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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전체가 노윤서의 아름다움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금 길고 서사가 있는 화보 트레일러 같다는 생각을 했다. 김민주도 예쁘게 그려졌고, 홍경의 연기도 빛났지만, 영화관의 스크린 보다 더 빛나는 것 같은, 강아지 입꼬리의 노윤서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런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공포, 예술, 사회고발 영화에 출연하느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은 적을 것 같다. 어떻게 해도 편집과 미술로 예쁘게 되며, 심지어 리메이크여서 16년전 작품의 리메이크여서 고정 관객이 해외에까지 확보가 된다.
과거 김희선, 이영애, 전지현 등이 그랬던 것처럼 많으 사람들의 공통적 문화 기억에 특정한 아름다운 컷이 박제가 되면 사람들은 계속 그 예쁜 순간을 기억하게 되고 여배우는 청춘 스타로서 오랫동안 그 후광을 유지할 수 있다. 영화 관객이 많이 줄었는데도 박스오피스 1위를 했다. 노윤서가 출연한 Lee 패션광고가 많이 노출되고, 자선행사에도 포토 라인업에도 마지막 순서이긴 하지마 ㄴ제니, 김연아 등과 함께 언급되고 있는 듯 하다. 이 영화를 계기로 노윤서는 포스트 청춘 스타로서 등판했다고 생각한다.
2. 원작 대만 영화와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두 자매의 부모님이 대만 오리지날 버전에서는 아프리카로 선교를 떠났는데 한국 리메이크작에서는 지방에서 콘도 경영하는 부부로 나온다. 대만은 음식점과 한국은 도시락점이다. 이외에도 몇 가지가 있는데, 이런 부분은 한국의 사회경제적 현상을 반영하지 않나 싶다. 큰 스토리라인은 거의 그대로 원작을 따랐다. 차이점이 있다며 편집점을 잡고 컷을 전환할 때 CF같은 부분이 많이 보였다는 점이다. 수영장이나 호수에서나 약간씩 지루하게 늘어지는 점이 생길 수 있는데도, 배우들의 매력과 아름다움에 취해 그런 지연을 잊게 된다.
수어도 수어와 함께 보이는 얼굴 표정 연기도 다 적절했다. 배우들이 수어 연습을 열심히 했을 것 같다. 영화는 좋아하는 감정을 고백하는 수영장신에서 절정을 맞이 한다.
3. 영화를 볼 때 주연보다 조연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편인데, 아버지 역으로 나오 현봉식은 쿠사리 먹는 가장이나, 조폭의 말단 보스(절대 가장 세거나 멋진 역은 아니다)나, 딸의 꿈을 위해 도와주지 못하는 무능한데 나름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 조선업 중간 관리자(빅토리)같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그런 안쓰러운 샌드위치 역할로 주로 나오는 편이다. 김희선과 유해진의 로맨스가 나온 달짝지근해: 7510에서의 아저씨 역할이 그런 필모 중에 조금 특별했는데..
4. <말할 수 없는 비밀>도 리메이크되었다. 대만 청춘 영화에서 보이는 어떤 잔잔하고 소박하면서 애틋한 사랑의 느낌이 있다. 중국 로맨스는 너무 묵직하고 일본 로맨스의 캐릭터는 다소 정형화되어 있거나 비애를 위한 극단적인 설정을 사용하는 편이다. 감정 역시 사회문화의 산물인데, 너무 장소특정적이지 않은 달달한 감정을 어느정도 국제적으로 공감시키기에 대만 청춘 영화가 괜찮은 선택이다.
미국에서 <코다>가 아카데미상을 탔었다.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의 각색이었다. 이 영화는 가족의 굴레를 넘어 막 사회에 나가서 자기 꿈을 펼치고 싶은 주인공의 서사가 중심이었다. 좋아하면 직설적으로 좋아한다고 말하는 정서에서는 자기 감정 숨기고 못 말하고 뚝딱거리는 태도가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달달함의 국제적 통용이라고 했을 때는 일단은 동아시아 위주이다. 동양은 감정 숨기고 서양은 감정을 드러낸다라는 도식적인 이분법을 취하지는 않는다. 동양권에서 그런 정서가 과거부터 이어져오고 창작물을 통해 학습되고 해서 조금 더 보편적인 측면이 있겠지만, 서양이라고 그런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숨어서 좋아하고 공적으로 자기 감정 말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의 고백을 다룬 일련의 창작물이 많고, 과거로부터 이어져서 학습된 곳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수어로만 대화하는 침묵의 공간을 아름다운 배우들의 얼굴과 표정연기와 파스텔톤의 연출이 다 커버해주었다. 영화는 배경음악마저 말을 아껴오다가 반환점 이후 자기 감정을 고백하는 신에서 처음으로 음성이 터진다. 이런 카타르시스는 대만 원작에서 보다 더 부각되었다. 배우 노윤서는 감독에게 평생 감사해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