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홍이 아니라 분홍 - 제29회 눈높이아동문학상 동화 부문 우수상 수상작 고학년 책장
정현혜 지음, 전명진 그림 / 오늘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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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읽었던 "눈높이 아동문학상 당선작" <눈물 파는 아이, 곡비>도 정말 훌륭한 책이었는데, 우수작이라는 <진홍이 아니라 분홍> 또한 너무나 아름다운 책이다. 어쩌다 올해 당선작이 모두 역사를 배경으로 했을까 싶었는데 읽어 보니 너무나 좋은 책이어서 역사를 배경으로 했든 말든 상관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홍이 아니라 분홍> 속 주인공 란이는 고려에서 조선으로 바뀌는 과정에 폐족이 된 가문의 딸이다. 폐족이기에 오빠인 학무는 과거에 응시할 수도 없어 어머니의 삯바느질로만 근근히 살아갈 뿐이다. 란이는 너무 어렸기에 자신의 가문이 그렇게 대단했었는지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아름다운 옷을 입을 수 있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지금은 배가 고플 뿐이다.


"사람은 밥으로 살아지는 게 아니다. 의지로 살아가는 것이다."...13p


란이는 의지니 떳떳함이니 하는 것들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어떻게 살면 이 시대를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그것만 고민한다.


<진홍이 아니라 분홍>엔 "염장"이라는 직업이 나온다. 천을 다양한 색으로 물들이는 직업, 그 중 장인의 경지에 이른 홍염장 할아범은 대부분 홍화꽃으로 붉은 염색을 한다.


책은 폐족이 된 가족의 분함, 억울함으로 시작하지만 곧 "란이"라는 주인공의 당당함, 어리지만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생명력으로 옮아가며 긴장감이 더해진다. 거기에 성실함과 영특함으로 자신의 위치에서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함께 응원하며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뒷부분 태종과의 만남과 견제, 또다른 만남 등은 한 인물을 다각도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역사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마지막 진홍이 분홍이 되는 과정 또한 숨은 뜻을 숨겨두어 커다란 깨달음을 얻게 한다.


스토리가 굉장히 탄탄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읽었다. 자세한 역사 설명이 덧붙여지지는 않기 때문에 역사에 관심이 있거나 읽기 전 조금의 배경지식을 습득 후 읽으면 훨씬 더 재미있게, 깊이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진홍이아니라분홍 #오늘책 #정현혜 #눈높이아동문학상당선작 #동화우수상 #초등도서 #고학년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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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 아저씨의 개 책마중 문고
세실 가뇽 지음, 이정주 옮김, 린느 프랑송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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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 그림을 보고는 그저 이웃집과의 소통을 그려낸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사실 거의 막판에 이르기까지는 그렇게 흘러간다. 막판에 알게 되는 진실은 훨씬 더 큰 감동과 뭉클함,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어린이 책이고 80페이지 정도의 저학년 책이지만 사실 이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야기를 나누려면 중학년 이상은 되어야 할 것 같다.


계단에 앉아 엄마와 이웃집 아줌마가 하는 말을 듣는 아이는 어느날 파벨 아저씨의 개가 죽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자신과 언제나 함께였던 고양이 푸푸피두를 잃었던 경험이 있는 아이는 파벨 아저씨를 위로해드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 파벨 아저씨는 아이의 위로를 받고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이의 독백체로 이어지는 이 이야기는 아이의 시점으로 들은 대로, 본 대로 이해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잘못 듣기도 하고 오해도 생기는데 그럼에도 아이가 이웃 아저씨를 위로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과정이 이미 감동을 준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감동에서 끝나지 않는다. 난민 신청을 하고 딸까지 불러오려던 파벨 아저씨의 상황에 반전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강한 감정에 두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이라면 조금 힘든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민 이야기는 바로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알려주고 꼭 알아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나라의 정책이니 아니니 하는 건 둘째치고 우리 곁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삶을 이 책이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파벨아저씨의개 #세실가뇽 #어린이작가정신 #난민 #이웃 #감동 #초등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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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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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작가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이 30대였다.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라는 책 한 권으로 내 머릿속에 작가 이름이 콱! 박힌 몇 안 되는 작가이다. 그때 당시 읽은 그 책이 너무 좋아서 정혜윤 작가의 책을 또 찾아 읽어봐야지~하고 다시 담아둔 것이 <침대와 책>이다. 당시 작가의 출간 책이 이렇게 2권이었으니 <침대와 책>은 작가의 첫 번째 책이다.


작가의 이름은 계속 저장되어있고 간혹 출간 소식을 들었어도 챙겨있지는 못하다가 최근 <침대와 책>을 구했다. 내 30대 읽었던 그 느낌을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다가 조금은 당황했다. 당시 나는 정혜윤의 문장이 좋았다. 사실 책에 대한 책은 어찌 보면 모두 비슷하다. 정혜윤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된 건 그녀의 생각을 따라 펼쳐지는 책에 대한 묘사나 자신의 생각을 담은 문장들이었다. 그런데 이제 50에 가까운 나는 이런 문장들이 너무 감상적이라고 느낀다.


<침대와 책>은 정혜윤 작가가 밤마다 침대에서 읽은 책을 소개하고 있다. 책 순서대로 펼쳐지지도 않고 각각의 날짜를 따라 소개하지도 않는다. 그저 어떤 상황, 어떤 감정에 따른 책에서 시작하여 이 책에서 저 책으로 넓게 넓게 펼쳐진다. 읽다 보면 작가의 이 폭 넓은 독서량에 감탄할 수밖에 없지만 사실 조금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내가 늙었구나~하는 감정이 들었던 책이다. 어디선가 작가의 나이를 따라 함께 읽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절실하게 공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 가득, 아쉬움 가득 느끼며 책장을 덮었다. 다음엔 그녀의 조금 뒤에 출간된 책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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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인용 부분

이런 것들을 보면 세상일은 간계와 사악함보다 오해와 나태함 때문에 훨씬 복잡해지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돼.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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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에서

진보가 치러야 하는 값은 무모함이다. 모든 출중한 것은 용기의 결과이다. 몽테스키외가 예언한다고 해서, 디드로가 강연한다고 해서, 보마르세가 선언한다고 해서, 콩도르세가 계획한다고 해서, 볼테르가 길을 닦는다고 해서, 루소가 꿈꾼다고 해서 혁명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당통의 무모함이 필요한 것이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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