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란의 다카포
호란 지음, 밥장 그림 / 마음산책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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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포 (da capo) : 도돌이표, 처음으로 되돌아가 fine가 있는 곳까지 다시 연주하다.

그녀와 만난 시간들은 즐거웠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지는데, 첫부분은 그녀와 음악에 대하여, 중간 부분은 그녀가 읽은 책에 대하여, 마지막은 호란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난 지금까지 고등학교 시절 카펜터즈를 제외하고는 계속 가요만을 들어왔기 때문에, 아는 pop-song이라고는 거의 전무하다.

그래도 너무나 유려한 그녀의 글솜씨 덕분에 그녀가 이야기하는 그 음악들을 찾아서라도 듣고 싶어졌다.

호란의 음악적 중심이 되었다는 수잔 베가의 음악들도 그렇고, 그 이후 죽~ 나열되는 다른 곡들 또한 그렇다.

가수니까.. 음악에 대해 잘 아는 것은 당연하겠지.

그런데, 책도 많이 읽는 것 같다.

왠만큼 많이 읽는다...하는 사람들보다 더 다양한 책읽기를 하고 있으며 그 사색적 깊이도 깊다.

그녀의 글을 읽는 데 막힘이 없고 점점 빠져드는 것은 그녀의 끝없는 독서열과 사색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녀와 같은 책을 읽고 어떻게 느꼈는지... 비교해보고 싶었다.

불행하게도...나는 그녀와 함께 읽은 책이 한 권도 없다.(적어도 <호란의 다카포>안에서는)

한 권씩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호란"이라는 사람에 대하여 많은 친근감을 느낀다.

그녀도 나처럼 책에 메모나 줄 긋는 것을 싫어하고, 부모님께 빌려드리고선 접혀진 페이지를 보고 분노를 느낀다.^^

이 책을 쓰는 내내 자신의 추억을 더듬으며 다카포 했을 그녀를 생각하니 나까지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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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면? 없다면! 생각이 자라는 나무 12
꿈꾸는과학.정재승 지음, 정훈이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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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들어 놓을 새로운 과학은 항상 ’당연하다고 믿는 상식을 비판적으로 따져 보고, 근거 있는 상상력으로 뒤집어 보는 데’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그래서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정재승 교수와 과학을 사랑하고 글쓰기에 애정이 깊은 ’꿈꾸는 과학’ 학생들이 모였다. 함께 이야기 나누고 마음껏 상상하고 그 상상했던 모든 것들을 다시 과학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이 <있다면? 없다면!>이 탄생했다.

<있다면? 없다면!>은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상상을 전제로 시작한다. ’하늘에서 주스비가 내린다면?’ 혹은 ’만약 꿈을 찍는 캠코더가 있다면?’, ’만약 손가락이 사라진다면?’ 등등... 우리가 한번쯤은 의문을 가졌거나, SF소설이나 영화에서 봤음직한 상상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재미있다.

’하늘에서 주스비가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비슷한 제목의 그림책이 생각난다. 쥬디 바레트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이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그 무한한 상상에 감격했었다. 음식이 내리면 먹고 싶은대로 골라 먹을 수 있어 좋겠다거나 엄마는 음식 안해도 되니 편하겠다거나...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웠었다. 그림책은 결국 이상 기후로 인해 너무 많이 쌓이는 음식들로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다는 설정으로 끝나고 말지만, <있다면? 없다면!>에서는 정말로 주스비가 내릴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그뿐인가? 정말 주스비가 내렸을 때의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예상하고 그 문제점들 하나하나에 대한 과학적 지식들을 자세히 설명한다. 결론은, 비가 ’물’이라서 정말 감사하다는 것!

하나하나 엉뚱한 상상들을 파헤치며 과학적으로 접근하다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아름다운 세상이 허투루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우주의 진리를 저절로 깨닫게 된다. 아무렇지도 않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파고들면 결국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즐겁게 읽으며 과학적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이 책을 쓴 "꿈꾸는 과학" 팀의 목적이 그것이 아닌가 싶다. "과학"하면 어렵다고 느끼는 일반인들이나 청소년들에게 과학은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많은 발명도 우리가 하찮게 여기던, 하지만 궁금해하던 조그만 의문에서 시작된 것이 많다. 과학의 시작은 "상상"이다.  하지만 상상이 상상으로만 그쳐서는 안된다. 정재승 교수의 말처럼 상상했던 모든 것들을 다시 과학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진지하게 검토해야만 다음 상상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그런 길로 안내해 주는 책이 바로 <있다면? 없다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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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편지
이원규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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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섬진강 첫 매화가 피었습니다.

망덕포구를 향해 걷고 또 걷다가 닷새 만에 막 피어나는 매화꽃, 눈빛 선연한 그대를 만났습니다. 섬진강 매화나무 아래 쪼그려 앉아 그대의 안부를 묻습니다.

여여하신지요?

<<지리산 편지>> 산문 첫 편의 앞부분입니다.  시작이 마음에 듭니다. ’여여하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읖조리는 느낌이 무척이나 기분 좋습니다. 사전을 찾으니 ’여여하다’ 는 1. 초목이 무성하다. 2. 위엄있게 느릿느릿 움직이는 태도가 있다..라고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위 문장에서의 뜻은 아닌 듯합니다. 아마도 위의 뜻은... 변함없이 항상 똑같다..라는 것일 테지요.

지리산에 입산한 지 10여년이 되신 이원규님이 지리산을 벗삼아 길을 곧 집처럼 여겨 2만리를 걷고 배를 타고 4만리, 모터사이클로 50만 킬로미터를 누비는 동안 느끼고 깨달은 것이 모두 담겨져 있는 듯한 책입니다. <<지리산 편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으로 이루어져 있어 지리산의 아름다운 모습이 계절마다 어떻게 변해가는지 알 수 있고, 그에 따라 이원규님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시인이라는 직업을 살려 곳곳에, 풍경이나 자신의 마음에 딱 맞는 시를 골라 써 넣고 그 시를 풀어주시기도 하고, 친분이 있는 시인들의 이야기나 주변의 동물 이야기 등을 읽으며 정말 편안하게, 하지만 진심으로 슬픔, 기쁨, 행복, 고통..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인연은 있어도 악연은 없다고 하네요. 전 악연은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는데, <악연은 없습니다.>라는 장을 읽으니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소중한 만남을 스스로 망쳐놓고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이라고요.

다시 반복하거니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세상에 악연은 없습니다.

행여 악연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다만 잘못 살았다는 것의 반증일 뿐입니다. (101p)

<<지리산 편지>>를 읽고 나니 나도 걷고 싶어집니다. 이원규님처럼 걷는동안(이원규님이 걸으셨던 이유는 "생명평화"라는 이름의 순례단에서였지만) 나의 짐과 고민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도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걷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지만, 이 책을 읽고는 절로 걷고 싶어졌습니다. 아마도 세속의 짐 같은 건 내려놓고 훌훌 떠나 자유롭게 사시는 이원규님의 삶을 들여다보고 따라하고 싶어진 것이겠지요. 부러웠습니다. 저도 언젠간 그렇게 훌훌 털고 떠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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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슬머리 내 짝꿍 - 저학년 즐거운 책 읽기 01
조성자 글, 남궁선하 그림 / 대교출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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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못생기고 지저분한 같은반 아이를 싫어하고 미워했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3학년 겨울 전학 간 그곳에서 매일 오줌을 싸는 너무나 더러운 아이와 짝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짝 하기를 원하지 않았는데, 전 영악하게도 선생님께 잘 보이고 싶고, 영웅심에서 비롯된 자존심으로 손까지 들어가며 제가 짝을 하겠다고 했죠. 겨울방학까지는 겨우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서 참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남은 일주일까지 하루하루 지나는 동안 두번다시 나서는 일 같은 건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습니다. 특별히 그 친구를 꼬집는다거나 직접 대놓고 나쁜 말은 하지 못했지만, 집에 돌아오면 제발 겨울방학이 빨리 오게 해달라고 빌었죠.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린 그런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동화책 <곱슬머리 내 짝꿍>. 이 동화를 쓴 작가 조성자님은 어린시절 직접 피해자의 입장에서 경험을 하신 듯 합니다. 그런 경험을 되살려 아이들에게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옳지 않은 것인지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민성이는 같은 반에 예쁘고 옷을 잘 입는 윤지를 좋아해요. 새로운 짝을 결정하는 날, 민성이는 윤지와 짝이 되기를 원하지만, 곱슬머리에다 뚱뚱하기까지 한 소미와 짝꿍이 되고 말지요. 민성이는 그런 소미와 짝꿍이 된 게 창피하고 싫지요. 그래서 책상에 3/2 지점에 금을 그어 못넘어오게 하고, 넘어올 때마다 소미를 힘껏 꼬집고 괴롭히지요. 하지만, 착한 소미는 민성이가 아무리 괴롭혀도 아픈 내색도 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습니다.

나쁜 짓을 할 때마다 마음을 옥죄는 시커먼 물체 같은 것이 눈 앞에 터억 나타나더라고요. (24p)

나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어요. 내 마음에 쪼그만 새끼 악마가 사는 것이 아닌가 하고. 그래서 자꾸 소미를 꼬집게 되는 걸 거예요. (59p)

아이들도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를요. 죄의식이 들고 그 죄의식 때문에 괴롭지만, 그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 사실을 깨우쳐 주는 것이 어른들이 도와주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른들조차 겉모습과 그 사람의 환경으로 판단해버리는 우를 범하곤 하죠.

민성이는 소미의 입원을 계기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스스로 밝히며 진정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누구에게나 잘하는 것이 한가지씩은 있고 그 사람이 예쁜 점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큰 실수를 했지만,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괜찮습니다. 알면서도 고치려고 하지 않는 어른들이 더 문제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옆에서 바로 일어났음직한 이야기로 더 쉽게 다가갑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자신이 했던 행동을 반성할 수 있고, 소미의 용기와 민성이의 반성에 박수를 보낼 것입니다. 또래의 이야기를 읽으며 거울을 보듯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 주는 동화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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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어
나카야마 치나츠 지음, 엄혜숙 옮김, 사사메야 유키 그림 / 보물상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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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어 살아 있어 살아 있어

살아 있다는 건 어떤 거지?"

살아 있다는 건 어떤 걸까요?

아이에게 물으니 살아 있다는 건 움직이는 것이랍니다.

<살아있어>는 가장 생명력이 넘치는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그림을 그린 것 같습니다.

야자나무가 있고, 온갖 동물들과 연못의 물고기, 드넓은 초원과 야생 동물들, 온갖 과일과 신기한 풀과 꽃이 자라는 곳을 돌아보며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찾아나가고 있죠.

살아있다는 건 숨쉬는 것인 줄 알았는 데, 숨 쉬는 소리를 들어보니 살아있다는 것은 소리를 내는 것이고, 물고기는 숨을 쉬지 않으니 그 다음 살아있다는 것은 헤엄치고, 뛰어오르고, 날고, 달리고...결국 살아있다는 것은 움직이는 것이라는 우리 딸과 같은 결론이 나죠.

하지만, 풀과 나무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다시 물어봅니다.

"움직이는 것만 살아있는 건 아니구나~. 그럼 살아있다는 건 뭘까?"

자신은 움직이는 것이 살아있다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라고 하니 그 다음은 잘 모르겠답니다.

풀과 나무는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립니다.

그리고 시듭니다.

"살아 있어 살아 있어 시들었어

아, 살아 있다는 건 시드는거네."

워낙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는 같이 눈물을 글썽입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활발히 움직이고 화려하게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만이 아니라고 얘기해줍니다.

"와, 살아 있는 벌레를 물고기가 먹었어

와, 살아 있는 물고기를 새가 먹었어

와, 살아 있는 새를 짐승이 먹었어"

  

그리고 짐승은 나무 아래에 죽어 나무에 커다란 사과가 열리고 사과는 따서 우리가 먹습니다.

살아 있다는 건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생명을 나누는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시 같은 운율로, 이렇게 짧은 글로 거대한 철학을 알려주는 이런 책이 또 있을까요?

마치 노래를 부르듯 읽다 보면 살아있다는 건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시드는 것이 안타까운 일만은 아니라고, 시들고 죽어서 또 다른 존재에게 도움이 되고 그렇게 우리는 살아간다고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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