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BG한남에 다녀왔다
호랑이털같은 타이거 오렌지, 붉은기가 감도는 중후한 버밀리언계열 주황색, 격렬한 붓질과 함께 발광하는 금속성 광택의 크로미 옐로우 같은 강렬한 색채가 표면에서 열정적으로 빛나면서 아래에 잔잔하게 깔린다. 마치 새벽 1시 즈음 위스키 바에서 재즈와 함께 나와 공간이 습합된 순간을 포착한 듯하다. 역삼각형 와인잔과 검은 포도주병 그리고 배경의 흐릿한 형상들은 인상주의적 재현에 그치지 않고 인생의 길을 잃고 흔들리는 감각자체로 마음에 둥실 떠오른다. 묘사의 도구가 아니라 기억의 잔광처럼 색감이 꿈틀대며 화면 위에서 파동을 만든다.
화폭이 시각적 재즈를 연주한다. 규칙 없는 붓놀림은 즉흥적이지만 어딘가 정밀하며 미처 말로 붙잡지 못한 불안과 상실의 음영들을 담아낸다. 유리잔은 투명함을 잃고 빛의 군도로 뿔뿔이 갈라진다. 사물은 존재하지만 실체는 부유한다
오지은 작가의 너의 다정함을 내게, 라는 이 시각적 에세이는 와인색의 향기 속에 우리의 시선을 잠시 멈춰 세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