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원숭이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1964년 미국 뉴욕의 퀸즈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28살의 제노비스라는 여성은 한 괴한의 습격으로 비명을 질렀으나 그 소리에 잠깐 불을 켰던 이웃들은 이 장면을 목격했어도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괴한의 습격은 계속되었다. 무려 38명의 목격자가 있었음에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던 충격의 살인사건이다. "방관자 효과". 나 말고도 함께 본 어떤 사람이 대신 연락하겠지...하는 안이한 생각이 불러들인 결과이다. 



누군가, 누군가가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또또또 뚜-뚜-뚜- 또또또또"... SOS.... 우리 영혼을 구해줘...라고. 그리고 이런 신호를 받는 지로 같은 사람은 절대로 이러한 신호를 무시하고 지낼 수가 없다. 오히려 어떻게든 해결해주고 싶지만 그러기엔 자신의 힘이 너무나 미약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지로 앞에 히키코모리 마사토가 신호를 보낸다. 이해할 수 없는 허무맹랑한 손오공 이야기에 반 년 후의 예언을 얹어서. 

소설은 크게 두 개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지로)가 이끄는 현실의 이야기와 원숭이(손오공)가 이끄는 약간은 비현실적이며 엄청난 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로. 하지만 이 커다란 줄기는 결국 하나로 이어져 큰 축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 선과 악이 서로 뒤섞이게 된다. 과연 정말로 나쁜 사람은 누구이며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선악은, 옳고 그름은 명확한 게 아니다. 완벽하게 악한 인간도 존재하지 않지만 완벽하게 선한 인간도 없다. 인간에게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선한 힘이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사악한 힘이 드러날 때도 있다."...273p

소설을 통해 가장 부각되는 단어는 "인과 관계"이다. 과연 한 사건에 대한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하지만 그 원인에는 또다른 원인이 존재하고 또다른 원인에도 그 원인에 대한 이유가 존재한다. 그래서 인간에겐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것이다. 누군가의 조그만 관심이 위로 받는 누군가에겐 커다란 위안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다시 제노비스의 사건으로 돌아가볼까. 38명의 목격자 중에서 그녀의 SOS를 느낀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그녀는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비단 그녀의 사건 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행인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채 죽어갔다는 뉴스를 종종 듣게 된다. 이 사건에 끼어들고 싶다는 생각 대신에 도움이 되어주고 싶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던 걸까. <<SOS 원숭이>> 속에서는 시종일관 따뜻함이 흐른다. 이유도 없이 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들도 등장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다른 사람을 돕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그저 손을 내미는 것만으로도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래서 궁금해진다. 진짜로 나쁜 사람은 누구인지. 어쩌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보다 그 현장을 목격하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방관자들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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