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랴오닝성 자매결연 30주년 기념 명대 서화 특별전
京畿道与辽宁省结好30周年纪念明代书画特别展
Special Exhibition Calligraphy and Paintings of the Ming Dynasty
Commemorating the 30th Anniversary of the Gyeonggi Province-Liaoning Sister City Relations
《명경단청明境丹靑: 그림 같은 그림》
2024. 12. 5. ~ 2025. 3. 2.
1. 백남준아트센터와 전시테마에 있어서 상호보완적인 경기도박물관. 바로 옆에 있어서 함께 방문하기 좋다.




2. 오른쪽에는 어린이박물관도 있다. 외벽의 타일이 눈에 띈다. 이것도 작품이다.


작년에 발품을 조금 팔아서 청주시립미술관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봤던 강익중 작가의 작품이다. 2층 규모의 거대한 전시벽 가득 작품이 있었다.
책, 전시, 영화, 음식 등 문화는 어디서 봤던 레퍼런스가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작품을 다시 볼 수 있다. 부지런히 다녀야하는 이유다. 잘 모르는 곳마저 꼼꼼하게. 영화도 박스오피스 순위권 말고도 예술영화도, 전시도 메이저 말고도 이런 저런 화랑과 지방전시도. 베스트셀러말고 주목 받지 않은 신간도

3. 우선 2층 상설전시부터 다시 보았다. 경기도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도자가 있다. 다른데서는 못 본 특이한 작품이다.


아이들도 이 작품이 재밌다고 생각했는지 인터뷰한 영상이 스크린에 나온다.

그것보다 더 특이한 작품도 있다.




4. 경기도는 상당히 넓은 곳이다. 예를 들어 파주 미메시스와 용인 경기도박물관을 하루에 방문하기는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옛 지도를 보면 고양, 파주, 용인 하는 식으로 원이 그려져있고 길은 선으로 표현되어 있다.
당시 사람들의 걸음과 호흡으로는 아침에 식사하고 출발해서 저녁에 도착하는 정도의 걸음이 아니었을까.
지역과 지역을 잇는 중간선은 걸음에 집중하여 시간이 삭제되는 무념의 공간일수도, 자연경관을 보면서, 혹은 벗과 두런두런 대화하면서 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5. 작년 불교 관련 전시 <극락> 했을 때 자매결연 기념 전시한다고 해서 스케쥴에 넣어놓고 있다가 늦지 않게 잘 방문했다.


6. 꽤 소규모 공간이라 전시할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은데 명대 전중후로 나누어서 오대사가 등의 중요한 작품도 소개하고 소청록기법도 소개하는 등 압축해서 명대 서화의 정수를 전달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공간의 제약이 없으면 마음껏 작품을 가져와서 양적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공간 뿐 아니라 시간, 행정, 비용 등 여러제약이 발생한다. 그 테두리 속에서 핵심을 전달하고자 하는 고민의 결이 보인다. 프랑스 사실주의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1857)처럼 페이지당 고료수를 받기 위해 한껏 늘어지게 쓸 수 있다. 에밀졸라의 루공마카르 총서도 페이지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후대에 와서는 당시 사회상을 자세하게 알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아무래도 이야기 전개가 장황하다는 단점은 피할 수 없다. 장황하면 사람들은 흥미를 잃고, 정작 핵심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뇌리에 오래 남지 않게 된다. 헤겔의 강의를 보고 온 어느 신사가 부인에게 한 말처럼, "무슨 말을 한 것인지 모르겠는데 정말 대단하더라고!"



7. 작품은 한 점만 뜯어보자.



8. 한국에서 하는 전시이므로 작품 아래에는 한글 캡션이 있고, 디스플레이에 중국어 설명을 따로 모아두었다.
중국 캡션은 첫 문단에서 작가의 이름, 출신, 대표스타일 등 미술사적 지식을 먼저 전달한 후 다음 문단에서 시각적 분석을 한다. 한국어는 시각적 분석 후 역사적 지식을 전달하는 반대의 순서로 배치되어 있다. 아무래도 중국역사에 정통하지 않은 한국관람객들이 먼저 읽는 단락이 중국이름과 지명이면 이해가 더딜 수 있으니까 배려해서 그렇게 했을 것이다.
9.
먹으로 그려낸 독특한 모양의 바위 위에
치자꽃 몇 송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꽃과 잎사귀에 보이는 붓놀림이 굳세고
먹색이 잘 어우러져 있다
돌 뒤에서 뻗어 나온 연한 색의 망우초는
자연스럽게 하늘거린다
땅 위에 퍼져 있는 잡초는
꽃과 돌들 사이에 뒤섞여 있다
그림은 전체적으로 맑고
작가의 느낌이 잘 드러나 있다
10. 한글 캡션의 시각적분석을 읽고 작품을 보면
바위가 있고
바위 위 치자꽃이 보이고
바위 아래 뒷 배경 망우초가 보이고
맨 아래 잡초가 보이는 등
바위, 치자꽃, 망우초, 잡초 4가지 대상이 레이어화되어 눈에 잡힌다.

11. 중국 캡션을 읽으면 또 다르다.
다 이어진 한 문장의 글로 보이지만 구조상 2가지로 나뉜다.
캡션의 전반부는 시적 운율로 쓰여져 우아한 맛이 있고
캡션의 후반부는 일반 서술체로 쓰여졌는데 고풍스러운 어투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인도 이런 설명을 보면서 배우는 것이 많을 것이다. 작품을 보고 멋진 설명을 보고 작품을 다시 보면서 자국어의 아름다움을 더 풍성하게 느낄 수 있다.
1) 전반부
9-9-4-4의 시적운욜로 되어 있다.
画幅以水墨画太湖石,几株栀子花随风摇曳,花叶挺拔, 墨色交融
9글자, 9글자, 4글자, 4글자로 되어있다. 시적 운율이 느껴진다. 이 덩어리를 더 끊어읽는다.
9글자 끊어읽기는 대략 이렇게 된다. 2-3-4, 2-3-4 huafu/yishuimo/huataihushi, jizhu/zhizihua/suifengyaoye/
4글자는 2-2, 2-2로 끊어진다. huaye/tingba, mose/jiaorong
그러므로, 2-3-4 / 2-3-4 / 2-2 / 2-2로 읽힌다.
9글자, 9글자를 한국어로도 그 느낌을 살려 번역하면
화폭, 수묵으로, 태호석을 그리고 / 몇 송이, 치자꽃, 바람따라 흔들흔들
이다.
4글자, 4글자는 성어로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꽃잎이 우뚝 솟아 / 花叶挺拔, 화엽정발 huayetingba 빼어날 정, 우뚝 솟을 발
먹색이 잘 어우러져 있다 / 墨色交融 묵색교융 mosejiaorong 교류하다할 때 교, 융합하다할 때 융
대략 이런 느낌의 압축적이고 우아한 시적 표현이다.
화폭, 수묵으로, 태호석을 그리고 / 몇 송이, 치자꽃, 바람따라 흔들흔들 / 꽃잎 우뚝 / 먹색 융합
2) 후반부
石后伸出的淡色萱花俯仰多姿
满地杂草穿插花石间给人以清丽秀逸之感
石后 / 伸出的 淡色 萱花 / 俯仰多姿
돌 뒤로 / 뻗은 옅은 색의 망우초가 / 굽어서 쳐다보고 있고 다양한 자태를 뽐내며
满地 / 杂草 穿插 花石间 / 给人以清丽秀逸之感
바닥 가득 / 잡초가 / 꽃과 돌을 뚫고 들어와 / 청아하고 수련한 느낌을 준다.
대략 앞에는 2, 7로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여기서 "굽어서 쳐다보고 있고 다양한 자태를 뽐내며"에 해당하는 俯仰多姿 fuyangduozi에 공부할 부분이 많다.
俯仰부앙fuyang은 구부릴 부, 우러를 앙, 즉 아래로 엎드리고 위로 우러러본다는 뜻이다. 상하적 운동성이 나타나있다.
多姿다자duozi는 많을 다 多 맵시모습 姿, 즉 다양한 모습, 다양한 자태가 일차적 뜻이다. 일반적으로 명사지만 여기서는 술어적으로 풀어써야한다.
그런데 부앙이 아래 위의 상하적 운동성을 나타내면서 다자는 그냥 평면적인 모습이 아니라 입체적인 운동이미지로 바뀐다.
바위 뒤 가운데 뻗어나온 훤화/망우초/원추리꽃이
술어로서 부앙다자, 즉, 위아래로 움직이며(고개를 숙이기도 하고 들기도 하며) 다양한 자태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조금 더 의역하면
바위 뒤에서 뻗어나온 옅은 색의 원추리꽃이 "고개를 숙이기도 하고 들기도 하며 다양한 자태를 보여준다."
바위 뒤에서 뻗어나온 옅은 색의 원추리꽃이 "바람에 살랑이며 우아하게 자태를 바꾼다."
정도가 되겠다.
이렇게 설명을 읽고 나면 뒤의 망우초가 다시 보인다.
한국어 캡션에서 번역된 '자연스럽게 하늘거린다'를 원어를 경유해 더 풍부하게 해석하니 작품이 달리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