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안국 

순간이동

2024-10-18 ~ 2025-02-16

지하1층 7전시실


1. 한 번 갔다가 VR예약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관람이 어려워서 싹 다 VR 예약하고 와서 다 봤다.

VR로 보지 않았다면 이 전시는 10%도 못 본 것이라고 확신한다. 영화는 대중적, 일방적, 유투브 등 핸드폰 스크린을 통한 소셜미디어는 개인적, 일방적, VR기기는 폐쇄적, 일방적. 한 번에 한 명 밖에 관람이 안된다는 점에서 영화 혹은 TV와는 완전 반대에 있지만, 나만 느끼고 나만 경험한다는 점에서 몰입감이 대단하다. 말 그대로 10분-30분이 순간이동 되었다. 닭다리가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하는 것처럼 기기 착용부터 탈착까지 모든 VR작품관람시간은 순삭되었다.


2. (MMCA에서 예매) 

유태경VR_근로의 끝에는 가난이 없다

 - 1900년대 초 경성의 단성사에서 상영하는 1800년대 말 느낌의 조선 농촌 이야기. 요행을 바라지 말고 주은 지갑은 돌려주고 열심히 근면성실하게 노동하면 된다는 교훈적인 이야기. 약간의 인셉션 느낌. VR기기로 경성의 극장 안에 들어가서 영화관을 배경으로 변사가 낭독하는 무성영화를 본다. 스크린 안의 또 다른 스크린. 즉, 무성영화가 상영되는 스크린에서 눈을 떼고 360도 한 바퀴를 돌면 영화관 내부인 것이다.


리사 잭슨VR_비다반 첫번째 불빛

 - 캐나다 토론토 광장이라고 했는데 내가 만약 거기를 가봤더라면 더 실감났을 것 같다. 블레이드 러너와 월-E가 생각나는, 무너지고 황폐해진 도시에 유목민처럼 살아가는 듯한 천막이 있다. 원주민어로 자연에 감사하라는 대사가 화면으로도 표시되고 소리로도 들린다.


김진아VR_미군위안부3부작 <동두천>, <소요산>, <아메리칸 타운>

 - <패배를 껴안고>가 생각나는. 배우는 김보령. UCLA 제작.

 telling보다는 showing을 선택. 집창촌에 사는 미군위안부의 삶의 적막함과 고독함 자체를 공간과 장소를 통해서 보여주었다.

 배우 픽도 좋고, 배우 연기도 적절하다. 삶에 찌들어있고, 하루하루의 환락과 밤낮의 낙차에 자아가 무뎌져가는, 사회에서 낙인찍히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미군위안부의 표정을 아주 적절히 표현했고, 그 연출의 방식 또한 좋았다. 사람은 잘 드러나지 않고, 공간에서 거울에서 간접적으로 표현되는 방식도 좋았다. 미군의 얼굴은 없고 소리로만 들린다. 이태원이나 홍대의 세련된 클럽이 아니라 시골의 클럽과 80-90년대 지은 판잣집과 같은 허름한 건물같은 위치선정도 적절하다. 다 쓰려져가는 성병검역소에서 빗소리와 함께 커져가는 울음소리가 공간에 덧입혀진다.


랜달 오키타VR_거리의 책

 - 히로시마를 떠나 캐나다로 이민간 할아버지를 추억하는 일본계 손자의 이야기. 


권하윤VR_구보 경성방랑

 - 구보가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며 방황하는 하루를 따라간다. 캐리커쳐와 같은 그림체 속에 함께 참여. 경성의 트램전차를 타고 가는 느낌이 쏠쏠하다.

 나는 구보가 어떤 의미에서는 creep과 같은 20대의 우울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 도시에 사는 청년이 느끼는 감각은 지금 읽어도 현대적이다.


김경묵VR_5.25m2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남자가 사는 감옥을 대리체험하는 VR. 화장실도 있다. 벽면에 붙혀져있는 상품가격표에 참치, 참기름, 내의, 옷, 블랙커피 등 물품의 가격 1090원, 코드번호 450 따위의 디테일이 아주 생생하다. 감옥 안에서 아무리 서성이더라도 세 걸음 이상 다닐 수 없는 옴짝달싹할 수 없는 감각이 특징적. 위의 권하윤의 작품이 100평 정도 되는 공간을 아주 마음껏 사용하는데 반해 몇 평 안되는 감옥의 옭죄여오는 공간감의 차가 확실히 느껴진다. 앞에 책이 성경, 아즈망가 대왕, 켄 윌버의 심리학, 코스모스,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같은 보통 함께 조합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조합하지 않을리도 없는 종류의 책들이 있었다.



3. 간 김에 <올해의 작가상 2024> 권하윤 VR 작품도 보고 왔는데, 이 전시는 아직 하고 있고 네이버에서 예약하면 된다. 다만 이 작품은 감상하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원숭이처럼 보고 찍는다는, 관람참여자가 전시작품의 일부가 되어버린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VR기기를 착용하고 작품에 침잠해있기 때문에 자기가 찍혔는지 누가 자신을 보고 있는지 알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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