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젤리코 로드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0
멜리나 마체타, 황윤영 / 보물창고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 아버지가 죽는 데는 132분이 걸렸어. 내가 셌어."...5p
아주 강렬한 첫 문장이다. 부모가 죽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건 과연 어떤 느낌일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그곳에선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걸까. 남겨진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젤리코 로드>>는 두 개의 이야기 구조로 진행된다. 22년 후로 시작되는 본문의 테일러가 "나"인 이야기와, 해너 아줌마가 쓴 원고 속의 "나"인 나니가 주인공인 이야기. 소설 속의 소설은 시간 흐름에 따른 순서로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그 흐름과 원인, 결과,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이 책을 읽는 나(독자) 뿐만아니라 소설 속의 주인공인 테일러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테일러에게 일어난 여러가지 사건들을 이해하는 데에 혼동이 생기고 그러면서 이 소설은 약간의 미스테리적 분위기를 띤다.
테일러에게 나타나는, 가끔은 환상적이며 가끔은 편안하고 가끔은 두려움을 주는 "꿈"은 테일러에게 내재된 과거의 기억이다. 그녀가 젤리코에 오기 전 살았던 끔찍했던, 동시에 행복하고 편안하고 안전했던 기억과 어쩌면 뱃속에 있을 때부터 느꼈을 부모와의 교감까지... . 따라서 그녀의 꿈을 이해하는 것은 그녀의 삶을, 소설을 이해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지만 그 이해가 도통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고등학생 특유의 발랄함과 즐거움이 이 책 속에는 녹아있다. 그것은 젤리코에서만 벌어지는 젤리코 기숙사 아이들과 여름에만 찾아오는 사관생도들 그리고 시내 아이들과의 영토 분쟁으로 일어나는 긴장감과 행복감 때문이다. 어른 하나의 간섭없이 자신들끼리 계획을 짜고 전쟁을 벌이고 타협을 하고 자신들만의 것을 지키려하는 이 분쟁은 어쩌면 어른이 되어서는 결코 할 수 없는 가상의 놀이로서 최고가 아니었을까!
자신의 어두운 과거로부터 멀리 달아날수도, 새롭게 시작할수도 없는 테일러의 방황은, 자신의 자리 찾기이다. 무엇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고 생각되는 청소년기에 부모의 부재는 아주 커다란 구멍이다. 그럼에도 테일러에게 희망은 있다. 어린 시절 아주 작은 불씨으로 남아있는 "사랑"받았던 기억.
"나는 다시 다섯 아이들의 이야기로 돌아가 그들의 삶이 뜻하는 바를 이해하려 했다. 그들의 삶이 뜻하는 바를 이해하면 내 삶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되뇌었다. 나니, 웹, 테이트, 피츠, 주드."...144p
해너 아줌마의 행방불명으로 더욱 불안해진 테일러에게 위안이 되어준 아줌마의 원고는, 뜻하지 않게 자신의 정체성과 맞물려간다. 테일러는 이 모든 난관을 헤쳐갈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아이들에게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게 된다. 아무리 큰 난관이 닥쳐도 그들에게 "사랑"만 있다면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사랑은 아주 작은 몸짓 하나, 말 한마디에서 시작한다. 그렇게 받은 사랑을, 아이는 다른 이에게 전해줄 것이다. 젤리코 로드의 아이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