제거해 레이어의 깊이를 드러내고 물성적으로 만나지 못한 두 사람의 마주함을 시사한다. 이 역시 김신일의 음각 조명 마음처럼 파냄과 드러냄의 기법적 아이디어를 활용한 작품이다. 조각제작의 착상과 같다. 무엇을 생성할까? 보다 무엇을 제거해서 안에 숨겨진 것을 드러내게 만들까? 라는 것. 훌륭한 조각가는 물성의 덩어리에서 내면의 디자인을 긁어내는 자다.


이 중밀도 섬유판 말고 역상조각도 여러 번 봤는데 다시 보니 반갑다. 이용덕 작가의 역상(inverted)조각 시리즈는 입체적인 형상을 역으로 뒤집어 음각기법으로 안을 파내 부피감을 제거한 작품이다. 분명히 안이 파였는데 밖으로 돌출된 양각 효과를 내고 시선에 따라 사물이 자신을 따라오는 듯한 착시효과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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