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NN에 다녀왔다. 얼마 전 혜화역 아르코미술관에서 했던 권오상의 프린팅으로 구성된 봉고차 작품과 비슷해보이는 작품이 있다. 폴리곤 모델링으로 입체를 납작하게 변형시킨 차량. 공통점은 자동차 모티브 하나에, 차이점이 많아 생각해볼만하다



우선 권오상은 딱딱한 철로 만든 차를 가벼운 프린팅으로 재구성해 어긋남이라는 개념을 물질로 구현하고 조각이라는 매체의 본질에 질문하며서 사물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타파한다. 가벼움과 무거움, 순간성과 영속성이라는 상반된 물리적, 시간적 속성 사이에서 조각의 존재 조건을 재고하며 조각을 단단한 실체가 아닌 흐르는 감각으로 제시한다. 작품에는 차량 유리창에 비친 다중초점의 사진이 겹쳐져있어 다양한 시간을 중첩하고 그 시간 사이의 시차를 나타낸다. 이렇게 사진과 경량 재료를 결합하여 조각의 비물질적 가능성을 실험한 작가는 시차와 갱신, 즉 시간의 불균형/오차와 반복의 리듬이 만들어내는 조각적 운동성을 탐구한다


한편 WWNN 신종민 작가의 차량 설치작은 입체를 평면화하고 차량 표면에 프린팅을 바른 권오상과는 달리 오히려 실체의 내부를 노출시킨다. 권오상이 조각의 외피를 탐색했다면 신종민은 그 속을 해체하여 형식의 재구성을 시도한다. 입체적 형상을 납작하게 변형하기 위해 클래식 로우 폴리곤 모델링 기법을 차용했다. 구멍이 뚫려 텅 빈 내부는 보는 이로 하여금 물질의 해체와 시간의 퇴적을 동시에 체험하게 한다. 형태는 마치 열화되어 찢어질 듯한 상태로 존재하며 이는 과거의 시간들이 한데 용융돼 중첩된 층위로 남아 있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분명 자동차를 보고 있으나 이것은 자동차가 아니다. 마그리트적 아이디어 속에 철과 시멘트와 비단으로 만든 신종민의 작품은 조형물 너머의 시간성과 상상력을 환기시키며 매개된 다층적 조건 속에서 현실의 경계를 유예한다.


혜화역 아르코, 25년 4-5월 미니버스전

권오상, 1800장으로 구성된 오류를 위한 오차, 2001, c-프린트,혼합매체, 190×140×320cm, 영은미술관 소장.

WWNN 25년 5-6월 아폴로전

신종민, Asset:/VehicleCar1, steel, cement, silk, acrylic, variable ize,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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