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한미삼청에 다녀왔다. 오늘 매그넘 포토북 전시가 열렸다. 9월까지 하니 여유있는데 시간을 쓸거라면 북촌 다른 갤러리처럼 잠깐 스쳐지나가는 게 아니라 1시간 이상은 잡고 오자. 위치도 통일부 근처 북촌 제일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야하거니와 전시 자체가 포토북 시리즈라 책을 직접 하나씩 펼쳐보아야 관객경험이 온전해진다. 티켓가격도 1만 5천원이니 10분 보고 나가기엔 아쉽겠다


5월 말에 서울북서울 미술관 근처에 최초 사진전문관이 생긴다. 회현역 피크닉 안국역 뮤지엄한미와 공근혜와 국현미 정도를 제외하고는 좋은 사진전이 많이 없었는데 반가운 소식이다


모두가 고화질 사진을 손쉽게 찍고 저장편집업로드할 수 있는 시대에 여전히 사진은 예술로서 유효한가? 

한때 많은 초상화가의 일거리를 뺏고 위용을 한껏 자랑하던 사진의 지위가 디지털시대에 언뜻 하락한 것처럼 보인다. 허나 순간의 감정을 기록해 자서전적 일기를 서술하는 보조매체로서, 그리고 쉬이 잊혀질 역사적 시공간을 기록하는 보도매체로서 사진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친구의 5월 버킷 리스트에 있는 소수 예약제 거주공간 리모델링 갤러리 엑스라지에서도 볼프강 틸만스에게 영감을 받은 작가의 전시가 열려 콜하우스 건축적 아이디어, 사이키델릭, 중간장소 밀리외, 추상화로부터의 신체성 같은 WT의 아이디어를 실험하여 전자의 예시가 되고 있고, 뮤지엄한미삼청에서는 국내국제문제를 탐사한 르포사진작가들의 포토북을 볼 수 있어 후자의 예시가 되고 있다.


북마케도니아, 이란, 개방전 중국농촌, 미주리 시골, 재즈바, 아프리카, 수녀와 창녀/사제와 마피아처럼 성과 속이 공존하는 남부 이탈리아, 아프간, 중남미, 남아프리카 아파르트헤이트에 콩코드까지 스펙트럼이 어질어질하고 개별적으로 학위논문 주제가 될만큼 막중하고 첨예한 사안이다. 특유의 잡지 종이 내음새가 나는 포토북을 하나씩 둘러보면 사회문제를 기록하는 사진작가들이 직조한 네러티브를 톺아보고 그들의 화두를 일별해볼 수 있다.


얼마나 우리가 인류전체의 아젠다에 유리되어 있는지도 알 수 있고..


아프리카 고급호텔이 다이아몬드와 광물의 밀거래 교섭 장소로서 쓰이는 동시에 인생 단 한 번 결혼식 스팟으로 일반인의 꿈이라는 부분이 인상깊다.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수많은 이해관계가, 다른 말로는 많은 이들의 꿈과 목표가 한 공간에 얽혀있다.


보통 우주비행과 달탐사하면 미국이나 소련 등 패권국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잠비아의 우주 프로젝트도 인상적이다. 한 교사가 실행했으나 결과없이 끝난 도전인데 아프리카와 SF를 함께 생각해본 적이 없어 특이했다


전시 자체는 포토북 설명문으로 가득 차 있어서 중간 회랑에서 포토북을 읽는 게 메인인 전시다. 우리보다 더 큰 공동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다. 영원히 만날 일 없었던 이들과 그들이 이 땅에 숨쉬고 살았던 시간을 보존해주어 사진으로마 대면하게 해 준 매그넘 포토그래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625 한국전쟁시 밥 먹던 장면이 찍힌 이 아이는 이제 할머니가 되었겠지. 조선의 전근대, 개항과 개화와 산업화의 근대의 기억이 화장되어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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