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올린 제철밥상 - 구황작물로 만드는 윤혜신의 101 건강 레시피 ㅣ 행복한 삶을 위한 건강한 레시피북 시리즈 3
윤혜신 지음 / 영진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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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올린 제철밥상>이라는 책을 선택했던 건, 요즘 일 한다고, 늦둥이 육아에 지쳤다고 변명해가며 자꾸만 인스턴트나 간편식을 밥상에 올리기 시작한 나를 반성하기 위함이었다. 아직은 어린 아이가 있는데도 양심이 어디 간 건지 아무렇지도 않게 외식이며 배달음식이 잦아지기도 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가족에게 건강한 밥상을 차려 먹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부지런"은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자연을 올렸다는 제철밥상 레시피를 들춰보면 무언가 해답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계산에서다.

 

 

 

책의 부제목은 "구황작물로 만드는 101 건강 레시피"이다. 구황작물... 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막연하게 고구마, 감자... 같은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 밖에는. 책에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날씨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며 비교적 생육 기간이 짧고, 산과 들, 논밭, 호숫가 등 땅이 거칠어도 자랄 수 있는 작물" 그래서 흉년이 들거나 먹을 것이 없을 때 바로 이 구황작물로 날 수 있었다고 한다.

 

왜 구황작물이어야 할까? 그냥 제철에 나는 과일, 채소, 잡곡 등으로 먹으면 되지 않을까? 작가는 "다소 거칠면서 단단하고 거무스레한 구황 음식들"은 "쉽게 구할 수 있고, 오래 묵히지 않고 조리해 먹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손질과 보관법에 대한 설명이 있어 좋았다. 주부이지만 주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지라 장을 봐 오면 그저 냉장고에 때려 넣기만 하는 나로서는 더욱 부지런해져야 하는 이유를 준다. 감자, 고구마 같은 경우 금방 먹을 것 같으면서도 잠깐만 잊어도 싹이 나고 줄기를 뻗어가니 말이다. 고구마는 맛이 없어지고  감자는 독이 생기니 가족의 건강이 위협이 아닐 수 없다. 한 장 복사해 냉장고에라도 붙여놔야겠다.

 

책은 크게 계절별로 나뉘어 있다. 제철 나물이라고 해도 요즘엔 비닐하우스나 생육 조건이 좋아 다양한 계절에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목차가 나뉘었다고 해도 한 계절에 한 재료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좋았다. 한 가지 재료로 다양한 조리법을 볼 수 있어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여름엔 시원하게 얼갈이를 가지고 무침을 할 수 있다. 왼쪽 페이지에는 정갈하게 만들어진 사진이 차지하고 오른쪽 페이지엔 레시피와 만드는 시간, 재료와 양념 뿐 아니라 재료의 좋은 점이나 주의할 점 등이 소개된다. Tip을 통해선 손질법이나 보관법 등을 참고할 수 있다.

 

얼갈이를 사본 적이 있던가. 한 번도 없다. 결혼 이후 항상 이용해 온 재료만 사서 만들던 음식만 만들었다. 김치 종류나 뭔가 시간이 걸리는 것들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실 봄동 무침이나 얼갈이 무침, 겉절이는 재료만 다를 뿐 만드는 법도, 양념도 어렵지 않다. 그동안 내가 만들지 않았던 이유는, 그저 귀찮아서다. 여름 얼갈이 무침이 참 싱그러워 보인다. 이번 여름에는 얼갈이를 사다가 꼭 얼갈이 무침을 만들어봐야겠다.

 

 

우와~~~ 여름 얼갈이 무침이 가을이 되면 우거지지짐으로 해먹을 수 있단다. 우거지는 항상 무청을 말려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우거지가 아니라 시래기라고 한다. 우거지와 시래기가 같은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그냥 얼갈이를 가지고도 이렇게 데쳐 우거지지짐을 만들 수 있다니! 요리 혁명 같았다. 음식점에서 맛있게 먹었던 요리들을 나도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이 조금 생겼다고 할까.  

 

<자연을 올린 제철밥상>에는 어떤 특별한 요리를 소개하고 있지는 않다. 우리가 항상 집에서 해먹는 반찬들, 시골에 가면 할머니들이 해주실 것 같은 반찬이나 죽,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조금 요리에 자신있는 주부들은 이 요리책을 보고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조깍두기나 묵전 같은 특별 요리도 있지만 대부분은 평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건강함"을 먹으려고 노력한다면 분명 도움이 되는 요리책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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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1 ㅣ 사계절 1318 문고 104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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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길고 긴 터널을 지나온 듯한 기분이다. 잠깐 책을 덮고 여기가 어딘지, 생각했다. 현실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놓고 몇 시간이나 꼼짝 않고 앉아 책을 읽은 평범한 주부지만 기분은 수남과 채령을 따라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 뉴욕으로, 다시 충칭에서 서울로 돌아와 몇 십 년 동안이나 그녀들을 따라다니던 운명의 장난을 함께 한 동지 같다.

 

처음엔 조금 가볍게 생각했다. 책 띠표지에는 "청소년문학의 아이콘, 이금이 작가의 첫 역사 장편소설"이라는 문구가 화려하게 붙어 있지만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이 책 또한 그동안 작가님의 독자층인 초등 고학년에서 청소년 수준의 역사 소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길지 않은 2권의 책이지만 난 이 책을 꼬박 2주일에 걸쳐 읽었다. 가독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 번 잡으면 책을 놓을 수가 없다. 하지만 무언가 불편함이 계속 따라다녀 단숨에 읽어내리진 못했다. 그리고 생각해냈다. 이금이 작가님 만이 가진, 심리 서술 방법. 가만히 아픈 상처를 다독여 주고 어루만져주기 보다는, 스스로 헤쳐 나가라는 듯이 인간의 양면성을 거침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유진과 유진>이나 <신기루>에서처럼.

 

소설은, 윤채령이라는 인물을 다큐멘터리로 만든 강작가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자작의 딸>이라는 이름으로 방송된 이 다큐멘터리는 꽤나 성공을 거두었고 작가는 조금 우쭐한다. 하지만 그런 작가에게 요양 병원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렇게 만난 한 노인은 자신이 인터뷰했던 윤채령과 많이 닮았다. 그리고 이 노인은 자신이 바로 "윤채령"이라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이 할머니와의 만남은, 윤채령과 김수남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수남은 너무나 가난한 삶을 이어가던 집에서 천덕꾸러기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에 자동차가 들어왔다. 땅의 주인 윤형만 자작과 그의 딸이다. 윤형만은 자신의 여덟 번째 생일 선물로 나이가 비슷한 시중 들 아이를 데려가려 왔고 그렇게 낙점된 아이는 가기 싫다고 버티는 중이었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1권 62p

 

그렇게 시작되었다. 윤채령과 김수남의 만남은. 한 소녀는 번듯한 집안의 막내딸로 부족한 것 없이 자랐고 한 소녀는 단지 굶지 않기 위해 선택한 시녀의 삶에 충실하게 자라났다. 시대적 상황이나 배경 같은 건, 배불리 먹고 등 따신 사람들에게나 걱정거리였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채령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건 당연한 것이고 자신이 탐내서는 결코 안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수남은 힘든 일과 속에 짬을 내 조선글을 배우고, 일본어를 배운다. 어쩌면 이런 그녀의 학습 호기심과 의욕이 그녀를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이끌었을지도 모르겠다.

 

채령을 위해 또다시 자신의 위치를 버리고 "자작의 딸 윤채령"으로 살게 되었을 때도 그녀는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그리고 조금씩 성장한다.

 

"그동안 수남은 그게 부당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여자가 남자에게, 가난한 사람이 부자에게, 신분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한테, 무식한 사람이 많이 배운 사람한테, 조선 사람이 일본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차별받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2권 158p

"수많은 질문에 마음 깊은 곳에서 일곱 살 수남이 '거기'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대답했다. 강휘가 여기까지 온 널 존경한다고 했던, 바로 '여기'에 다다를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수남이 품었던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열망 덕분이었다."...2권 213p

 

한 인간이 가진 배움의 목마름이 얼마나 사람을 성장시킬 수 있는지를 보았다. 일제강점기부터 광복을 거쳐 6.25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역사 한가운데서 한 인간이 얼마나 휘둘릴 수 있는지, 혹은 얼마나 무관심할 수 있는지도 보았다. 아마도 그런 불편함일 것이다. 아무리 악한 이들이 득시글댄다 해도 누군가 한 명의 영웅이 나타나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한데도 책은, 소설은 그저 현실을 담담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한없이 복잡하고 다면적인 존재로 완전한 선인도 악인도 없다. 누군든지 자신의 욕망이나 이익 앞에서 흔들리며 살아간다. 그런 인간을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프레임에 가둬 이분법적으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7p 작가의 말 중에서

 

바이칼 호수에 가고 싶어졌다. 광활한 대지와 깊고 푸른 호수를 보며 깊은 심호흡을 하면 강휘와 수남이가 느꼈을 감정이 일어날까. 하루하루 살아가느라 급급했던 마음이 조금은 넓어지고 여유로워질 것 같다. 이 책이 조선 만을 대변하거나 옳고 그름만을 따지지 않아서 좋다. 얼마나 많은 역사적 고증을 거쳤을지 상상할 수 있어 좋았다. 두 여자 주인공과 함께 그 삶이 해피엔딩이든 아니든 전세계를 여행하듯 그녀들의 청춘을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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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테레사
존 차 지음, 문형렬 옮김 / 문학세계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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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차, 라는 이름은 처음 들었다. 차학경이라는 이름도 처음이다. 미술 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이름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술은 어렵다고, 관심은 있지만 깊이는 잘 모르는 평범한 나로서는 미국에서 신진 예술가로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던 젊은 여류 예술가를 알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름을 몰랐다는 데에는 조금의 죄책감이 든다. 젊은 나이에 짧은 생을 마감했던, 그녀였다. 한국 땅이 아닌 미국에서 강간 살인 당한 그녀의 짦은 생을 몰랐다는 사실이, 같은 한국인으로서 죄책감이 들게 한 것이다.

 

<안녕, 테레사>는 테레사 차의 친오빠인 존 차가 20년에 걸쳐 집필한, 법정 장편 실화 소설이다. 가족을 잃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큰 아픔일 테다. 그 죽음이 자연사나 병으로 인해 혹은 사고로 인한 것일 경우에도 견디기 힘들 것인데 테레사 차의 경우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의 아픔을 주는 죽음이었다. 이후 그녀를 강간 살인한 범인이 지목되고 그에 대한 재판이 계속되면서 그 아픔은 또다시 파헤쳐지고 파헤쳐져 끊임없는 고통을 주었을 것이다.

 

오빠 존 차는 동생의 죽음을 알게 된 이후 재판이 마무리 될 때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하고자 했다. 물론 직접 증인으로서 서야 했기에 법정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숱한 담배와 서성거림으로 버터야 하는 시간이 존재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다른 이들의 말을 통해, 법정 기록을 통해 모든 과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노력은 사랑하는 동생을 잘 보내주기 위한 그의 버팀목이 되었고 20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다른 이들에게 동생 죽음의 진실을 알리는 책으로까지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소설은 오빠 존 차의 의식을 따라가며 전개된다. 따라서 존 차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을 독자는 함께 느낄 수 있다. 함께 궁금하고 의아하고 분노하고 한탄한다. 뻔뻔한 변호사들의 말도 안되는 변명이나 주장도 함께 들어야 하고 모든 진실을 낱낱이 들여다 볼 수 없는 답답함도 함께 느껴야 한다. 그렇기에 책의 마지막 즈음에 가서는 도대체 이 재판이 어떻게 끝나갈지 함께 흥분하고 함께 분노하게 되는 것이다.

 

"지하실에서 발견한 네 장갑이 모든 걸 바꾸었다. 난 인생이 변한다는 걸 알았지만 어떻게 변할지는 몰랐다. 난 장갑의 이미지에 집착하고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93p

 

사건이 발생한 빌딩은 테네사 차가 강간 살해당한 곳이다. 하지만 깊고 깊은 지하실 속에서 그 발생 장소를 찾을 수가 없었고, 신기하게도 피해자 가족(남편, 오빠, 동생 등)이 이 장소를 발견하고 그녀의 유품 몇을 찾게 된다. 자신들이 찾아냈다는 자랑스러움 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이가 존재했던 그 마지막 장소와 남겨진 물건들의 기억이 이들에겐 평생을 쫓아다닐 것이다. 더군다나 예술가 테레사가 남긴 장갑은 누구보다 그녀를 잘 이해하는 오빠에게 잊을 수 없는 이미지로 각인된다.

 

책을 읽으며 내내 정의가 실현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럼에도 한 줄기 빛인 듯 미소짓게 만든 것은 이 피해자 가족에게 우호적이었던 경찰, 검찰측이다. 직접 사건 발생 장소를 돌아볼 수 있게 하고 수사 과정이나 재판 과정 진행을 수시로 연락하며 알려주는 등 피해자 가족들을 배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언제나 "만약..."이라는 가정은 필요치 않다. 그럼에도 이 젊은 한국 예술가가 이렇게 안타까운 죽임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지금이라도 그녀의 진실을 알게 되어 기쁘다. 기회가 되면 그녀의 "손 전시"를 꼭 관람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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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0년에서 친구가 찾아왔다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2
안야 슈튀르처 지음, 율리아 뒤어 그림, 김완균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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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SF 동화에 푹~ 빠져 있던 때가 있었다. 약 1년 반 정도였는데 그때만큼 행복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그다지 과학에 관심이 있는 아이가 아니었음에도 50년 후, 100년 후의 모습을 담은 그 이야기들은 나의 상상력을 극도로 자극했다. 어쩌면 지금도 어느 정도의 과학 지식을 갖고 있는 건 그때의 도움이 아니었을까.

 

<2120년에서 친구가 찾아왔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미래 이야기를 담은 공상 과학 동화이다. 하지만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는 이야기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미래에서 온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우리의 행동을 돌아보게 되고 반성하게 되는 환경 소설이다.

 

"요하난이 사는 시대에는 모기 같은 곤충이 없다. 숲도 없고, 늑대도 없고, 다른 동물도 없다. 한마디로 야생 동물은 모두 멸종했다."...16p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몇 년 전부터 북극의 얼음이 녹아 북극곰이 설 땅이 없다는 이야기를 근근히 듣기는 했어도 그건 그저 우리와 먼 북극의 이야기이고, 약간 걱정은 되었지만 우리 옆에 있는 숲이나 가까이 살고 있는 야생동물들이 모두 없어진다고는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본다면 ... 충분히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무서워졌다. 2120년이면, 나는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리 먼 미래가 아니기에 내 아이들은 살아있을 터인데 그런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진정 걱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소설은 2120년의 요하난이 2050년의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오면서 시작된다. 그저 아름다운 환경을 보고 싶었던 일행을 뒤쫓는 파울루스 박사 때문에 요하난만 미래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게 되고 과거에서 만난 친구들의 도움으로 이 난관을 헤쳐나간다는 이야기이다. 파울루스 박사는 과학적 윤리는 제쳐두고 어째서 이 미래인들을 뒤쫓는 것일까.

 

"시간 여행자들의 존재는 두 가지 사실을 말해 주었다. 첫째는 계속되는 생태계의 파괴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미래는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둘째는 시간 여행이 정말로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52p

"너무 늦은 거지. 동물도, 숲도, 산호초도 더 이상 없다는 말, 너도 들었지? 바다는 물고기 한 마리 살 수 없을 만큼 완전히 죽어 버렸다. 그뿐만이 아냐. 가난한 사람들은 문밖에서 죽어가는데, 부자들은 담을 쌓아 놓고 자기들끼리만 안전하고 호사스러운 주거ㅗ 단지 안에 틀어박혀 있다고. "...168p

 

하나도 부럽지 않은 세상, 가고 싶지 않은 미래를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미래는 바로 우리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환경이 무너지고 더이상 살 수 없는 상태가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지금 당장 뭔가를 하는 거예요. 그것도 옳고 좋은 일로 말이에요."...249p

 

아마도 작가는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당장! 옳고 좋은 일을 하여 현재부터 바꾸어 나아가야 미래도 좋은 방향으로 바뀐다고.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들은, 인위적인 것들이 아니다. 자연의 웅장함, 아름다움, 위대함이다. 그런 자연을 이렇게 함부로 대해도 되는 걸까. 결국 우리는 자연에 의해 살아가는 것인데. 아이들에겐 이 책 속 메얼린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 보자. 그리고 하루에 하나씩이라도, 생각이 날 때마다 옭고 좋은 일을 실천해 보자. 현재에서부터 나의 미래가 조금씩 바뀌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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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범스 20 - 지옥의 유령 자동차 ㅣ 구스범스 20
R. L. 스타인 지음, 정은규 그림, 김경희 옮김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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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범스 시리즈를 처음 접한 건 지나가는 버스의 광고판에서였던 것 같다. 책이 영화화되고 그 영화를 광고하는 간판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아이들이 접할 수 있는 미디어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영화는 원작 동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요즘은 정말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영화가 나오다 보니 오히려 고학년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는 잘 없는 것 같다. 어린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거나 청소년 판타지, SF 등의 영화 뿐이다. 그러니 "구스범스"의 영화화는 굉장히 신선했다.

 

구스범스의 표지는 보통의 아이들 동화책에 사용되는 밝고 맑은 색이 아닌, 뭔가 우중충하고 괴기스러운 색감과 일러스트를 자랑한다. 딱 보기에도 스릴러나 공포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제목이 그것을 확신시켜 준다. 한창 현실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호기심을 느낄 나이, 그 상상력을 마구 자극시켜줄 만한 책이 바로 <구스범스> 시리즈이다.

 

구스범스 시리즈는 벌써 20번째가 나왔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20권을 어떻게 읽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각각의 이야기가 따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별 부담없이 제목이나 표지, 뒷표지 등의 소개글을 보고 마음에 드는 권을 골라 재미있게 읽으면 그만이다.

 

20번째 권 "지옥의 유령 자동차"를 읽으며 든 생각은, 충분히 영화화 될 수 있는 책이었구나...하는 점이었다. 그리 길지 않아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는 점과 함께 공포를 자아내는 기-승-전-결의 구성이 아이들로 하여금 마음껏 상상하고 즐기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자동차를 너무나 좋아하는 미첼, 아빠의 낡고 오래 된 차 대신 새 차를 타고 싶은 보통의 남자아이이다. 어느 날 아빠의 차가 브레이크 고장을 일으키고 이때를 이용하여 미첼은 아빠가 새 차(적당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중고차)를 구입하도록 돕는다. 그렇게 만나게 된 차가 바로, 신형 스포츠카였다. 차는 아주 깨끗하고 완전 새것이었지만 그 차의 주인은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을 들게 했다.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 것도 잠시, 굉장히 싼 값을 제시하는 주인 덕분에 미첼네는 그 차를 구입하게 된다.

 

 

한시도 차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은 미첼은, 그때부터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차에서 들리는 소리, 자신도 모르게 차에 오르게 되고 저절로 잠기는 차 문, 괴기스러운 라디오 소리까지. 몇몇의 알 수 없는 혼란한 징조가 있었지만 미첼은 자동차에게서 떨어질 수가 없다. 과연 미첼은 이 자동차와 어떤 일을 겪게 될까.

 

앞부분에 여러 복선들도 있지만 내가 어른이라고, 아이들 책을 얕볼 수는 없다. 책은 복선인 듯 보여주는 근거들을 무시하고 반전에 반전을 보여주며 계속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래서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빠져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릴 때엔 책을 읽으며 얻는 교훈의 의미가 굉장히 중요했다. 그저 책을 읽는 즐거움 같은 것들은 가볍게 무시되고 꼭 지식을 얻기 위해서나 윤릭적인 교훈을 얻기 위해 책을 읽어야 했던 분위기였다. 다행히도 우리 엄마는 그런 분이 아니어서 난 SF 동화 시리즈에 한동안 푹 빠져 있었다. 돌이켜 보면 그때 읽은 자산이 지금까지도 무척 유용하다.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초등학교 1학년들은 없었으면 좋겠다. 중학생도 마찬가지이다. 시간을 내고, 책에 빠져들면 읽지 말라고 해도 읽을텐데 정말 안타깝다.

 

 

20번째 이야기, "지옥의 유령 자동차"는 끝이지만 책은 끝이 아니다. 뒷부분엔 다음 권의 맛보기 페이지가 있어 다음 권을 읽고 싶은 충동이 절로 인다. 굉장히 재미있는 구성이다. 거의 대부분 아파트에 살아 지하실의 공포를 잘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오히려 알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공포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21번째 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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