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트북이 오래되어서 ㄴ이 잘 눌러지지 않아 자꾸 ㄴ만 오타가 생긴다.


2. 아쉽다. 3월 2일까지 교토, 오사카, 타이베이, 타이중, 타이난, 홍콩 전시가 있었는데 재정 관계로 가지를 못한다.


모아둔 돈은 다 떨어졌고 옛날에 갔던 자료들만 올리고 있다.


2-300만원만 투자받으면 년말에 220-330만원으로 돌려주고 3월 2일까지 일본, 대만, 홍콩 전시를 소화할 수 있을텐데. 


와엘 샤키 전시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데, KTX 비용 10만원과 이동 택시비 (동대구역에서 대구미술관까지 약 1만5천원, 대중교통으로 가기 어려운 위치라서)가 없어서 결국 마지막까지 못 갔다. 


3. 여행 유투버는 많다. 그러나 미술관 박물관을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다. 여기에 약간 블루오션이 있다고 생각했다.


분명 미술관 박물관을 다니는 사람들은 많다. 관심이 있고, 관심이 있는데서 니즈가 있고, 시장이 있다. 유명 기획 전시에는 10만명씩 몰리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은 비단 코로나 이후 반짝 주가를 올린 유투브 채널과는 달리, 꾸준히 오래전부터 있던 것이다.


여러 유투브를 리서치했는데 미술관 박물관 돌아다니고 찍는 채널은 있었다. 그러나 구독자수가 많지 않고, 수익창출도 잘 안되어 보인다. 왜 그럴까?


일단 기술적 제한점이 있다. 미술관 박물관에서 영상 촬영이 안된다. 사진만 찍어서 올리기에는 영상이 끊겨 보인다. 일본은 많은 경우 영상은 커녕 사진 촬영마저 힘들다. 미술관 안에서 고요하게 관람하는 경험을 제공하는데 포커스가 있기 때문이다. 자료화면을 찍기 어려우니 업로드가 힘들다. 자료화면용으로 영상촬영을 위해서는 특별허가를 받아야하고, 그러려면 기관에 소속되어 있어야한다. 촬영에도 촬영시간, 촬영포맷, 촬영장비 등 여러 제한점을 둔다. 보수적인 미술관 박물관의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더해 유투브에 유행하는 예능 포맷과 양립가능하지 않다. 미술관 박물관은 사람 중심이 아니다. 설령 영상을 찍다 하더라도 북적이는 곳에서 자신을 포커스로 영상을 찍기에도 힘들다. 예능 포맷으로 찍는 채널이 있긴 있지만, 해당 업계에서 아는 인맥이 많은 사람이 기존의 인적 자본에 기반해 활동하는 것 같았다.


지금 유행하는 여행 유투브 포맷은 유투버 개인의 매력과 입담에 기반해 여행 가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를 중점으로 한 것이다. 국내 예능 포맷을 외국으로 확장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류의 포맷은 빠니보틀이 유행시켰는데, 그는 절대 미술관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본인도 관심이 없고, 잘 하지 못하고, 구독자의 성향을 감안했을 때도 적절한 선택이다.


일부 유명 미술관에서 유투브에 자신들의 작품을 설명하는 영상을 올리거나, 저작권이 만료된 과거 작품(주로 서양 인상파)을 위주로 도슨트들 설명영상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나름의 분투를 하고 있다.


전시 소개하는 영상, 전시 소개하는 블로그는 꽤 있었다. 수익 창출은 전시 홍보, 티켓 판매에 있다. 나는 이런 데 관심이 없고 내가 취할 바가 아니다.


가장 좋은 포맷은 교육 영상이다. 미술관 박물관의 자료를 토대로 무언가 설명하는 것이다.


역사나 작가의 사생활이나 이런 부분보다는 작품 자체를 보는 법, 시각적 분석하는 법, 캡션의 외국어와 비교해서 이해해보는 법이 더 적절하고 재밌을 것 같다.


4. 저작권 문제가 걸린다. 교육 대상이 되는 자료가 전시장의 작품이거나 큐레이터가 쓴 설명일 경우 어떻게 해야하는가.


처음 이러한 포맷으로 뭔가를 해보려고 마음 먹은 이후부터 이 저작권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미술사 시간에 각주에 대해 엄격하게 교육을 받았다. 예술분야는 출처 문제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사실 유투브 영상들이 저작권 문제에 대해 그레이한 부분이 있는 듯하다. 영화 리뷰 영상에서 배우들 동의 없이 가져다가 쓰는 경우가 많고, 여행 영상은 현지인들의 동의 없이 얼굴 촬영한다. 소속사가 유투브 채널을 일일이 제지하기도, 현지인이 한국 여행 유투버에 설령 자기 얼굴이 나왔다는 것을 보고 한국어로 내려달라고 클레임하기도, 곤란한 점이 있다. 배우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 시켜주고 홍보해주니까, 어차피 현지인 다시 안 만날 거니까 적당히 넘어가는 데서 이런 영상들의 수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미술관 박물관은 그럴 수는 없다. 다루는 작품이 명확하고 저작권 문제를 애매하게 비켜갈 수 없다. 


해결책은 무엇이가? 우선, 전시를 갔다와서 느낀 나의 생각을 에세이로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이후 책으로 출판할 경우 도판을 활용해야겠다면 허락을 받고 저작권료를 지불하면 된다. 


전시관에서 사진 촬영을 허락하는 경우 상업적인 용도는 안된다고 했기 때문에 수익이 창출되는 유투브에 올리는 것은 엄연히 허락되지 않은 것이다. 네이버 블로그도 일단 애드수익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알라딘 서재는 구조상 방문자가 들어와도 수익 창출 수단이 없기 때문에 올려도 저작권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작품 각주 일일이 다는 것이 번거로워 전시장의 캡션을 그대로 찍어 올린다. 1800년대 이전 저작권 만료가 명시된 경우가 가장 안전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작품이나 중세 필사본 같은 경우가 그렇다. 어차피 내 카메라보다 더 화질 좋은 카메라로 전문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이 있다.


여기서 아직 잘 모르겠는 부분은 큐레이터가 쓴 전시 설명의 저작권에 대한 것인데, 아무리 찾아봐도 어디에도 관련 규정이 없다. 아마 전시 설명 자체를 활용해서 무언가 활동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비슷한 부류로는 출판된 책을 소개하는 유투브/알라디너TV나 책에 대한 강연이거나 아니면 책을 필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도 다 저작권 허락 받고 하는 것 같지는 않다. 혹은 대단한 돈을 벌어야 그제서야 문제가 되지, 그전에는 신경쓰지 않는 듯하다. 


그 다음은 번역 및 설명이다. 외국 전시거나 외국어 설명이 병기되어 있는 한국 전시의 경우 외국어와 영어로 되어 있는 것을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해설하는 경우는 문제가 없다. 한국어로 번역해서 나의 언어로 바꾸어 설명하는데서 2차 창작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시로 민음사, 을유문화사 등 세계문학전집을 출판하는 경우 우파니샤드나 서유기나 프랑스 사실주의나 대부분 텍스트가 공개되어 있고 저작권이 만료되어 있어서 번역료만 제공하면 되기 때문에 계속 출판이 되는 것 같다. 그러니 2차 창작자의 아이디어가 들어간 번역+해설은 괜찮다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일종의 멤버십 기반 줌 강의 영상을 시작하고, 그중 몇 개는 유투브도 올려서 유입을 만들고, 책도 써서 고정 독자를 만들고 해야하는 일련의 작업을 해야한다. 이 모든 게 다 차근차근 이뤄져야한다. 


누가 이런 콘텐츠를 소비할 것인가? 


우선 예술지망생, 마케터, 카피라이터 같은 예술관련분야직종, 예술애호가, 직업 관련 없이 전시 좋아하는 사람 등이 있다.


지적 욕구가 높은 청년도 포함된다. 이동진이나 유현준의 유투브를 보는 대학생 중 자기 전공과 관련없이 이들의 지적 레벨에 감화받아서 보는 경우가 많다. 영화와 건축이라는 시각적 분석에 관심이 있는 팬층의 일부가 흡수될 수 있겠다.


직업상, 사정상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을 벗어나기 힘든 사람에게 대리만족을 줄 수 있다. 먹방도 직업상 다이어트를 해야하거나, 위가 크지 않아 소식을 해야하는 사람들이 대리만족을 위해 보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여행 유투버를 보는 구독자 중에는 돌봄 노동을 해야하는 경우, 직장 때문에 장기 휴가가 어려운 경우, 가게를 운영해야해서 멀리 이동이 힘든 경우도 있다. 심지어 상선을 타기 때문에 해외이동은 하지만 루트가 고정이 되어서 원하는 지역을 못 가능 경우도 있었다. 혹은 해외 유학 중이라서 한국이나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의 전시를 못 보는 경우도 있다. 방학해야 겨우 귀국할 수 있고, 잠깐 있는 부활절 방학이나, 주말 며칠 동안 전시 보기 위해 14시간 비행기를 타고 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제철의 다양한 전시를 보고 싶은 수요층은 분명 있을 것 같다. 전시 전체를 영상으로 찍거나, 작품 모두 올릴 수 없어서 아우라 자체를 직접 느끼지 못한다 뿐이지.


그러나 이국적인 해외의 자연 경치나 야경을 찍는 경우에도 어차피 그 아우라가 스크린에 다 담기지 않고, 직접 현장에 있는 사람만 느낄 수 있다. 스크린을 통해 간접경험에 따른 제약이 있다. 그 제약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런 영상을 보는 것이다. 그러니 전시 영상도 마찬가지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예능 위주이 기존 여행 유투브와는 달리 설명+교육을 강화하는 데 있다. 이러면 시장성이 있다.


포인트는 제철 전시, 세계의 미술관 박물관을 계속 돌아다니고 저녁에 갔던 곳에 대한 기록을 올리고 무언가 배우는 게 있게 하는 것이다.


전시 기획 분석, 전시설명 외국어 해석, 좋은 작품을 택해서 캡션의 외국어를 번역하고 시각적 분석해보기 같은 것들.


5.

영화 평론가도 영화 제작이 따로 있는데 그걸로 어떻게 먹고 살지 알지 못한채 그냥 할 수 있는 바를 하다보니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각 자료의 저작권문제에 걸려서 활동 자체를 시작하지 못했더라면 아무 것도 이루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저작권 문제에 대한 고민은 일단 무언가 궤도에 올라간 다음 시작하기로 하고, 대충이라도 퍼블리싱해야겠다 시작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일단은 글이다. 차근차근, 매일매일. 매일 쓴다. 아득히 오래전부터 매일 읽어왔기 때문에 매일 쓸 수 있다.


유투버는 자극적이지만 리텐션이 오래가지 않는다. 폭발적으로 구독자를 모아도 그 안에는 허수가 있다. 매년 유행하는 유투브에 대한 트렌드 책을 읽었는데 불과 1년 전 채널인데도 지금은 낡아보이거나 없어진 것들도 허다하다. 100만 구독자 채널인데도 영상에 1만명도 안 보는 경우도 생긴다.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시절을 잘 만나서 한 두 영상이 몇 백만 조회가 될 수 있으나, 꾸준히 유지되지 않는다. 


내가 택해야하는 전략은 마치 평양냉면 노포처럼 꾸준한 단골을 유치하는 전략이다. 글을 쓰는 자는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의 리듬이 아니라, 천년 묵은 소나무의 리듬으로 살아야한다. 다음 달, 다음 년도에 가도 계속 있는 맛집. 잊을만 하면 생각나는 맛집. 책을 읽는 호흡과 리듬이다.


책을 읽는 독자는 조급하지 않다. 출판업자는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하지 않는다. 일단 착석하기만 하면 3시간 동안 소비되어지는 영화와는 달리 책은 읽는 시간이 제각각이다. 특정 기간만 스크리닝되는 영화는 관객 모으기에 열심이지만 책은 그럴 필요 없다. 1년이 지나도 팔리는 스테디셀러도 있다. 책을 접하는 루트와 계기도 제각각이다. 책은 생산도 홍보도 호흡이 길어야한다. 


그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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