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금융전공으로 석사까지 하고 외국계은행을 다녔다는 SNS의 이력설명을 보고 꿈과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떤 이를 특정하는 게 아니다. 경제경영을 하다가 전혀 다른 일을 하는 분들이 꽤 있다. 우리나라에 그만큼 경제경영 전공이 많다. 설치되지 않은 대학이 없고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만 하면 잡마켓은 보장되어 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물론 모든 섹터가 포화상태다
경제경영전공한다고 부자되고 주식투자대박나는 것은 아니다. 코인부자 중엔 전혀 관련 없는 전공도 많고 인문학했다가 데이터사이언티스트 되기도 한다. 미국CEO의 영문학 전공언급까지 갈 필요도 없다.
왜 경제경영전공이 많을까 산업화가 이전 부모세대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배불리 먹고 잘 살고 싶은 꿈이 먹고사니즘을 해결해 줄 경제경영으로 발현된 것이다. 더불어 냉전이 끝나고 여행자유화되어 세계를 다녀보니 한국은 너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다는 자각에 유학붐 외고붐 글로벌리더붐이 일었고 글로벌화와 산업화라는 두 가지 꿈이 맞물려 국내 경제경영 학부 졸업 후 해외 경제경영 석박사 혹은 해외 경제경영 학부 유학 후 현지 기업취직 같은 트랙으로 나타났다. 아니면 한국의 외국계기업 취직이라도. 쏼라쏼라 유창한 발음으로 재무재표리딩하며 풍족하게 사는 인생.
이전 부모세대의 꿈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기가 아직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부모의 포트폴리오가 되어가는데 꿈을 실현할 기반이 없으니 부모의 리드를 따라 성장한다
자라나서 문득 돌이켜보니 부모가 설계한 루트를 따라 살아왔는데 그게 축복이자 저주임을 깨닫는다. 불가능한 일을 미리 실현해주고 레드카펫을 깔아주어 감사한 일이지만 스스로 부딪히고 실패하며 나를 알아갈 시간을 박탈한 것이기도 하다
어떤 기술은 어렸을 때부터 숙련을 요한다. 한문 국악 미술 피아노 운동 언어등. 나이가 들어서 시작할 수는 있으나 배움의 감도와 속도가 다르며 인맥도 없고 해당분야 전문 커리어는 힘들다. 취미삼아 할 수는 있을지언정
한편 어렸을 때부터 한 가지 업만 해온 이들은 정해진 꿈을 따라 온 인생에 대한 회한이 있다. 다른 삶은 어땠을까. 내가 정말 내가 잘하는 이것을 좋아하는 것일까, 해야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인가
무엇이 맞는 것일까
나는 사실 뮤지션이 되고 싶었는데 입시해야해서 이과를 갔고
나는 사실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는데 일단 대학을 가고 취직해 먹고 살아야해서 회계사가 되었으며
나는 사실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프로선수 라이프의 고단함에 대해 일장훈계를 받고 겁먹어 공부하다가 성적맞춰 통계학과를 갔다
이런 경우 훗날 나의 꿈을 발견하고 어째야할까
이과전공을 살려 음향학을 하거나 오디오디자인을 할 수도 아니면 비싼 티켓을 사서 공연보러 다닐 수도
갤러리 운영을 하거나 스포츠도박통계사이트를 운영할 수도 있겠다
정답은 모른다이다.
부모로서는 이랬으면 좋겠다하고 길을 닦아주었고
자식으로서는 부모의 기대에 따라 잘 부응해서 열심히 달려왔을 뿐
잘못된 것은 없다
이 길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길을 가면 된다
사람의 길은 너무 다양하고
인생의 어떤 시점에 무엇을 얻게 될지
어떤 루트로 어떤 만남을 하게될지
알 수 없다
그저 지나간 일을 되새겨보고
앞으로 일을 너른 마음으로 맞이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