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전에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를 찍을 때 캡틴 아메리카와 존 허트 경 등 해외 배우들과 스태프들 앞에서 고사를 찍었는데 돼지 머리는 아이패드로 대신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오늘 우연히 내 알고리즘에 떴다.


검색해보니 다음 링크에 관련 방송의 스크린샷이 잘 정리 되어 있다.

https://theqoo.net/square/1813484105


봉준호 감독 같이 글로벌 협업 경험이 있고 해당 시대의 일반적인 사람과 비교해 보다 열린 시각과 외국어 실력이 있는 사람도 그러할진대, 다른 이들은 어떠하겠는가. 이 부분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고 대안을 찾아보자.


문제는 그냥 대다수 사람들이 대충 원래 그래왔으니까라고만 알고 있고 그 맥락과 의미를 설명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그리고 우리끼리만 살면 아무 문제 없지만 한류가 확산되고 한국 문화에 관심있는 외국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 문화를 외국어(영어)로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더이상 외국에 있는 고급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 영어->한국어로 일방향 독해를 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우리 것을 외국인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한국어->영어로 모드를 치환해야하는 시대가 다다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계화(글로벌라이제이션), 글로벌 리더라는 모토가 유행하던 시기에는 한국어를 영어로 바꾸는 자체에 만족을 했던 것 같다. 그만큼 21세기 이전에는 극히 일부의 한국인만 외국어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할 수 있었다. 88올림픽과 92년 여행 자유화 이전 80년대는 외국에 대한 인식도 외국에 우리를 이해시켜야한다는 인식 자체도 없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는 현지에서 생활했고, 아랍 건설 노동자들은 아랍어를 몰랐으며, 대우맨을 비롯한 상사맨들은 거래 자체에 관심있었지 한국문화는 이벤트용 홍보에 지나지 않았다. 적당히 설명이 없더라도 그냥 한복 입혀놓고 사진 찍는 퍼포먼스로 충분했고, 한복의 명칭, 상징, 의미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을 것 같다. 그정도 여력이 안되었다.


그런데 이제 한류가 확산되고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도 많아지는, 한류의 중흥기에 올라사게 되면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자료가 없던 시절에는 어설픈 외국어로라도 일단 생산하는 게 중요했다. 마치 물자가 없던 시절에는 있는 게 어디야하면서 대충 쓰는 것과 마찬가지다. 치약 브랜드가 하나인 시절에는 치약이 있고 없고가 중요하지 성분이 무엇이고 잇몸강화용도인지 치석제거용도인지 구취제거용도인지 향은 어떤지 용량은 어떤지 그런 세세한 사항을 따지고 있을 여유가 없다. 그런데 이제 한국문화를 브로큰 잉글리시로나마 소개하는 것을 넘어 외국인들이 이해가 가능한 수준으로까지 설명할 필요가 생겼다. 그럼 영어->한국어의 언어적 번역을 넘어서 영어권 사고방식에 맞는 한국어 설명이 필요하다. 그것은 한국어의 표현방식을 재조정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데에까지 나아간다. 한국어도 영어도 둘 다 잘해야하고,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게 아니라, 책을 많이 읽어야한다.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 하나하나 환원해서 치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문화적 번역과 전달방식의 변환을 고민하는데까지 이르러야한다.


아마 할리우드와 협업이 처음인 상황에서, 안 그래도 신경쓸 것이 많은데, 영화업계에 그냥 하던 관습이라 자기도 이유를 잘 모르는 고사문화에 대해 일일이 설명할 필요도 여력도 없었을지 모른다. 혹은 자주있는 일인데, 동양인들은 서양인들 앞에서 자기들만의 무언가를 할 때 약간 쭈그러드는 경향이 있다. 그네들의 매서운 매의 눈초리 때문에 더욱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정작 물어보면 아무 생각없다. 잘 모르니까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일부 웹툰 웹소 라노벨 등에서 자주 보이는, 좋아하는 이성에게 자기 마음을 당당하게 고백하지 못하고 우회하는 것 같은 쭈글거리는 마음이다. 




2.

존 허트 경은 고사문화가 궁금했으나 해소되지 못한 채 세상을 떴다. 혹은 봉감독에게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 아쉽다. 


존 허트 경이 궁금해했던 고사의 역사적, 문화적 의미가 무엇인가? 돌아가신 그에게 가상으로 대충 답해볼까? 


고 존 허트 경! 제가 설명해드릴게요


우선 당신이 보고 있는 이게 무엇인지 명사적 정의를 내려주고 발음을 도와주는 게 현실적이다.


The Korean traditional ritual that you are witnessing is called Gosa—spelled G-O-S-A.

당신이 보고 있는 한국 전통 의례는 고사라고 불러요. G, O, S, A라고 쓰죠.


To pronounce it easily, say "Go", just like in "go home." 

발음을 쉽게하자면 Go(가!)를 발음해서보세요. 집에 가!의 가!(GO)요.


Then say "Sa", as in "safari," but without stretching it into "say-a." 

그리고 사파리할 때처럼 사라고 말해봐요. 하지마 세이아 이런 식으로 a를 늘리지 말구요.


Instead, keep it short and crisp, with a soft "h" at the end for a more natural pronunciation: sah.

대신 a를 짧고 경쾌하게 발음하세요, 마지막에 h를 넣어서 자연스럽게 발음하는거죠. sah.


For a mnemonic trick, imagine someone saying, "Go sacrifice for good luck!"—GO-SA. This not only helps with pronunciation but also connects to the ritual’s meaning.

암기법이 있는데요, 누가 복 빌러 제사간다고 말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세요. 여기도 Go-SA가 있죠. 이렇게 하면 발음뿐 아니라 의례의 의미도 이해할 수 있겠죠.


Put them together, and you get "Go-sah," which rhymes with "no spa." Gosa~ Go sacricfice~ no spa~

정리해서 말하자면 Go-Sah가 되는거요. no spa같은 라임이 나구요. 고사~ 제사 지내다~ 노스파



3. 그럼 이제 역사적 상징적 의미를 말할 차례다.


Gosa is a traditional Korean ceremony meant to seek good fortune and protection from misfortune. It has roots in ancient agrarian and shamanistic practices, where offerings were made to spirits to ensure a bountiful harvest or protection from harm. Over time, it evolved beyond farming and became a common practice in various fields, including construction, business, and entertainment. In film productions, it symbolizes our collective hope for a smooth and successful shoot, free from accidents or difficulties. We usually offer a pig’s head and place money in its mouth, symbolizing prosperity, and arrange food offerings to invite good spirits and ward off bad luck.


Even though Korea has become more modernized and secular, this practice continues because it fosters a sense of unity among the cast and crew. It’s less about belief these days and more about tradition, habit, and creating a shared moment before embarking on a challenging journey together.


고사는 좋은 운과 불운으로부터의 보호를 기원하는 전통적인 한국 의식입니다. 고사는 고대 농업과 샤머니즘 관습에서 유래하였으며, 농작물이 풍성하게 자라도록 혹은 해를 입지 않도록 영혼에게 제물을 바쳤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농업을 넘어서 건설, 사업,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반적인 관습이 되었습니다. 영화 제작에서 고사는 사고나 어려움 없이 순조롭고 성공적인 촬영을 기원하는 공동의 희망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보통 돼지 머리를 제물로 바치고 그 입에 돈을 넣어 번영을 상징하며, 좋은 영혼을 초대하고 나쁜 운을 물리치기 위해 음식을 바칩니다.


비록 한국이 더욱 현대화되고 세속화되었지만, 이 관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믿음보다는 전통과 습관, 그리고 함께 어려운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공동의 순간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자 그러니까 할리우드 스태프들이 듣고 싶었던 것은 별게 아니다. 봉준호 감독도 외국 감독 중 한 명이고, 한국도 여러 외국 중 하나다. 네덜란드에서 온 사람들이 자기 의례를 펼치건, 카자흐스탄 스태프들이 뭘하건, 한국 스태프가 고사를 지내건 큰 상관없다. 한국은 그냥 원 오브 댐이다. 당당하게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알아들을 수 있게 압축적으로.


핵심은 별게 아니다. 안 해봐서 못하는 것일 뿐. 대단한 학술적 지식이나 연구가 필요한게 아니다. 


영화 제작에서 고사는 공동의 희망을 상징한다. 번영을 위한 것이다. 성공적으로 촬영하고자 하는 기원이다. 나쁜 운을 물리치기 위한 것이다.


고사는 공동의 희망이라는 표현이 핵심. 그리고 그 의미(효과)를 몇 개 더하면 끝. 영어권 화자들은 압축적으로 표현된 정의 하나와 그 효과/의의를 몇 마디를 오래 기억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집에 돌아가서 저녁 먹으면서 한 마디 하는 것인데, 보통 이렇게 대화가 오간다.


A: 허니(자기야) 오늘 봉감독 현장에서 어땠어? 

B: 한국 풍습에 따라 의례를 하던데, 고사라고 하더라구. 돈 많이 벌고 촬영 잘 하기 위한 공동의 희망을 상징하는 의식이래. 흥미롭더라구. 

A: 그래 뭐가 있었는데?

B: 돼지 머리 두고 절 하더라구

A: 왜 돼지 머리를?

B: 돈 잘 벌러. 번영을 위한 것이라던데. 한국에서 되게 오래 전부터 해왔대. 우리 업계말고도 여러 분야에서

A: 오오 그래서 한국이 잘 사나보다

B: 메이비


4. 자 가장 중요한 부분. 이게 끝이 아니다. 영어권 배운 사람들은 반드시 후속 질문(followup question)이 따른다. 그리고 유력한 경우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오랫동안 외국 뉴스에서 외국기자의 질문의 방식과 뉴욕타임즈 같은 신문에서 경험적으로 관찰한 영어권 배운 자들의 사고 방식, 접근 방식이 이랬다. 이런 부분이 더 배울 지점이고, 한국이 문화적 선진국이 되는 데 배울 부분이다. 질문을 확장하면서 외연을 넓히는 질문들이다. 이런 부분을 대충 원래 그랬어 하고 퉁쳐버리면 발전이 없다. 공회전만 할뿐이다.


1) 왜 돼지를 쓰나요?

2) 한국 영화계에서 언제부터 고사를 지냈죠?

3) 다른 업계에서도 고사를 지낸다면 영화업계와는 무슨 차이가 있죠?


그럼 대답해볼까? 이런 식으로 말하면 된다. 영어를 쓰고 한국어는 귀찮아서 번역기로 돌렸다.


1) 우선, 동아시아와 한국에서 돼지가 갖는 상징에 대해서 말하면 된다. 여기서 돼지는 이제 정관사를 넣어서 특정해야한다. The N of 이하에는 보통 the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자세한 것은 콜린스 코빌드나 옥스포드 문법참조하면 된다.The symbolism of the pig in Korea and East Asia


One key element of the ritual is the pig’s head, which symbolizes prosperity and abundance. In many East Asian cultures, pigs have long been associated with wealth because of their plumpness, which signifies plenty. In Korea, the word for pig, 돼지 (dwaeji), is also linked to good fortune and financial success. It’s common for people to interpret dreams of pigs as a sign of incoming wealth. In the ritual, we place money in the pig’s mouth as an offering, reinforcing the belief that this act will bring prosperity and smooth operations."


고사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돼지 머리로, 이는 번영과 풍요를 상징합니다. 많은 동아시아 문화에서 돼지는 그 풍성함 때문에 부와 관련이 깊습니다. 한국에서 돼지를 의미하는 단어 '돼지'는 좋은 운과 재정적 성공과도 연결됩니다. 사람들은 돼지를 꿈에서 본 것을 다가오는 부의 신호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식에서는 돼지 입에 돈을 넣어 제물을 바치며, 이 행위가 번영과 원활한 진행을 가져온다는 믿음을 강화합니다."


2) 그 다음 어떻게 언제부터 한국 영화계에서 고사를 했느지 말하면 된다. How (and from whence) the (Korean) film industry adopted Gosa


While gosa originated in agriculture and was later adopted by businesses, the Korean film industry started practicing it around the 1970s-80s, when large-scale productions became more organized. Given the unpredictable nature of filmmaking—equipment failures, weather disruptions, accidents—crews adopted gosa as a way to ensure a successful and accident-free shoot. It also serves as a unifying moment before filming begins, bringing the entire cast and crew together in shared hope and focus."


고사는 농업에서 시작되어 기업에 의해 채택된 후, 1970~80년대 대규모 제작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한국 영화 산업에서도 고사가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제작은 예측할 수 없는 특성이 있어 장비 고장, 날씨 변화, 사고 등 다양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 제작진은 고사를 통해 성공적이고 사고 없는 촬영을 기원했습니다. 또한 고사는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팀워크를 다지는 순간으로, 전체 출연진과 제작진이 함께 희망과 집중을 공유하는 시간이 됩니다.


3) 그리고 나서 영화업계 말고 다른 업계에서 고사는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면 된다. 여기서 industries는 복수이고, 산업이 아니라 여러 업계를 의미한다. differences in Gosa across industries.


Gosa is performed differently depending on the industry. In construction, the ceremony is done before breaking ground to ensure safety and success. In business, companies hold gosa at the beginning of a major venture, often using a pig’s head or other food offerings. The film industry’s gosa is unique in that it emphasizes teamwork—key figures such as the director, lead actors, and producers take turns bowing and placing money in the pig’s mouth, reinforcing a collective wish for success.


고사는 업계에 따라 다르게 진행됩니다. 건설업에서는 착공 전에 고사를 올려 안전과 성공을 기원하고, 사업에서는 주요 사업이 시작될 때 돼지 머리나 다른 음식을 제물로 바칩니다. 영화 산업에서의 고사는 팀워크를 강조하는데, 감독, 주연 배우, 프로듀서 등의 주요 인물들이 차례로 절을 하고 돼지의 입에 돈을 넣으며, 성공을 위한 공동의 소망을 강화합니다.


4) 그리고 마지막으로 적당히 마무리 wrapup을 한다. 매우 중요! 나열만 하고 끝나면 똥 싸다만 느낌이다. 말할 때 마지막에 클로징 멘트를 해줘야한다. 말한 것을 솜씨좋게 재서술(paraphrase)하거나 인사이트를 제공하거나 다른 큰 문맥으로 확장시키는 열린 질문을 하느 것이다. 이 부분이 영어권 교육과정의 핵심중의 핵심이다. 여기서 배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드러난다. 이런 서술을 할 때 같은 표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동의어를 얼마나 많이 아느냐에서 어휘 수준이 드러나고 어휘량이 영미권 교육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다양한 방식으로 말할 수 있겠지만 대충 이렇게 써보면 깔끔하다.


In some cases, the ritual is performed symbolically with just food offerings instead of a pig’s head, especially if the team prefers a more modern or less religious approach. However, many still prefer the traditional version, believing it strengthens the team’s bond and respects cultural heritage. In my case, I used an image of a pig’s head on an iPad, in case my Hollywood staff or the kids on my team, who are unfamiliar with this ritual, might be uncomfortable with a real pig's head. However, if I were performing it in Korea, we would definitely use a real pig's head, as there are excellent restaurants specializing in pork dishes like gukbap and samgyeopsal. We should go together one day to try some delicious pork! The treat’s on me.



일부 경우엔 돼지 머리 대신 음식만을 제물로 바치는 상징적인 방식으로 고사를 진행하기도 하는데요. 팀이 더 현대적이거나 덜 종교적인 접근을 원할 때 그렇죠. 그러나 많은 이들이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을 선호하는데 왜냐면 고사가 팀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문화적 유산을 존중한다고 믿기 때문이예요. 내 경우엔 아이패드에 돼지 머리로 대신해쓷네, 혹시나 내 할리우드 스태프나 내 팀의 어린아이들이 한국 고사를 잘 몰라서 실제 돼지 머리 가져다두며 불편해할까봐예요. 하지마 한국에서 했더라면 진짜 돼지 머리를 사용했겠죠. 돼지국밥이나 삼겹살 같이 돼지고기요리를 잘하는 레스토랑이 한국에 많으니까요. 맛있는 돼지고기 저랑 같이 때리러가시죠. 제가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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