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설미재 미술관에 다녀왔다


고속도로를 달려 설악 IC에서 나와 국도를 절마냥 내려다보는 깎아지르는 듯한 산비탈에 위치해있다. 자하/목석원 올라가는 정도의 경사다. 산에 걸려있는 운무가 시선의 높이에 닿을락 말락한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고양이가 인상 깊다. 조영철 작가의 몽유도묘(2025)다. 박재연 작가가 석고 표면에 동으로 유동하는 흐름을 표현한 작품도 흥미롭다. 석고 외에 시멘트로도 표면을 발라보았다. 동으로 돌을, 옻칠로 흘러 떨어져내리는 덩어리를 표현한 것도 인상깊다. 하나의 물성을 다른 물성의 감각으로 치환한다.


서울인사아트센터 지하 1층 제주갤러리 (제주, 충북, 경북 등의 지역갤러리가 인사동 한 건물에 위치해있다)에서 했던 김다슬 작가의 스테인리스 스틸 고양이, 물고기, 새, 뱀도 생각난다. 



설미재 조영철쪽이 붉은 색감에 살아있는 듯한 생명성을 조형에 강조했다면 제주 김다슬쪽은 조금 더 선이 화려하고 보이지 않는 기운의 흐름을 포착했다. 잠시 멈칫하고 지켜보는 사람을 경계하며 언제든 도망갈 수 있게 무게중심이 뒤로 잡혀있는 붉은 스텐리스 스틸 고양이는 발에 묘한 긴장감이 있고 꼬리를 높이 치켜들었다. 이에 비해 김다슬 작가의 고양이는 봄날의 제주 모슬포 햇빛을 받는 등 여유롭고 주변의 아지랑이마저 은색 선으로 시각화한 것 같다. 날아가기 바로 전 힘차게 날갯짓하는 매와 나뭇가지에 둘둘 몸을 만 뱀과 그 앞 연못에서 꽥꽥거리는 오리도 인상깊다. 설미재는 눈과 얼굴을 강조했으나 제주는 얼굴보다는 형상화에 방점을 두었다.


갤러리 내일에서 김영목작가가 철사 윤곽으로 전체상을 부여한 작품도 생각난다.


스텐리스 스틸 용접 기술은 건설현장에서 쓰일 수 있다. 따라서 작가는 예술품을 만든 동일기술을 건축주에게 의뢰받은 형상을 구현하기 위해 쓸 수도 있다. 물론 내심 예술품을 셀링해 먹고사는 편을 더 선호하겠지만 기술 자체는 범용성과 현실성이 있고 실리적이다. 한편 배첩 같은 400여개의 사멸직전의 한국민속예술은 타분야로 번역이 안되어 일감이나 보조금이 끊겼을 때 자구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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