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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의 방 ㅣ 푸른도서관 41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책이 있다.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열린 결말이어도 왠지 안쓰럽고 걱정이 되어 과연 이 험난한 세상 속에서 꿋꿋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싶은 주인공들. <<너도 하늘말나리야>>의 소희가 그랬다. 할머니와 둘이 당당하게 살아가던 소희에게 할머니의 죽음이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 오갈 곳이 없어지게 된 소희가, 아직은 사회에 한 발을 내딛기엔 너무나도 어린 소희가 낯선 곳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아마도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그러했을 것이다.
그렇게 <<소희의 방>>이 10여년 만에 출간되었다. 생각도 없던 후속작을 쓴다는 것이 작가에겐 큰 부담이 되었을 터인데 아마도 이금이 작가님은 "소희"의 캐릭터에 푹~ 빠져 계셨나보다. 작은 집에서의 1년 반... 그리고 열다섯 살이 되어 돌아온 소희는 전작의 소희와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물론 하늘말나리처럼 꼿꼿하고 넓은 마음으로 포용하는 듯했던, 너무나 어른스러운 소희와는 조금 다르지만 오히려 그때의 소희보다 지금의 소희가 본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치밥을 먹고 살았던 작은 집에서의 1년 반이, 소희에게는 무척이나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할머니의 부족함 없는 사랑을 받고 자라다 자신 한 몸 갈 곳 없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어린 아이에게서 보여져야 하는 모습은 아니다. 자신의 생각만으로도 가장 힘들 나이에 그렇게 버텨야했을 시간을 뒤로 하고, 어느 날 친엄마가 나타났을 때... 소희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리고 자신의 가족이 아닌 집을 떠나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친엄마의 집으로 가게 된다면... 십수 년을 떨어져 있었다고 해도 친 혈육을 만나 그 품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비할 데 없이 큰 기쁨이고 행복이었을테다. 엄마의 어정쩡한 태도가 아니었다면...
두 손을 잡고 미안하다 울부짖지도, 두 눈을 마주치며 사랑한다고도 말하지 않는 엄마의 행동에 소희는 조금씩 조금씩 상처받고 시들어가지 않았을까. 자신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안으로 꾹꾹 눌러 담는 성격을 가진 나로선, 소희의 친엄마의 행동에도 공감이 가서 무척 마음이 아팠다. 이게 아닌데... 조금씩만 바라봐도 금방 풀릴 것을.... 이런 불안감들은, 학교에서의 완벽한 공주 역할과 집안에서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으로 갈라져 나타난다. 물질적으로 최소한의 삶을 살았던 소희에게 엄마의 물질적 보상이 표면화하여 소희의 욕망으로 표현된 것이다.
"소희는 자신이, 동경이나 욕망 자체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자존심을 지켜 왔음을 깨달았다. 가장했던 무관심은 살얼음처럼 얄팍한 것이어서 채경이의 말 몇 마디에 파삭 깨져 버렸다. 그러자 욕망으로 다글다글 끓고 있는 속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116p
사실, 욕망에 충실한 것이 이 또래에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평범한 표현방법 아니던가! 하지만 소희는 엄마에게로 온 후에야 물질적인 것이 채워지며 조금씩 표출되고 있었다. 그제서야 소희의 눈에 많은 가능성이 보인다. 하고 싶은 것들, 보고 싶은 것들, 이루고 싶은 것들... 이렇게 성장해 나아가는 모습과 함께, 소희는 자신의 감정도 함께 표출하기 시작한다. 이제서야 그 나이 또래의 소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럼 너도, 여긴 우리 집인데 어딜 나가냐고 되받아쳐. 그때그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다 쏟아 놓고 꺼내 놔. 그동안은 일찍 철든 게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했는데 이제 보니 아닌 것 같어. 애들이 부모 속 썩히고, 반항하고, 형제들하고 싸우는 시간도 다 약정 시간에 있는 거야. 너희 때는 그게 더 어울리는 거고 당연한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는 하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 있으면 참지 말고 네 엄마한테 말해. 응석도 부리고, 떼도 쓰고......, 동생들이 못되게 굴면 화도 내고 야단도 치고 그래. 눈치 보지 말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228p
작가가 소희에게, 또래의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자신의 욕망을 감추고 꾹꾹 담아두고 어른인 체 하지 말고 아이는 아이답게, 힘껏 놀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너희의 가능성을 열심히 찾아보라고. "함께"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족은, 어떤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다. 소희도, 엄마도, 동생들고, 새아빠도... 이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부딪히고 싸우더라도 몇몇의 즐겁고 행복한 기억이 "가족"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