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뒤흔들어 놓을 새로운 과학은 항상 ’당연하다고 믿는 상식을 비판적으로 따져 보고, 근거 있는 상상력으로 뒤집어 보는 데’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그래서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정재승 교수와 과학을 사랑하고 글쓰기에 애정이 깊은 ’꿈꾸는 과학’ 학생들이 모였다. 함께 이야기 나누고 마음껏 상상하고 그 상상했던 모든 것들을 다시 과학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이 <있다면? 없다면!>이 탄생했다. <있다면? 없다면!>은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상상을 전제로 시작한다. ’하늘에서 주스비가 내린다면?’ 혹은 ’만약 꿈을 찍는 캠코더가 있다면?’, ’만약 손가락이 사라진다면?’ 등등... 우리가 한번쯤은 의문을 가졌거나, SF소설이나 영화에서 봤음직한 상상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재미있다. ’하늘에서 주스비가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비슷한 제목의 그림책이 생각난다. 쥬디 바레트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이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그 무한한 상상에 감격했었다. 음식이 내리면 먹고 싶은대로 골라 먹을 수 있어 좋겠다거나 엄마는 음식 안해도 되니 편하겠다거나...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웠었다. 그림책은 결국 이상 기후로 인해 너무 많이 쌓이는 음식들로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다는 설정으로 끝나고 말지만, <있다면? 없다면!>에서는 정말로 주스비가 내릴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그뿐인가? 정말 주스비가 내렸을 때의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예상하고 그 문제점들 하나하나에 대한 과학적 지식들을 자세히 설명한다. 결론은, 비가 ’물’이라서 정말 감사하다는 것! 하나하나 엉뚱한 상상들을 파헤치며 과학적으로 접근하다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아름다운 세상이 허투루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우주의 진리를 저절로 깨닫게 된다. 아무렇지도 않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파고들면 결국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즐겁게 읽으며 과학적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이 책을 쓴 "꿈꾸는 과학" 팀의 목적이 그것이 아닌가 싶다. "과학"하면 어렵다고 느끼는 일반인들이나 청소년들에게 과학은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많은 발명도 우리가 하찮게 여기던, 하지만 궁금해하던 조그만 의문에서 시작된 것이 많다. 과학의 시작은 "상상"이다. 하지만 상상이 상상으로만 그쳐서는 안된다. 정재승 교수의 말처럼 상상했던 모든 것들을 다시 과학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진지하게 검토해야만 다음 상상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그런 길로 안내해 주는 책이 바로 <있다면? 없다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