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2 - 아픔, 잃어버린 것의 그림자 그리고 마법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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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1 - 안드로메다 하이츠>>를 읽고 벌써 몇 개월이 흘렀다. 2권, 3권을 읽지 못했기 때문인지 계속해서 뭔가 아쉬운...느낌이 들어 마지막까지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몇 주를 기다려 도서관에서 대여했다. 너무 오래된 탓인지 1권의 내용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조금 의뭉스러운 내용이었다는 이미지와 시츠라이시와 가에데의 이상한 직업들...이 잔상으로 남아있다. 무작정 읽기 시작하면 조금씩 생각나지 않을까..라는 조금은 대담한 생각으로 읽어나갔다.

역시...^^  읽은 지 몇 년씩 지난 책은 아니라 읽다보니 조금씩 생각이 난다. 그래도 내가 기억하고 있던 기억과 다른 부분을 발견하면 "역시, 사람 기억은 믿을 게 못되는구나..." 싶기도 하다.ㅋ

1권에서의 내용이 STORY를 중심으로 펼쳐졌다면(사실 꼭 그렇지도 않았지만, 어쨌든 2권에 비해서) 2권은 홀로 남게 된 시츠라이시의 의식을 뒤따라간다. 내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에서 바라는 것은 매 문장마다 오래도록 기억하고픈 별빛 같은 문장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에세이도 아니고 소설인데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해서, "요시모토 바나나"는 내게 그런 별빛 같은 문장을 쏟아내는 작가로 기억된다.

그런데 <<왕국 2>>는 그런 그녀의 장점들이 조금 방해가 된다. 시츠라이시의 의식을 따라가며 역시나 좋은 문장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기는 하지만, 조금 산만하기도 해서 100% 집중하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생긴다. 조금씩 조금씩 음미하며 읽고 싶은데, 우리의 생각이란 원래 여기에서 가지를 뻗나 싶으면 저기로, 또 다른 곳으로 뻗듯이 시츠라이시의 생각도 꼭 우리의 그것과 같아서 좀 산만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도 역시 2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츠라이시 그녀가 그렇게 많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일 것이다. 산에서 내려와 혼란스러운 감정이 채 안정되기도 전에 그녀 곁에서 그녀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던 가에데와 가타오카가 떠나고 진정한 홀로서기를 하게 된 시츠오카가 현실과 부딪히고 주위 사람들과 조금씩 어울릴 줄 알게 되고 생각을 넓히게 되면서 드디어 안정을 되찾고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로서 "나"를 인정하는 것. 그것이 바로 홀로서기이겠지.

"좋아하는 것이 많아지면 고달파서 살아가기 힘드니까 선인정과 할머니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온 후로 소중한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나 도무지 감당이 안 된다. 차라리, 이렇게 늘어나다가 언젠가는 폭발해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게는 벅찬 커다란 빛이 되었으면 좋겠다고."...97p


순수한 그녀 곁에서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녀는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안정을 되찾는다. 아무리 악한 사람들이 있고 나쁜 일들이 매일같이 일어나도 역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이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간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이제 안정되고 당당해진 그녀 앞에 가에데가 돌아온다. 3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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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남긴 한 마디 - 아지즈 네신의 삐뚜름한 세상 이야기 마음이 자라는 나무 19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이종균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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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즈 네신"이라는 작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리고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계속해서 감탄해 마지 않는다. 그의 작품에는 이백 개가 넘는 필명으로 백 권이 넘는 작품을 발표하여 터키의 국민작가로 추앙받고 있는 만큼, 또한 작가이기 이전에 인간의 존엄성 회복과 보호에 앞장서 온 투철한 인권운동가인 만큼, 매우 풍자적이고 매우 치열한 우리의 삶 자체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의 글은 "우화"의 성격을 띄기 때문에 어둡지 않다. <<개가 남긴 한 마디>>에서처럼 ’개’나 ’당나귀’, ’양’이 등장하여 인간 군상들을 대변한다. 그가 자신의 풍자관을 "풍자는 세계를 웃음거리가 되는 것으로부터 구해 준다"라는 글로 정의했다고 한다. 그만큼 그의 글들은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면서도 그 날카로움에 놀라게 된다.

그 날카로움이란, "아지즈 네신"이 발표한 이 책들은 이미 몇 십년이 흘렀건만 지금 현재 우리의 정치, 사회의 모습과 아주 똑같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까마귀가 뽑은 파디샤>나 <당신을 선출한 죄>, <아주 무서운 농담>은 우리나라 현 정세와 딱 맞아떨어지는 듯 하다. 서로 높은 자리에 선출되고 싶어 좋은 일을 많이 할 거라는 공략을 남용하는 모습이라거나 도대체 누구 때문에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냐고...찾아보니 결국 내가 선출했기 때문이구나...같은...ㅋㅋ, 혹은 듣고 찔리라고 비방용 이야기를 만들어 퍼트렸더니, 정작 본인(높은 고위관리직)들은 자신의 이야기인지 모르더구나...하는 이야기들이다. 

사회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 수 있는 그의 능력이 매우 존경스럽다. 그의 이야기들 속의 나라들은 하나같이 이상한 나라들 뿐인데, 읽고나서 보면 그 나라는 세계 어디에서나 있을법한 나라이니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풍자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작품의 놀라움에 "허!" 하고 무릎을 쳤지만 나도 모르게 "하하하!" 하고 웃어버린 한 작품이 있으니, 바로 <도둑고양이의 부활>이다. 

도둑질을 매우 자랑스럽게 하는 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에 "충반"이라는 도둑고양이가 살았는데, 이 고양이의 솜씨는 너무 감쪽같고 귀신같아서 모두들 존경하고 귀여워 했더란다. 해가 가고, 나이가 들어 결국 충반은 죽게 되고 마을 사람들은 장례식까지 잘 치러주었다. 

"충반이 죽은 후 마을은 정적에 휩싸였다. 하지만 두 달 후, 기적이 일어났다. 충반의 무덤 위에 위풍당당한 건물 한 채가 우뚝 솟았기 때문이다.
국. 세. 청!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국세청 건물을 가리키며 한 마디씩 했다.
"충반의 혼이 부활했어!""....21p



우하하!!! 어쩜 좋아~~~!!! 난 이 이야기가 너무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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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행
시노다 세츠코 지음, 김성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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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년 여성이 바람이 불고 눈송이가 흩날리는, 마치 요즘처럼 추운 날... 자신의 애견(골든 레트리버 : 이 견종이 중요하다. 그 어떤 개들보다 가장 온순하다고 알려져있는 이 개)을 데리고 집을 나와 도망을 간다.
남편과 두 딸이 있고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사는 이 여인이 집을 나온 이유는...다소 황당하다.
그 순하다는 골든 레트리버 "포포"가 이웃집 아이를 물어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그 사건에 대해 법적으로 치루어야 하는 어떤 법률상의 문제도 없지만, 이웃집 사람들에 대한 예의상 포포를 안락사 시키려는 사람들(특히 가족들)을 피해 무작정 도망을 나온 것이다.

이쯤 읽으면 마음은 양갈래길이 된다.
내 아이가 그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내 아이가 원인이 되어 그런 사건이 발생했다고 해도 그 개는 이미 용서할 수 없게 된다.
그 개가 그 집 가족 구성원이든 아니든 그건 내가 알 바 아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죽여야한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또 미쓰코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그 아이는 포포를 괴롭혀왔고, 이 쪽의 잘못이기 보다는 그 아이와 그 아이 부모의 잘못이 크므로 정 이웃으로 살지 못하겠다면 이사가버리면 그만이다.

문제는 사회에서의 지위와 명예, 그리고 각자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미쓰코의 가족들이다.
누구 한 사람 미쓰코의 입장에서 이해해주고 감싸줄 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진정 미쓰코의 마음을 알아주는 가족이 있었다면 미쓰코는 가출까지 감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혼자 사는 게 살벌할 때도 있지만 가족에게 둘러싸였는데도 고독한 건 더 살벌해요.  
   


그녀의 가족보다 더욱 가족 같았던 포포만이 그녀의 유일한 위안이었으며 행복이었다.
그런 자신만의 가족인 포포를 지키기 위해 그녀는 도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미쓰코가 도피한 후의 삶이 안락한 삶은 아니지만, 포포에게나 그녀에게나 훨씬 더 행복한 삶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하나 자신의 감정이나 존재 자체를 의식해주지 않는 삶보다는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훨씬 충만한 삶을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쓰코의 도피행은 자신이 스스로 결정한, 자신만의 삶을 살려고 하는 그녀의 의지였다.
그러므로 포포와 함께 한 마지막은, 비록 갑작스럽기는 했어도 영원한 봄이 가득한 연못 근처....같은 느낌일 것이다.

갱년기 장애, 고려장.. 등등 가슴이 아픈 단어들이 많이 나오지만, 아들네에 2층방에서 텔레비전만 보다가 늙어가는 것보다는 멀리 떨어진 자신만의 집으로 돌아와 텃밭을 일구며 자신만의 일상을 살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이야기 등이 희망으로 다가온다.
무언가 다른 삶도 있을 거라고, 나이가 들어도 아무 할 일 없는 뒷방신세가 아닌 나 자신만을 위한 삶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중년...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끔 해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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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왕 룽산]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탁구왕 룽산 마음이 자라는 나무 18
창신강 지음, 김재영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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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표적인 성장소설 작가로 알려진 "창신강". 그의 저력은 이미 저 <<열혈 수탉 분투기>>를 통해 알 수 있다. 수탉을 의인화하였어도 마치 우리의 삶을 그대로 옮긴 듯 톡톡 튀는 재치와 구성으로 웃음과 감동을 주었다면 이번 <<탁구왕 룽산>>의 단편소설을 통해서는 우리 아이들의 삶, 자체를 옮겨놓은 듯 하다.

세계 어디에 있어도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은 무척이나  아프고 힘든 고통을 수반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사건이나 계기 등을 통해 일어난다. 그 한 가지 사건을 통해서도 충분히 아이들은 무언가를 알게 되고, 깨달아 어느새 한 뼘이나 자라나 있는 것이다. 마치 당연히 거쳐야 할 통과의례처럼........

이런 사건들은 아직 어린 아이로 남아있는 그들의 엉뚱하지만 뜻이 있는 장난이나 계획으로 시작하여, 때로는 선생님에 대한 반항을 통해...<푸른 눈밭 검둥새>, 때로는 어른들의 잔인함으로...<베이다황의 목소리>, 때로는 할아버지의 가르침...<노란 민들레> 등의 과정을 거쳐 조금 더 생각이 넓어지고 전체를 바라볼 줄 아는 어른의 시각을 갖게 한다. 

이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정말로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어서 마치 작가 창신강의 자전적인 이야기들이 녹아들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만큼 나에게 있었던 것 같은, 혹은 우리 아이들이 겪을만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가장 마음이 동(動)했던 이야기는 <푸른 눈밭 검둥새>와 <소택지의 상수리나무>였다. 

<푸른 눈밭 검둥새>에서 공장 굴뚝의 검은 연기로 인해 검게 변해버린 참새를 검정빛을 지닌 새로운 새라고 생각하여 멋진 글짓기까지 하고 그런 것(푸른색 눈과 검둥새)은 없다고 한마디로 무시해버리는 하오선생님과 설전을 벌이는 친샹! 자신이 아버지의 이야기를 무시해버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친샹, 자신이 무시당하자 검둥새의 정체를 밝히려고 한다. 결국 그 검둥새가 참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친샹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지금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푸르디푸른 눈밭과 정령같은 검둥새의 모습이 병풍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늘 운이 나쁘다고 생각했던 나에게그 풍경은 깊은 감동을 안겨준 동시에 세상의 한 귀퉁이에 숨어 있는 작은 진실을 알려 준 셈이다."...61p

완전해 보이기만 하는 어른들의 실수를 목격하거나 배신을 당하고, 어른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바라보며 그들 나름대로의 결론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나이가 바로 청소년의 나이이다. 그리고 자연을 자연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도 그 나이가 아닐까 싶다.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이 때에 자신들이 정말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진정으로 위로받고 용기를 가질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열 명의 열 가지 에피소드를 통한 성장통을 읽으며 아이들은 열 뼘이나 자라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열 명의 아이들이 겪는 성장통을 통해 우리 모두 그렇게 어른이 되었음을 추억할 수 있고, 또는 이제 이 관문을 거쳐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힘과 용기를 줄 것이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극심한 성장통을 앓았던 모든 이들과 이제 곧 거쳐가야만 하는 아이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나는 지금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푸르디푸른 눈밭과 정령같은 검둥새의 모습이 병풍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늘 운이 나쁘다고 생각했던 나에게그 풍경은 깊은 감동을 안겨준 동시에 세상의 한 귀퉁이에 숨어 있는 작은 진실을 알려 준 셈이다."...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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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꿈 - 오정희 우화소설
오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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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이 소설을 이해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간혹 이 "우화"라는 단어에 책을 집어든 독자라면 낭패..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을까.
내가 느낀 <<돼지꿈>>은 매우 현실적인 에피소드의 모음이며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대 중반 이상의 여성들(특히 주부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쳇바퀴 돌 듯 매일 같은 일상의 아이들 돌보는 일, 남편 챙기는 일과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집안일을 겪어보지 못한 독자들이라면 이 책은 그저 먼 세상의 새롭지 않은 그저 그런 소설이 될 것 같다.

"한 송이 꽃이길 바랐으나 속절없이 드세져버린 우리 시대 여성들에게 바치는 인생우화"라는 문구처럼 이 소설 속에는 내 어머니의, 내 친구들의, 내 이웃의, 그리고 바로 나의 이야기가 있다. 
여자는 그저 시집만 잘 가면 된다는 시대는 끝났다.
"커리어 우먼"이라는 꿈을 품고 대학교에 들어가고, 아주 열심히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전문가...로서 취직했던 젊은 시절의 나.
세월은 흐르고 어느새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고 몸매도 얼굴도 피부도 이미 예전 젊은 시절의 나는 아니다.
<한낮의 산책>의 정애나 <아내의 30대>의 아내처럼 이미 젊지 않은 나에게 실망하고 더이상 꿈을 실현할 수 없음을 한탄한다.
우리를 더욱 초라하게 하는 것들은 많기도 하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의 존재...<고장 난 브레이크>...나 말도 안되는 것들로 시비를 거는 시어머니...<해산>... 혹은 평소엔 갖고 싶지도 않은 누군가의 다이아반지...<결혼반지>...같은 것들.
아마도 이런 것들은 정말로 우리를 괴롭히는 존재는 아닐 것이다.
다만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버겁고, 아둥바둥하는 자신의 존재 자체에 화도 나서 하는 변명들이 아닐지.


"여자들이 살아야 하는 세계의 답답함과 폐쇄성, 그리고 숨은 불씨처럼 때때로 참을 수 없는 자기 모멸감과 은밀한 탈출의 꿈틀거림을. 바람 센 날이면 젖은 머리 말리는 척 창문을 활짝 연 베란다에 서서 긴 머리칼을 하염없이 날리며 밖을 내다보는 것, 낙엽 쌓이는 가을 길, 눈 내리는 겨울바다를 보고 싶어 하는 것 따위를 당신은 유치한 소녀적 감상이라고 비웃지만 그것이 이미 어찌해볼 수 없는 삶의 절망감, 생활에 대한 회의의 조용한 표현인지를 모를 것이다."...118p

이미 모든 것을 겪은 엄마는 그래서 자꾸 잔소리를 하시는 거겠지.
<보약>의 어머니처럼 "여자와 집은 가꾸고 위하기 달려다..."고...우리 엄마도 꼭 그런 잔소리를 하신다.
그럼 나도 <보약>의 '나'처럼 괜히 민망하고 내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을 막아보려 팩!하고 새침한 소리를 해버리는 것이다.

<<돼지꿈>>에는 결론이나 해법이 없다.
그저 우리네 삶의 한 단편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서... "나만이 아니라 모두들 그렇게 살고 있구나..."라는 위로를 받는다.
위로를 받았으니, 또 다시 힘내서 살아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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