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지나가다 - 어떤 것, 모든 것, 아무것도 아닌 것과의 거리
이용재 지음 / 이미지박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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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대로 말하자면.... 읽는 동안 정말 재미가 없었다. 
작가와의 접점이 너무 없다.
나는 남자가 아니고 다른 나라에서 살아본 적도 없고, 요리에 그다지 취미를 갖고 있지 않으며, 운동도 싫어한다. 
또, 귀찮은 일들을 싫어해서 조금이라도 신경써야 하는 일들은 남편한테 미뤄버려 그러한 고충 또한 잘 모른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그냥 외면해버린다.
(음...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난 꼭 유한마담인 것 같군.)
한마디로... 작가에게 거의 공감이 되지 않는다고나 할까.

이 책은 수필이지만 어쨌든 이야기의 시작은... 미국에서의 사회생활에서 짤리던 순간부터이다. 
경제 한파가 극심하던 그 때, 정리해고 대상에 들어가게 되어 맛보았을 그때부터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약 60일의 여정동안의 작가의 생각, 마음, 심리 등이 이리저리 헤매고 있다. 

작가와 나와의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물만 먹어도 찌는 살들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거리를 두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정리해고 쯤 되겠다. 
하지만 사람이란 다들 제각각이라 그 다음의 행동이 다르기 때문에 난 역시 이 글들에 그리 공감하지 못했다. 
안타까울 정도로. 

어쩌면 작가는 그 좋지 않은 시절, 좋았던 기억보다는 나빴던 기억이 더 많은 그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법,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웠을지도 모르겠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무척이나 서투른 사람이지만 시간이 지나고보니 그 모든 것들이 조금은 아름다워보였을지도 모른다. 
추억이란 그런 것이니까.
시련 또한 그런 것이니까. 
그래서 어쩌면 그 마지막에 나는 작가에게 행운을 빌어주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도 제자리지만, 그는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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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만나는 나와 정다운 사람들 네버랜드 첫 명화 그림책 1
호박별 글, 문지후 그림, 이주헌 감수 / 시공주니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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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라는 것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지요. 눈으로, 귀로, 촉감으로... 온몸으로 느껴서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에요. 그래서 어떤 새로운 것을 갑자기 만나게 되면 어리둥절하고 잘 이해되지 않고 두렵게만 생각되기도 합니다. 특히 아주 어려서부터 접하지 않은 다른 나라의 문화는 더욱 그렇지요. 우리 전통 문화도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요즈음 똑똑한 엄마들은 흔히 아기때 들려주는 동요나 자연의 소리와 함께 국악도 자주 접해주는 것 같습니다. 

명화도 마찬가지 입니다. "명화"라는 것을 미술관에 가서 감상하려면 우리는 조금 두려움을 갖게 되잖아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어려서부터 여러 문화를 자주 접한 아이들은 풍부한 감수성과 새로운 것들을 잘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남다릅니다. 그래서 어려운 설명이 아닌, 그저 그림 자체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연습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네버랜드 첫 명화 그림책>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명화를 접하기에 아주 딱! 맞는 책입니다. 무엇보다 각 권마다의 주제가 참 마음에 드네요. 아이들의 눈높이를 잘 맞추어 명화를 세세히 이해하는 것이 아닌 그대로 받아들이게끔 되어 있거든요. 시리즈의 첫번째 책인 <<명화로 만나는 나의 정다운 사람들>>은 아이 주변에서 매일 만나는 친숙한 인물들을 표현한 그림들을 모아놓았습니다. 







바로 엄마, 아빠, 할머니와 할아버지, 형제, 자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한 나의 모습들이죠. 가족을 주제로 한 훌륭한 그림들이 이렇게 많은 줄 전혀 몰랐습니다. 우리가 잘 알던 그림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화가들도 그림들도 잘 몰랐던 그림들이네요. 하지만 그 표정 하나, 몸짓 하나가 정말 재미있어서 정말로 그림 감상에 푹~ 빠져들게 된답니다.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그림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이 아닌, 주요 화가에 대한 간락한 설명과 함께 그냥 그 흐름을 따라 그림을 감상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아이들이 어릴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네요.^^ 우리에게도 이런 장면이 있는 추억이 있는지, 보고 싶은 사람들은 없는지 등을요. 



뒷편에는 그림책에 나온 명화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습니다. 특히 소장처가 표시되어 있어 언젠가 한 번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림책 속에 부분 그림을 표시한 것은 이곳에서 전체 그림을 감상할 수도 있어요. 

"가족"이란 일상을 함께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만큼 막 대하게 되기도 하고 좋지 않은 감정 표현도 더 많이 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곁에서 지켜주는 존재가 바로 이 "정다운 사람들"이지요. 가족 간의 사랑을 듬뿍 느끼게 하는 명화 감상! 한 번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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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코 로드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0
멜리나 마체타, 황윤영 / 보물창고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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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가 죽는 데는 132분이 걸렸어. 내가 셌어."...5p

아주 강렬한 첫 문장이다. 부모가 죽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건 과연 어떤 느낌일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그곳에선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걸까. 남겨진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젤리코 로드>>는 두 개의 이야기 구조로 진행된다. 22년 후로 시작되는 본문의 테일러가 "나"인 이야기와, 해너 아줌마가 쓴 원고 속의 "나"인 나니가 주인공인 이야기. 소설 속의 소설은 시간 흐름에 따른 순서로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그 흐름과 원인, 결과,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이 책을 읽는 나(독자) 뿐만아니라 소설 속의 주인공인 테일러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테일러에게 일어난 여러가지 사건들을 이해하는 데에 혼동이 생기고 그러면서 이 소설은 약간의 미스테리적 분위기를 띤다. 

테일러에게 나타나는, 가끔은 환상적이며 가끔은 편안하고 가끔은 두려움을 주는 "꿈"은 테일러에게 내재된 과거의 기억이다. 그녀가 젤리코에 오기 전 살았던 끔찍했던, 동시에 행복하고 편안하고 안전했던 기억과 어쩌면 뱃속에 있을 때부터 느꼈을 부모와의 교감까지... . 따라서 그녀의 꿈을 이해하는 것은 그녀의 삶을, 소설을 이해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지만 그 이해가 도통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고등학생 특유의 발랄함과 즐거움이 이 책 속에는 녹아있다. 그것은 젤리코에서만 벌어지는 젤리코 기숙사 아이들과 여름에만 찾아오는 사관생도들 그리고 시내 아이들과의 영토 분쟁으로 일어나는 긴장감과 행복감 때문이다. 어른 하나의 간섭없이 자신들끼리 계획을 짜고 전쟁을 벌이고 타협을 하고 자신들만의 것을 지키려하는 이 분쟁은 어쩌면 어른이 되어서는 결코 할 수 없는 가상의 놀이로서 최고가 아니었을까!

자신의 어두운 과거로부터 멀리 달아날수도, 새롭게 시작할수도 없는 테일러의 방황은, 자신의 자리 찾기이다. 무엇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고 생각되는 청소년기에 부모의 부재는 아주 커다란 구멍이다. 그럼에도 테일러에게 희망은 있다. 어린 시절 아주 작은 불씨으로 남아있는 "사랑"받았던 기억. 

"나는 다시 다섯 아이들의 이야기로 돌아가 그들의 삶이 뜻하는 바를 이해하려 했다. 그들의 삶이 뜻하는 바를 이해하면 내 삶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되뇌었다. 나니, 웹, 테이트, 피츠, 주드."...144p

해너 아줌마의 행방불명으로 더욱 불안해진 테일러에게 위안이 되어준 아줌마의 원고는, 뜻하지 않게 자신의 정체성과 맞물려간다. 테일러는 이 모든 난관을 헤쳐갈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아이들에게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게 된다. 아무리 큰 난관이 닥쳐도 그들에게 "사랑"만 있다면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사랑은 아주 작은 몸짓 하나, 말 한마디에서 시작한다. 그렇게 받은 사랑을, 아이는 다른 이에게 전해줄 것이다. 젤리코 로드의 아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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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어디 가요? 앵두 따러 간다! - 옥이네 여름 이야기 개똥이네 책방 5
조혜란 지음 / 보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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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어디가요? 쑥 뜯으러 간다>>는 봄에 읽었는데... 어느새 여름을 지나 가을이네요.^^ 
그리고 이제서야 7살 옥이네 "여름"이야기를 집어들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신나는 여름, 옥이와 옥이 할머니는 어떤 맛난 것들을 찾아 산으로, 들로, 바다로 나가게 될까요? 

산에는 산딸기, 재동이네 뒤꼍에는 앵두와 오디가 열렸답니다. 
재동이네 마늘밭에서 도와주고 앵두와 오디를 따다가 재동이네 증조할머니를 보살펴드리고 옥이와 옥이 할머니는 맛난 앵두와 오디로 술을 담급니다. 
그리고 여지없이 시장으로 향하지요. 

    

넉살좋은 옥이의 활약을 바라보면 정말 흐믓~해집니다. 

옥이네 두 번째 이야기는 비름 나물이야기에요.
너무 더운 날,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지요.
그럴 때는 고소~한 비름 나물을 데쳐 조무조물 무쳐 먹으면 배탈이 싹~ 낫는다고 하네요. 
옥이는 비름나물 팔고 남은 것으로 엄마께 선물해 드리고 예쁜 옷과 파마머리를 얻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

    

넘문쟁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전 처음 듣습니다. 
옥이와 옥이 할머니는 바닷물이 빠진 갯벌에서 넘문쟁이를 캐다가 번 돈으로 새 수영복과 튜브를 장만해요.
온 동네 사람들이 함께 바닷가로 물놀이를 갑니다. 

옥이네 이야기는 전형적인 시골의 모습입니다. 
아이들은 바쁜 부모님이 안 계셔도 조부모님의 도움으로 쑥쑥 자랍니다.
옥이네 동네 이야기를 읽다보면 정겨움이 가득~합니다. 

옥이네 이야기는 글만 읽으면 안돼요.
그림만 봐서도 안됩니다.
그림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글과 함께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글과 그림이 서로에게 이야기하는 듯 하거든요. 
가을에는 또 어떤 신기하고 즐거움이 가득한 먹거리가 등장할 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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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 원숭이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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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미국 뉴욕의 퀸즈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28살의 제노비스라는 여성은 한 괴한의 습격으로 비명을 질렀으나 그 소리에 잠깐 불을 켰던 이웃들은 이 장면을 목격했어도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괴한의 습격은 계속되었다. 무려 38명의 목격자가 있었음에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던 충격의 살인사건이다. "방관자 효과". 나 말고도 함께 본 어떤 사람이 대신 연락하겠지...하는 안이한 생각이 불러들인 결과이다. 



누군가, 누군가가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또또또 뚜-뚜-뚜- 또또또또"... SOS.... 우리 영혼을 구해줘...라고. 그리고 이런 신호를 받는 지로 같은 사람은 절대로 이러한 신호를 무시하고 지낼 수가 없다. 오히려 어떻게든 해결해주고 싶지만 그러기엔 자신의 힘이 너무나 미약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지로 앞에 히키코모리 마사토가 신호를 보낸다. 이해할 수 없는 허무맹랑한 손오공 이야기에 반 년 후의 예언을 얹어서. 

소설은 크게 두 개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지로)가 이끄는 현실의 이야기와 원숭이(손오공)가 이끄는 약간은 비현실적이며 엄청난 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로. 하지만 이 커다란 줄기는 결국 하나로 이어져 큰 축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 선과 악이 서로 뒤섞이게 된다. 과연 정말로 나쁜 사람은 누구이며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선악은, 옳고 그름은 명확한 게 아니다. 완벽하게 악한 인간도 존재하지 않지만 완벽하게 선한 인간도 없다. 인간에게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선한 힘이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사악한 힘이 드러날 때도 있다."...273p

소설을 통해 가장 부각되는 단어는 "인과 관계"이다. 과연 한 사건에 대한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하지만 그 원인에는 또다른 원인이 존재하고 또다른 원인에도 그 원인에 대한 이유가 존재한다. 그래서 인간에겐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것이다. 누군가의 조그만 관심이 위로 받는 누군가에겐 커다란 위안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다시 제노비스의 사건으로 돌아가볼까. 38명의 목격자 중에서 그녀의 SOS를 느낀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그녀는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비단 그녀의 사건 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행인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채 죽어갔다는 뉴스를 종종 듣게 된다. 이 사건에 끼어들고 싶다는 생각 대신에 도움이 되어주고 싶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던 걸까. <<SOS 원숭이>> 속에서는 시종일관 따뜻함이 흐른다. 이유도 없이 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들도 등장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다른 사람을 돕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그저 손을 내미는 것만으로도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래서 궁금해진다. 진짜로 나쁜 사람은 누구인지. 어쩌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보다 그 현장을 목격하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방관자들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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