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빈, 자두_enouncter, comfort, leaning, cosmo, oil on canvas, 33.4x24.2cm, 2025


부산 카린 갤러리의. 더 스틸 아워 3인전의 나빈작가의 작품에 눈이 간다.


진홍색 자두에 빛의 하이라이트가 섬세하게 렌더링되어있고 잔털 하나 느껴지지 않는 스푸마토기법 같은 부드러운 그라데이션이 눈에 띈다. 거친 색상 대비가 아닌 중심 오브제와 유사한 계열의 파스텔 핑크를 배경으로 선택함으로써 깊이감을 부드러운 흐름으로 나타내며 무중력 상태의 고요한 부유감을 자아낸다. 정면에서 다소 아래쪽을 향해 비스듬히 놓여져있어 관찰자시점을 살짝 하단에서 상단으로 끌어올린다. 매끄럽고 유리질감의 표면에 광택반사는 두 군데 관찰된다. 광택의 플로우가 중심부에서 외곽으로 가만히 퍼지고 명암 대비를 통해 입체감이 뚜렷하게 표현된다. 일견 동일한 색으로 보이지만 전면이 후면보다 약간 어두워 짙은 버건디부터 밝은 주홍까지 이음새 없이 연결되어 둥근 형태를 부각시킨다. 서예의 대담하고 웅건한 필법의 호방함과는 대척점에 있는 청아하고 섬세한 필법으로 레이어 단위의 컨트롤감이 돋보인다.


나빈, 자두_in the book, oil on canvas, 30x30cm, 2025


형광빛 직전에 톤다운 시켜 파스텔 빛감으로 과하지 않은 네온 라임빛깔 청귤색을 빚어낸 과일은 목재 테이블 위 펼쳐진 백지책 위에 올려져있다. 나무결의 결감이 자연스럽다. 광원의 위치에 따라 좌측 나무 표면은 어둡고 우측은 밝다. 책의 형광빛 윤곽이 인상깊다. 구도와 배치는 지식의 권력을 상징한다기보다 기법을 위한 것이다. 중심원은 만다라 구조를 같기도 하나 완벽한 원이 아니라 미세한 색조 차이로 인해 중첩된 타원형 입체감이 느껴진다. 민트그린과 회녹색은 하단부로 갈수록 서서히 옅어지며 배경 역시 언뜻 단색처럼 보이나 의도적으로 감춘 브러시 윤슬의 자취를 따라 미세한 농담효과가 존재한다. 그림자 처리는 디퓨즈, 단단하지 않고 윤곽선은 가지런히 정돈되어있다. 접시 그림자가 가뭇가뭇 드리워있다


이러한 그림은 작가의 고도의 집중을 요하지만 요란하고 번잡한 서사로 자기 과시하는 그림이 아니기에 쉬이 눈길을 끌지는 않는다. 허나 이런 그림을 그리는 자는 신뢰할만한 사람이며 일상의 사물에서 우주의 신비를 발견할 수 있는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일 것이다ㅡ약간은 예민한, 허나 포용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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