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러리 현대 55주년 소장품전 2부에 다녀왔다. 1부 끝나고 2부가 어제 열렸다. 본관은 익히 아는 익숙한 맛이고 신관은 모던스타일이다.
달래 된장 바질 파스타, 고추장 버터 트러플 스테이크, 감자탕 졸인 소스를 곁들인 라자냐와 같은 창의적인 모던 한식 다이닝도 있고 전통과 정통의 원투펀치도 있는 법. 더러는 그냥 옛날 시장에서 욕쟁이 할머니에게 욕과 국을 함께 쳐먹여지던 맛 그대로 된장찌개, 고추장두부찌개, 감자탕을 먹고 싶어할 수도 있다.
그러니 전통한식은 본관(역과 가까운 쪽), 모던한식다이닝은 신관(국현미와 가까운 쪽)이 되겠다
신관의 현대한국작가들은 한지를 태우거나 다양한 마티에르를 보여주며 물성실험을 하거나,
반짝이는 장식예술을 평면회화에 조합거나,
단청색 보자기를 회화처럼 엮어 삼라만상을 시각화하거나,
목탄 스케치로 개념미술을 시도하거나,
수면 위에 비친 검은 나무 그림자의 잔향을 뒤틀어 초현실적 느낌을 주거나
아예 초현실적 요정이 등장하는 고전로마풍 동물조각상을 그리거나
디지털 프린팅 사진으로 교차성과 혼종성을 보여주거나 테두리와 창문의 조형성을 보여주거나
타일로 레터링(청주시립에 거대전, 경기도어린이박물관외면있음)하는 등
각기 나름의 방식으로 현대미학담론과 밀접히 접속하고 있다.
라틴어로 쓰여있는 cum omnia amiseris adipisceris는 네가 모든 것을(omnia 중성복수대격) 잃었을(amitto의 완료접속법과거 2인칭) 때(시간의 접속가 cum), 얻을 것이다(이태동사 2인칭 미래)라는 뜻이다.
그러나 갤러리현대의 수집지향방침이 너무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맛은 추구하지 않는지 동시대와 호흡하되 과하지 않다. 순하고 마일드한 맛이다. 단정하고 젊은 모던보이의 느낌이다. 진한 맛은 리움 피에르위그에, 매운 맛은 국현미나 서울시립에 있다. 불닭 맛도 있는데.. 그건 나중에 별도의 포스팅.
익히 아는 우리 고유의 맛은 곧, 대략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각광받은 작가들로 이번 갤러리 현대 2부에서는 각 작가들의 대표작품 몇 점으로 작가들의 세계관을 정교하게 일별했다. 잘 차린 10첩 이상의 이천 밥상과 같아 이것저것 다 조금씩 맛볼 수 있다. 아울러 익숙하고 온순하니 보고 나서 뒷맛이 개운하다.
곽인식 물 번진 추상 하나,
서세옥 사람들 창의적 표현 하나,
하종현은 아트선재와 국제에서 너무 많이 해서 과유불급이라 생각했는지 배압법 작품(접합) 하나,
조선의 문자도를 오마주해 모던한 문자도를 그린 이응노 하나씩이다.
린넨에 유채로 울트라마린을 다 소거해버린, RM이 좋아하는 윤형근 두 개 둘,
볶은 커피콩 단추를 양감으로 돋운 김기린 둘,
서정적 미니멀란 유희영 둘,
야수파와 정물화의 톤앤매너 전환이 돋보이는 류경채 각 하나씩 비교로 둘
브루탈한 에칭감이 도드라지는 이성자 둘
이렇게 각 작가 두 작품씩이다.
박서보 주특기 묘법으로 세 개 셋,
특유의 푸른 색감으로 산을 그린 유영국 셋,
이우환의 조응 동일테마 크기 달리해서 셋
서양신문지 재생지 색감 바탕에 한문을 약간 섞고 그 위에 빛의
부피감을 보여주는 물방울의 마법사 김창열 셋,
소형 사각형을 묘법처럼 다수 배치한 색면추상의 정상화 셋
기하학적 동심원을 조합한 남관 셋
이렇게 셋 씩이며
무려 사진 찍을 수 있는(?) 김환기가 넷(66, 68, 69,70작)이다.
총 22명인데 몇 명 빼놓긴 했지만 메이저는 다 언급했다.
워뗘? 갤러리 현대의 잘 차린 진수성찬 한 젓갈 하실라예 아니믄 모던 다이닝 한 숟갈 하실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