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마르크샤갈전에 다녀왔다. 좋은 부분도 있으나 다소 아쉬운 점이 있는 전시였다.


평론가의 평점은 창작자에게 상처가 되고 창작욕을 앗아가기도 한다.

미슐랭 별점이 요리사에게 영광이 되고 대중에게 예술로서 요리의 기준이 되어주기도 하는 동시에 별점하락은 상처와 낙인이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특히 집단창작으로서 영화의 경우 공격적이 평점은 많은 이들에게 해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나 점수화를 제외한 설명만 들어보면 배울 부분이 있다. 평점빼고 비판과 분석포인트만 일별해보면 작품과 업계 전반에 대한 좋은 학습이 될 수 있다.


말을 빙빙 돌리는 까닭은 내가 하려는 말이 이번 예술의 전당 샤갈전에 대한 매도가 아니라 건설적 분석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 평점없이 분석포인트만 제시하고 이런저런 부분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만약 이번 전시를 칭찬하면 보다 수준높은 많은 관객들이 느꼈던 마음을 배반하는 꼴이 된다. 많이들 만족하며 돌아갔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 좋은 점


1. 아마 한국에, 예술의 전당 마지막 샤갈전은 7년 전 2018년이었을 것이다. 이스라엘 미술관 원화였던 게 기억난다. 유럽인상파 일변도인 한국 전시신에 샤갈이라는 인물을 들여오고 관심을 고양시키는 점은 훌륭하다. 샤갈 외에 다른 쉬운 선택지도 많은데 샤갈을 선택함으로서 마이너한 작가를 소개해 공공에 문화적으로 기여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2. 구 러시아제국 벨라루스에서 태어나 유대인으로서 이스라엘과 관련이 있다. 공교롭게도 지금 둘 다 참전국인 나라들이다. 민감한 국제정세 속에서 논란을 피해가면서 그래도 전시를 실현시켰다는 것은 박수받을만한 일이다.


3. 어떻게 가능했는지 모르겠지만 천장을 터서 2층 층고를 만든 부분이 있다. 한가람미술관 1층 전시중 이런 개방적 층고감을 본 적이 없다. 파리 오페라 파트의 건축과 돔을 실감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4. 트렌드에 맞게 이머시브(돔 확대해볼 수 있는 아이패드)와 참여형 테마(한지기법을 돋보기로 보기)를 시도했다


5. 연대기적으로 나열하지 않고 8가지 테마로 재구성했다. 비텝스크(추억의 장소), 의뢰작(우화와 성서), 파리(오페라), 영성(스테인드 글라스), 색채감, 지중해, 기법, 꽃그림. 이는 예산범위에서 반입가능한 작품의 배치를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다


아쉬운 점

1. 그림이 아니라 글을 공부하는 전시다. 시각적 분석에 입각해 그림작품 자체에 집중하도록 되어있지 않다. 우선 들어가면서 긴 가벽에 샤갈의 연대기가 보인다. 물론 샤갈의 바이오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을 위한 친절한 설명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전시장에서 할 것은 아니고 집에 돌아가서 할 것이다. 심지어 연대기는 2개로 중간쯤에 파트2가 하나 더 있다


2. 그림 자체에 집중하도록 개별 캡션이 있어야하는데 작품 기본정보를 제외하고는 단 한 작품에도 설명이 없다. 물론 사람들은 설명 잘 안 읽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꼼꼼히 읽고 배운다. 게다가 샤갈처럼 잘 모르는 사람이면 더더욱. 이게 더욱 문제가 되는 이유는

라퐁텐 우화와 성서부분의 잠재력을 다 못 살렸기 때문이다. 캡션에 해당 우화를 간단하게 요약하고 샤갈이 단 하나의 스틸컷으로 얼마나 창의적으로 전체 스토리를 보여주려고 했는지만 덧붙였어도 전시 자체가 확 살아났을 것 같다. 이 두 번째 파트 볼레르 의뢰작부분을 못 살린게 아쉽다. 아무리 기독교인구가 많고 유럽회화 좋아하는 사람 중 기독교 모르는 사람이 잘 없다고 해도 모세 여호수와 다윗 (이후 출애굽기도 있음)의 어느 구절에 어떤 스토리인지 요약설명이 덧붙여졌다면 기억을 환기하는데 도움되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냥 제목만 보고 아 대충 그 내용인가? 하고 넘어가는 사람들이 더 많은 느낌이다.


3. 그말인즉슨 캡션설명이 없고 작품만 나열되어 있으니 사실상 도슨트 설명을 듣거나 3천원 주고 오디오가이드를 빌려야한다는 말이다. 얼마 못 가서 아 이건 오디오가이드가 꼭 필요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재입장은 되지 않으니 누군가 실패하고 꼭 설명 들으세요! 라고 SNS에 말해줘야하는 구조다. (이전 포스팅에도 많이 언급했다시피 도슨트는 훌륭한 전문가고 대중의 관심을 견인하는 소중한 존재다. 큐레이터와 역할이 다르다)


4. 큰 문제가 하나 있는데 조명이다. 마이아트뮤지엄 이후 노루페인트와 협업한 전시가 많이 보인다. 다양하고 섬세한 컬러는 좋다. 다만 전시 너무 초반에 가면 페인팅 냄새가 너무 안 빠지는 게 흠. 그러나 벽페인팅으로 조명을 대체할 수 없다. 카라바죠 전시처럼 너무 조명이 과해서 번들거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너무 어둡거나 조명이 잘못된 각도로 비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전시에서 거의 유일한 대형 190cm 샤갈 원화 윗쪽 약 10cm를 조명을 잘못 설치해서 그림자가 가리고 있다. 이건 빠른 시일내에 수정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뒷편 오페라 돔 설명은 아예 조명이 없어서 긴 글이 잘 읽히지 않는다.


5. 작품이 부족해서 긴 복도에 작품이 안 걸려있는 빈 벽이 있다.


6. 포토존은 이스라엘 스테인드글라스 밖에 없는데 너무 낯선 음악에 낯선 문화라서 적절히 배치한 것 같지 않다. 사람들은 마지막 꽃 부분에서 인증샷을 찍고 싶어할 듯하다. 물론 저작권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포토존이 부적절하다.


7. 샤갈과 관련성 없는 한지는 왜 갑자기 나왔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돋보기의 확대능력이 대단한 것도 아닌데 설치해둔 이유도 모르겠다. 


8. 대형작품은 3점 가량이다. 중형작품이 10점 남짓이고 22x38cm 정도의 소형작품이 많다.


9. 비텝스크의 기억은 14년 40년대 80년대 작품이 섞여있다. 하지만 설명에 연대기적 설명을 안하고 장소와 감정에 집중한다고 했으니 이해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전시테마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다. 파리, 이스라엘, 색채감, 지중해, 기법, 꽃으로 넘어가면서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줄기가 없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상의 9가지 문제점을 재서술해 요약하면

그림에 집중이 안되고 공부하도록 유도하는 전시다. 긴 연대기를 서서 읽고 공부하도록 되어있다.

그림에 캡션이 없고 특히 있었으면 좋았을 라퐁텐우화와 성서 부분에 없다.

사실상 도슨트나 오디오가이드를 사서 빌려야하는 온전해지는 전시다

조명의 잘못된 설치 특히 대형작품에 그림자를 드리우도록 설치되었고

작품이 안 걸려있는 빈벽이 있으며

포토존과 한지부분이 부적절하며

소형작품 위주에 전시기획에 일관성이 없다.



+ 하나 더 추가하면 출구 프랑스어 번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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