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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친구를 만드는 방법 - 2014년 독일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ㅣ 라임 청소년 문학 21
마르티나 빌드너 지음, 김일형 옮김 / 라임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최근 다양한 나라의 청소년 소설을 읽다 보니 드는 생각이 있다. 어느 나라나 사춘기에 들어서는 아이들의 고민은 비슷비슷하다는 것이다.
친구, 가족과의 관계와 미래에 대한 불안함, 이성에 대한 호기심, 그러면서도 밝기도 했다가 우울하기도 했다가 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기분 등.
이제 막 미래를 설계하기 시작해야 하는 나이와 사춘기에 생기는 다양한 호르몬 변화 등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그러니 문화가 달라도 가정 환경이나
성격이 달라도 거의 비슷한 고민이 있고 비슷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완벽한 친구를 만드는 방법>은 독일 청소년 소설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러시아계이기도 해서 우리와는 정말로 먼 나라의
이야기인데도 이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 고민, 오해 등은 우리 아이들과 그다지 다를 것이 없다. 그러니 아이들은 이런 책을 읽으며 함께 공감하고
이해하며 함께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진지한 고민들이 아이들의 미래에 좋은 영향을 끼치기를 바란다.
나디아와 카를라는 오랜 친구이다. 카를라가 이사를 오고 첫인사를 하고 난 후부터 죽~. 카를라는 보통의 아이들과 좀 많이 다르지만
나디아에겐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꽉 채워지는 그 존재감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그 우정이 정말 좋다.
가끔은 뭐든지 분명해야 하는 자신의 성격과는 다르게 단답형의 설명 없는 대답에 답답할 때도 있지만 카를라에게 자신이 필요하고, 자신에게 카를라가
있으면 모든 것이 채워지는 그 느낌이 정말 좋아서 카를라는 나디아에게 완벽한 친구라는 생각을 한다.
둘은 다이빙 선수이다. 초등학교를 방문한 체육 선생님께 발탁되고 몇몇의 운동 중 자신들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종목을 선택한 것이
다이빙이었다. 둘은, 특히 카를라는 두각을 나타내게 되었고 때문에 중학교도 체육 중학교로 진학하여 벌써부터 미래를 결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매일
쳇바퀴 도는 듯한 생활(등교하고, 하교하고, 수영장에서 다이빙 연습을 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숙제를 하고 잠을 자면 하루가 다
지난다.)이 가끔은 답답하지만 둘이 함께 한다면 그것 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사춘기의 여자 아이들의 관계는 참으로 복잡 미묘하다. 나 때에도 그랬지만 지금 우리 딸을 보아도 그렇다.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어긋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이 시기는 가족보다 더욱 소중한 대상이 친구들이니 이 관계가 틀어지면 인생이
우울해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디아는 참 기특하다. 같은 종목으로 경쟁하는 상대인데도 나디아는 한 번도 카를라에게 질투를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자랑스러워
한다. 가끔 왜 뛰어넘으려 하지 않느냐는 엄마의 잔소리가 귀찮지만 진심으로 카를라의 재능을 축하해준다. 하지만 무엇이든 둘이 하면 완벽했던
것들이 자꾸만 혼자가 되고 비밀이 생기고 그 틈이 벌어지면서 나디아는 자신이 무엇을 어디서부터 잘못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방황하게 된다.
사실 시간이 흐르면, 인생의 모든 우울을 한 번에 겪었을 것 같던 그 시기도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슬며시 미소짓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마도 그런 고민의 흔적들이 나를, 우리를 성숙하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싸웠든, 소원했든, 죽고 못사는 존재였든 그 시기를 버티게 해 줄 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이 나중엔 얼마나 큰 위로가 되어줄지. 무지하게 많았던 고민도 친구의 한 마디면 해결될 수도 있다. 그렇게 완벽한 친구를 만들 수
있던 시기가 바로 사춘기였다. 모든 청소년들이 지금 비록 힘든 하루일지라도 내 곁에 있는 친구와 함께, 그런 사실을 알려주고 공감해주는 책과
함께 밝은 시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