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아름다움, 혹은 유럽어의 묘미(2)
그런 식으로 명사 앞뒤로 부사, 분사, 형용사, 관계사절, 전치사구 등을 넣어 정보량을 늘리는 것이 눈에 보이는 외적 확장이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내적 도모도 있다. 명사 자체에 뉘앙스가 담긴 경우. 헤밍웨이나 저널리스트의 글에서 발견된다. 명상을 하듯 잠시 멈춰서 그 단어를 또렷이 보게 만든다. 그 하나의 단어로 인해 전체 인상이 살아난다.
예를 들어 그저께 코리아타임즈의 geographical chest-thumping. 지리적 가슴두드리기가 아니라 영토에 대한 과시적 행동
...executive order renaming the Gulf of Mexico as the Gulf of America is an act of geographical chest-thumping
어제 코리아헤럴드의 Big beautiful bill is a boondoggle
boondogle 쓸데없는 짓. B의 라임을 살렸다
https://www.koreatimes.co.kr/opinion/20250602/the-right-name-for-the-gulf-of-mexico
https://www.koreaherald.com/article/10501608
사실 여러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일견 화려해보이고 뭔가 대단한 진리를 말하는 것 같지만 무의미한 수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sustainable, cutting-edge, 현대미술의 거장, 기립박수를 받은..
옛날에 스레드에 올린 바 있다
예시를 들지 않고 '다양한'이나 '독특한' '특유의'라는 표현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덕지덕지 붙여서 영양가 없는 공갈빵처럼, 중량을 줄이고 질소충전으로 눈을 속이는 과자처럼, 포장과 디자인은 동일한데 딸기잼 원료와 함량을 줄여 더이상 진하고 꾸덕하지 않아 옛날 맛이 안나는 돼지바처럼
남용되어서 의미를 잃어버린 클리셰를 너무 섭취하면 지적 영양실조에 걸리기 마련
잠시 눈을 고정시키고 숨을 고르게 만드는 글을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