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nytimes.com/2025/03/03/arts/design/francis-bacon-barry-joule.html?searchResultPosition=1
3월 15일 오늘 배송받은 NYT 인터내셔널판 1면과 2면에 크게 실린 기사. 아니나다를까 이미 12일 전 기사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종이로 밖에 글이 읽히지 않으니.
글은 대충 이런 내용이다. 베리 줄(Barry Joule)은 영국의 유명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과 가까운 사이였던 캐나다 출신의 핸디맨(대충 잡역부, 심부름꾼, 이것저것 다 돌봐주는 사람)이었다. 베리는 1992년 베이컨이 사망하기 직전, 82세의 작가로부터 스케치와 그림, 신문 및 잡지 기사 위에 덧칠한 꾸러미(번들)을 받았다고 했다.(According to Joule, Bacon, then 82, handed over some bundles that included hundreds of newspaper and magazine cuttings, some of them with added brush strokes and paint splotches. Joule says Bacon also gave him an album of sketches, with drawings...) 그런데 이 작품들의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미술계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베리 줄은 이전에 자기가 받은 컬렉션을 런던 테이트 미술관에 기증했다. 수십 년 후 미술관은 반환했고, 현재 프랑스 퐁피두 센터가 수용할지 검토 중이지만, 베이컨의 유족 측은 반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해당 작품들이 베이컨의 기법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의심한다. 반면, 다른 이들은 중요한 역사적 자료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베리 줄은 금전적 이익이 아닌, 베이컨을 기리는 것이 목적이라며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들은 미술계를 갈라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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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의 좋은 기사는 첫 문단, 2/3지점, 마지막 문단에 방점이 있는 것 같다. 왜냐. 사람들은 보통 신문을 훑다가 제목을 보고 관심이 생기면 첫 문단을 읽고 첫 문단이 괜찮으면 마지막 문단을 읽은 다음 거기서도 흥미가 생기면 두 번째 문단부터 이제 제대로 읽기시작한다. 첫 문단과 마지막 문단은 요컨대 제목을 제외하고 사람들의 눈길이 가는 부분이라 기자도 신경쓸 수 밖에 없다. 음악으로 말하면 후크 같은 부분이다. 그럼 2/3은 왜냐? 열심히 읽어주는 사람을 위해 그즈음에 자기 생각을 숨겨두었다. 정치철학으로 유명한 시카고의 레오 스트트라우스가 고전철학자들은 박해와 유명세 등을 피하기 위해 관습적이고 일반적인 주장을 하다가 자기 글을 끝까지 따라와주는 이해심 많고 지적 능력 되는 독자들을 위해 2/3지점부터 자기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비슷한 맥락이다. 반드시 고전철학만 그런 것도 아니고 NYT 나 르몽드나 영미유럽권의 좋은 글을 읽다보면 경험적으로 발견하게 된다.
이 기사에서는 2/3 지점에 뭘 숨겨두었나? 뉴욕타임즈에 익명으로 제보한 큐레이터의 입을 빌려 왜 이 진위 논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지를 밝혔다. 기증한 목록이 완전 엉망진창 난리브루스라서 뭐가 베이컨 것인지 뭐가 베리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One curator who once collaborated with Joule on a show agreed to speak to The Times, but only on condition of anonymity, so their name “wouldn’t be dragged into this,” they said. The works and documents in the archive were “a mess,” the curator wrote in an email, “with perhaps a mix of ‘genuine’ material from the Francis Bacon studio and other stuff by people around Bacon, perhaps including Barry himself.”
물론 나머지가 가짜라고는 안했다. 기자니까 객관적으로. 베이컨의 아마 진짜인 자료와 다른 여러가지의 혼합을 기증한 것이다. '아마'의 사용에서 유보적인 태도가 보인다. 이런 단어의 사용도 간단하지만 영리하다. 논쟁은 진행중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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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마지막 문단에 재밌는 영어가 있다.
Joule would only let me hear that bizarre snippet, but he insisted that he had hours more. If so, it seemed like great material for a radio documentary or a podcast. But Joule said he wasn’t interested in anything like that. Instead, he said, he planned to drip feed excerpts to friendly reporters for the rest of his life.
줄은 내가 그 기묘한 이야기 토막만 듣게 해주었지만, 그는 몇 시간 분량이 더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라디오 다큐멘터리나 팟캐스트에 적합한 훌륭한 소재처럼 보였다. 하지만 줄은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남은 생애 동안 친분 있는 기자들에게 조금씩 발췌 부분을 흘려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snippet은 단편, 정보토막, 소식 같은 말이다.
drip은 뚝뚝 떨어지는 것, feed excerpts는 발췌 부분.
짤막한 이야기, 단편성 정보를 여러 동의어로 다양한 뉘앙스를 풍기며 흥미롭게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