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 영화 감독과 제작사가 국제적으로 자신을 증명하고 싶을 경우 영어권 전문 서평가들의 글을 꼭 읽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로 치며 한 줄 평으로 해당하는 짧은 글 안에 유려한 글쓰기가 압축되어 있다.


느낌만 감각적으로 묘사하거나, 좋다 나쁘다 정도만 말하는 일뷰 리뷰와는 차원이 다르고, 아카데믹한 영어를 배울 기회가 있다. 


애국심만으로 우리 영화를 봐주는 선의의 한국 관객을 넘어, 작품 자체로 승부하려면


셰익스피어부터 연극으로 단련된 해외의 전문 관객층에게 작품 자체의 가치를 호소해야하는데


그러려면 그들이 작품을 볼 때 무엇을 보았고 시각적 영상을 어떻게 언어화해서 표현했는지 공부해봐야한다.


그런 평론글은 우리로 하여금, 미야자키 하야오의 표현대로, 1층에 있다가 2층으로 올라가서 세상을 볼 수 있게 하여 시선이 고양되게끔한다.


2. 예를 들어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영어 한 줄 평 하나만 보자.


다음 링크 레딧에 지금까지 나온 미키17의 리뷰가 모아져 있고

https://www.reddit.com/r/movies/comments/1iq74ir/bong_joonhos_mickey_17_review_thread/?rdt=51043


토탈 필름의 리뷰가 인상적이다.

https://www.gamesradar.com/entertainment/sci-fi-movies/mickey-17-review/


Mickey 17 is funny and charming from the get-go, building out a fascinating sci-fi world from its central conceit that ends up speaking to powerful and timely concerns through humor, satire, and exhilarating genre elements. Bong Joon Ho's best English movie to date and arguably Robert Pattinson's best movie ever.


파파고로 대충 번역돌리면 이렇다.


미키 17은 처음부터 재미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유머, 풍자, 신나는 장르 요소를 통해 강력하고 시의적절한 고민에 말을 걸며 중심적인 자만심에서 매혹적인 공상과학 세계를 구축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지금까지 나온 최고의 영어 영화이자 로버트 패틴슨 감독의 역대 최고의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우선 단어만 보자

1) get-goㅡ 처음부터라는 뜻이다. get ready준비! get set하시고! go!출발! 이라는 표현에서 축약된 표현이다. 요이땅 같은 느낌이라고 볼 수 있다.


2) central conceit - 번역기는 중심적 자만심이라고 사전 그대로 번역했는데 틀렸다. 네이버 사전에도 없는 표현이지만 영어 위키피디아에는 있다. In drama and other art forms, the central conceit of a work of fiction is the underlying fictitious assumption which must be accepted by the audience with suspension of disbelief so the plot may be seen as plausible. 드라마 및 기타 예술 형식에서 central conceit은 허구적 가정의 근본적인 개념으로, 관객이 이를 불신의 지연 상태에서 받아들여야 줄거리가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central conceit을 단어 그대로 풀면 "중심 은유"이고, 위키피디아의 영어로 풀며 "근본적이 허구적 가정" 혹은 "허구적인 가정의 근본적 개념"이다.


이 말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풀자면 중심적 허구 설정, 극적 허구의 전제, 혹은 더 짧게 줄이자면 핵심 가정이 된다. 원작 설정이라는 번역은 좋지 않다. 


캐주얼하게 말하자면 작품을 보는데 뭔가 현실적이지 않거나 논리적이지 않지만 스토리가 진행되려며 필수적이라서 덮어놓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어이없다고 생각하는 그 허구적인 설정이 네러티브의 중심이라는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야기의 중심축이 무너진다. 관객이 믿거나 말거나 스토리는 그 설정 위에 움직인다.


예를 들어 매트릭스의 central conceit은, 인간은 시뮬레이션 현실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거부하면 전체 이야기가 무너진다.


미녀와 야수에서 central conceit으 저주받은 왕자가 야수로 변하여 사랑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주의 마법과 구원이라는 설정


그러니 결국 설정상 받아들여야 하는 가상의 전제라는 뜻이다. 그 말은 곧 스토리가 의도한 비현실성이기도 하고,  관객이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임시로 받아들여 허구를 존재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극적 허용이라고도 풀어볼 수 있다.


이러한 모든 맥락을 central conceit하나로 표현했는데,


central이라는 말에 underlying, fundamental 같은 근본적, 핵심적이라는 뜻을 추가하고

conceit이라는 말에 사전적 정의인 은유를 넘어서, 허구, 설정을 추가해

영화, 예술분석이라는 맥락 속에서

최종적으로 관객이 허용해주는 전제, 네러티브의 중심축 같은 의미까지 확장했다.


c와 c로 두운을 맞춘 표현 시리즈를 영어권 화자들은 좋아한다. 두 단어 안에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중심적 허구 설정으로 일단 역어를 고정한다.


3) to date으 지금까지라는 말이다. 한국어로는 역대, 역대급 정도의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4) arguably는 비평 언어에서 많이 등장하는 단어다. argue=주장하다, able=할 수 있다 ly=부사 처리

주장할 수 있으니, 주장할 수 있는데, 주장하건대, 라고 일차적으로 뜻이 이해되고

풀어쓴 의미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아마 거의 틀림없이" 이러 말이다.

정말 자연스럽게 풀자면 "과언이 아니다"라고 하면 좋다. 왜냐면 부사처리해서 앞에 두지 않고 용언 뒤에 보조용언으로 연결하는 게 한국어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llow to도 ~하는 것을 허락하다라고 두 번 푸는 것이 아니라 ~하도록하다. attempt to, try to도 ~하는 것을 시도하다, 노력하다가 아니라 ~하고자 하다, ~해보려 하다라고 쓰는 것이 한국어에서는 자연스럽다.


여기서 해당 문장에서 "주장하건대 로버트 패틴슨의 최고작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아마 거의 틀림없이 로버트 패틴슨의 최고작이다" 보다는 "로버트 패틴슨의 최고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하는 편이 좋다. 앞서 문장 하나가 더 있었기에 단독 문장이 아니라서 더욱 그렇다.



4. 문장 구조 상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


1) 첫 번째 문장의 원래 주어와 술어 : Mickey 17 is funny and charming from the get-go, 

2) ving 연결 : building out a fascinating sci-fi world from its central conceit 

3) that 수식 : that ends up speaking to powerful and timely concerns through humor, satire, and exhilarating genre elements. 

4) 두 번째 문장은 두 개 병렬 처리 : Bong Joon Ho's best English movie to date and arguably Robert Pattinson's best movie ever.


ving연결된 문장은 주어를 중심으로 ~이며 ~이다. 라고 병렬처리 하면 좋다.

that은 이를 통해, 이는 으로 연결하거나, 아니면 아예 문장을 자르는 편이 좋다.


1) <미키 17>은 처음부터(from the get-go) 유쾌하고 매력적이며, 

2) 중심적 허구 설정(central conceit)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SF 세계를 구축한다. 

3) 이를 통해 유머, 풍자, 그리고 짜릿한 장르적 요소를 활용해 강렬하고 시의적인 주제를 탐구한다. 

4) 봉준호 감독의 역대급 최고의 영어 영화이자, 로버트 패틴슨의 최고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3)까지는 영화 자체에 대한 기술이고 - 작품 분석

4)는 감독과 배우에 대한 평가이다. - 의의, 맥락

작품이 이러니, 이런 함의를 낳는다, 로 이어지는 좋은 문장이다. 미술사 시각적 분석과 맥락적 함의에 대한 훈련이 되어있다.


그리고 1~4번의 모든 아이디어를 단 2문장에 우겨넣을 때, 1~3번은 S V 본문장 + ving 로 연결 + that 이하 수식구로 연결해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을 활용했다.



이렇게 읽고 나면

1) 처음부터 재밌다.

2) 시의적 주제를 다룬다

3) SF 세계를 바탕으로 극적 허용을 하고 있다. 실제 사건은 아니지만 스토리 진행상 필수적이 SF적 요소가 있다.

4) 장르적 요소를 활용했다.

5) 유머도 있고 풍자도 있다.

6) 봉준호 감독과 로버트 패틴슨 최고작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간결하고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다 읽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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