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 수교 140주년 특별 전시회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

한가람미술관 제3전시실, 제4전시실

2024-11-09(토) ~ 2025-04-06(일)




1. 예술의 전당 카라바죠전은 아껴두었다. 사람 적어서 집중할 수 있을 때까지. 회화작품은 한적한 공간에서 호적한 마음으로 봐야한다


분명 동선상 사람들이 반 고흐 전시랑 같이 보러올 것인데


예술의 전당 일정을 보니 반 고흐 전 3월 16일에 끝나고 3월 18-20에 다른 전시가 없어보여서 이 기간에 갔다. 


게다가 평일 4시 이후 40% 할인으로 2만2천원을 1만3천200원에 구매했다. 일석이조!





2. 이렇게 반 고흐 전 썰물이 빠지고 사람이 없다.



3. 반대로 청담 화이트큐브 모나 하툼전은 일정이 되면 가고 아니면 가지 않는다.


https://www.artsy.net/artwork/mona-hatoum-untitled-wheelchair-ii


https://www.tate.org.uk/art/artworks/hatoum-untitled-wheelchair-t07497


https://www.denverartmuseum.org/en/object/2015.641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전시 사진으로 충분하고 모나 하툼 관련된 논문이나 글을 읽는게 더 이해에 도움된다.


그러니까 어떤 전시는 반드시 한적할 때 가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봐야한다. 유럽회화 같은 것들. 2D 프레임을 보는데 3D로 읽히는 것들


현대예술은 영상이나 설치예술이면 무조건 가서 보고, 조각이나 사진위주에 개념미술이라서 사진으로 퉁칠 수 있을 것 같으면 글 읽는데 더 시간을 쏟는다.


4. 전시 기획이 좋다. 들어가면서 나는 빛과 그림자를 다룰 것이오! 하고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5. 전시 기획이 좋은 부분은 예를 들어 3장에서도 보인다.



아래 설명글에 문단 4개인데 전시 공간에서는 문단 설명 순서에 따라 그림을 배치하면서 각각 특징이 뚜렷한 정물화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여주었다.


1) 카라바조의 정물화 : 사실감 있는 인물들

2) 카라바조 동시대 인물 페데 갈리치아의 정물화 : 자연주의적 과일들

3) 오르솔라 카치아의 정물화 : 종교적 상징

4) 네덜란드 익명 화가의 정물화 : 그리스 신화


서로 특징도 뚜렷하고 배치 순서도 명확하여 보는 맛이 있다. 컬렉션이 더 많았겠다면 좋았겠지만, 한정된 예산 속의 최선의 선택이다.




6. 내가 이번 전시에서 주목한 것은 흰색 물감의 사용이다. 그냥 무심히 묻혀놓은 것 같은데 멀리 떨어져서 보면 빛처럼 보인다. 가까이 가며 흰색에 지나지 않는다. 대단하지 않아 보이는데 고심과 기술이 들어갔다. 어떻게 붓질을 하느냐에 따라 전체 포인트가 바뀌는데 다 완성해놓고 잘못 칠하면 더러워보이고 의도한 효과를 줄 수가 없다. 화룡점정이라...




빛을 표현하기 위한 흰색도 있지만

주름의 흰색

의복의 흰색

성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한 후광(halo)의 흰색

유백색 등 여러 흰색들이 있다.



흰색 물감으로 빛을 가장 잘 표현한 한국 화가는 김창열이다. 가까이서 보면 흰색 물감에 지나지 않는데, 물방울의 투명한 빛을 표현했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art-gallery/2021/01/08/XHGAKQ3ZNREUPPESKIW5ZH6ZD4/




7. 전시 설명을 모두 꼼꼼히 읽었는데 잘 썼다. 우리말로도 자연스럽게 쓰려고 했고, 영어도 훌륭하다. 일대일 번역이 아니다. 신경 많이 쓴 것 같다.



페이퍼에 하나씩 다 다뤄보려고 하는데 우선, 솜씨 좋은 단어 선택 하나만 보자.



첫 번째 문단 마지막에

한글에서 "카라바조는...여행하며....작품을 접하고 견문을 넓혀갔다"가

영어에서 "In his travels... he saw the works of.. "라고 되어있다.


see를 '보다'라는 사전적 의미로 말한 게 아니라 "견문을 넓혀갔다"라고 표현한 점이 훌륭하다.



그리고 문장 차원에서도 한국어는 한국어대로 흐름에 맞게 다듬었다. 


한국어는 술어가 뒤에 위치하고, 술어를 계속 배치하면서 문장을 만연체로 늘려갈 수 있다.


영어는 문장에 주어 동사 하나가 원칙이고, 더 붙이려면 분사구, with n ving, 관계사 수식, 접속사로 붙인다. 


그러니 영어는 문장이 구조적으로 선명하게 구분되는데 한국어로 번역할 때 영어의 문장 리듬을 그대로 따라가면 뚝뚝 끊겨서 어색하다.


네 번째 문단에


"프라체스코 바사노의 <(작품)>는, A, B, C, D...(와 같은) 일상의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관객을 화면 안으로 끌어들인다."


중간 디테일 생략했다. 한국어의 이 문장을 영어는 두 문장이 합쳐진 구조다. 한국어 문장의 술어는 두 개, "묘사하다", "끌어들이다"


"Francesco Basano' canvas depicts <작품 명>." (문장 끊고)

"The viewer is welcomed into the dwelling and participates in the scene full of details that accurately describe the domestic environment .....(생략)"


한국어로 직역했으면 


프란체스코 바사노의 캔버스는 <작품명>을 묘사한다.

관객은 주거 공간으로 초대되어 / 가정 환경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세부 사항으로 가득한 장면에 참여합니다.


얼마나 어색한가! 영어에서 관객은 주어인데, 한국어는 관객을 끌어들인다고 바꾸어놨다. 현명한 의역이다.


invite, welcome into 같은 말은 영어에서 자연스럽지만 우리말에서는 안 살리는 편이 낫다. 특히 무생물 주어일 경우 더 그렇다. 전시는 당신을 초대합니다. 우리말은 이렇게 쓰지 않는다.


welcome into와 participate 합쳐서 참여하나가 아니라 끌어들인다라고 바꾸고, 영어의 또 다른 숨어있는 술어 수식구절의 술어 describe을 부각시켰다.


그럼으로써 영어의 두 문장이 가진 호흡을 우리말이 가진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바꾸어 자연스럽게 읽힌다.


"프라체스코 바사노의 (작품)은 (...) 일상의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관객을 화면 안으로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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