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G한남에서 오지은 작가뿐 아니라 감성빈의 프레임 조각, 태 킴의 눈이 네 개인 그림도 흥미로웠다.




감성빈, Sunset, Tears, Gloomy Day, 황혼, 연리지, 2025


감성빈 작가의 조각된 프레임 속 인물회화는 에곤 쉴레같다.

시선은 수직적 구성의 마야조각 같기도 성각문자 같기도 한 측면의 아이콘에 쏠린다.

어두운 갈색의 목재를 두꺼운 프레임으로 조각해 시선이 쏠리게 하여 작품이 중심이 아니라, 반대로 주변으로부터 중심으로 읽히도록 유도한다.


하여, 중심의 인물뿐 아니라 측면의 얼굴 역시 작품해석에 이바지하는데 이들은 내면의 다중적인 감정을 시사하기도 하고 회화작품 속 인물의 무표정과 고통을 더 증폭하기도 한다



감성빈, Hug, 2025

또 다른 작품, 목재조각은 장욱진 조각에서처럼 한 덩어리의 물성에서 엉켜있는 두 인물을 묘사했는데

장욱진은 베이지색 부드러운 석재색감과 더불어 모자관계 같은 가족의 하나된 유대감을 표현한 따뜻한 감성을 나타내는 반면

감성빈은 다크브라운색감과 거친 표면감과 더불어 상호 파괴적인 인간관계, 사랑하지만 떼어낼 수 없는 관계의 고통을 묘사한다

그러한 물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재앙적인 인간관계의 이중성과 더불어 기하학적이고 분절적인 조형성은 불균질한 마음과 파편화된 감정을 상징한다.


아울러 입체조각은 시선의 위치에 따라 형상이 바뀌어 보이니 관계의 다면성과 오해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전통적인 그리스로마조각으 매끈하고 이상화된 신체를 지향하나, 이 작품은 형태를 왜곡하고 각지게 쪼갬으로써 감정의 실체가 단일하지 않는다는 점을 역설한다.

특히 포옹은 사랑의 증거라는 스테레오타입을 비판적으로 뒤집어 포옹이 때로는 무거운 의무이거나 감정의 억압일 수도 있음을 드러낸다.

많은 유럽회화에서 보듯 프레임의 역할은 작품의 보호와 내외의 구분이다.


그러나 감성빈의 작품에서 프레임은 회화의 연장이자 또 다른 심리적 공간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주체는 인물이면서 프레임 자체일 수 있고, 중심에만 진실이 있다는 시각예술의 고정관념을 흔든다



태 킴, 밝은 분기점, 2025


태 킴의 4-6개의 눈을 가진 여성 그림은 난폭하거나 기괴하기보다는 몽롱하고 환상적이다

겹쳐진 눈과 다중적 시선은 보는 자를 복합적으로 응시함으로써

보는 자가 갑자기 보여지는 대상으로 전환되고

보여지는 작품이 보는 주체로 전복된다

여성적인 형상은 유혹, 연약, 초월적 존재성을 암시하면서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색채와 곡선적인 선율이 상단과 측면의 인물과 배경을 분리하기보다는 뒤섞어 구미호같기도, 구름 위 아른아른 떠다니는 선녀같기도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태 킴, Direction, Burn, Why Love, Cuddle, 2025


신화의 삼안, 주술회전의 육안, 나루토 사륜안, 기생수 오른손이 눈, 퀴클롭스 외눈박이 등 얼굴 중앙의 일반적인 눈 두 개를 제외한 다른 눈은 모두 불가능과 환상의 영역이다


공작새 같이 다수의 눈처럼 보이는 것도, 원래 위치에 있지 않거나 크기가 다른 눈도 모두 요상한 느낌을 주기 마련.

그러나 태 킴 회화의 인물은 파리, 잠자리, 벌처럼 여러 겹의 곤충눈을 지닌 것 같으면서도 그러한 변신테마까지는 의도하지 않은 것 같다.


마치 자각몽처럼, 정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환상 속에 휘말리는 선명한 느낌을 받는다


이번 PBG한남에서 보이는 작품들은 데포르메적, 즉 기형적 모티브가 보이는데 이를 블랙코미디나 현실폭로(역사화)하지 않고 판타지적으로 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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