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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더스의 개 ㅣ 동화 보물창고 49
위더 지음, 원유미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6월
평점 :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된 후에까지 기억에 남는 애니메이션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플랜더스의 개>이다. 그 기억은 매우 강렬해서 지금까지 원작을 읽지 않았어도 당연히 이 원작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하였다. 그런데 이미지로 형상화 된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의 모습과 원작 속의 주인공들의 차이가 얼마나 크던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보다 언제나 원작을 먼저 읽으려고 노력해 왔다. 그 이유는, 원작이 주는 느낌과 이미지를 가능한 훼손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플랜더스의 개>는 그 반대가 되었지만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니 그 내용을 미리 알고 있어도 느낌이 무척 새롭다. 책으로는 처음 읽기 때문이겠지만 그보다 <플랜더스의 개>가 주는 서사성이 무척 뛰어난 덕분이기도 하다.

"안트베르펜 좁은 거리 곳곳의 비열한 모든 것들은 그곳에 영면하고 있는 위대한 거장의 영광으로 인해 거룩하게 탈바꿈하는 것 같았습니다. ...(중략) ... 루벤스가 잠들어 있는 이 도시는 오직 루벤스를 통해서만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36p
이 동화를 비극으로 끌고가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거장 루벤스와 그 루벤스가 잠들어있고 그의 작품들이 살아 숨쉬는 이 거리를 묘사하는 부분은 매우 뛰어나다. 어느 정도의 우울함과 어두움이 느껴지는 이 거리는 이 동화의 마지막을 예고하는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애니메이션과의 가장 큰 차이는 전체를 아우르는 분위기이다. 어쨌든 밝은 색채와 웃음소리, 아이들의 모습 등이 주는 이미지는 결말이야 어떻든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반면에 원작의 경우 이 어두운 거리와 함께 무척이나 현실적인 사회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자신의 선물은 받아들였으면서 정작 자신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넬로는 가끔 마음이 쓰라렸습니다."...59p
원작의 중반 이후 넬로가 15살이라는 사실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넬로의 나이가 그렇게 바뀜으로 인해 동화가 주는 느낌도 바뀌게 된다. 알로아의 아버지가 왜 그렇게 넬로를 미워했는지에 대한 해답을 알아냈다고나 할까.

"구차하게 오래 사는 것보다도 그들에게는 죽음이 더욱 자비로운 일이었습니다. 죽음은 사랑에 대한 보상도 않고 믿음을 이행하지도 않는 세상으로부터, 충실하게 사랑을 베푼 넬로와 순결한 믿음을 보여 준 파트라슈를 데리고 갔기 때문이지요. "...114p
삶에 대한 그 어떠한 희망도 없이 절망 속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넬로와 그의 충직한 파트라슈의 죽음은, 그렇기에 더욱 더 비극적이고 슬프게 다가온다. 아주 오랫만에 느낀 원초적인 슬픔이었다.
아이들은 책을 읽기 전에 겉에서 느껴지는 느낌으로 주로 책을 선택하기 때문에 이 책이 재미없게 느껴지나보다. 하지만 그냥 내가 알고 있던 책의 내용이 아니라 무언가 새로운 느낌을 얻을 수 있음을 알게된다면, 그 슬픔에 푹~ 빠져볼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