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수트는 얼마에 살 수 있을까? 대중문화 속 인문학 시리즈 2
박병률 지음 / 애플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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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매일 열심히 들여다 본다. 꼼꼼히는 아니지만 세상 흘러가는 이야기를 어느 정도 따라잡고 싶어서이다.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일인데도 저절로 빨리 넘기게 되는 페이지들이 있으니 정치, 경제란이다. 신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분야이니 어쩌면 난 신문을 정말 대강 본다고 할 수도 있겠다. 왜 그렇게 관심이 가져지지 않는 걸까? 경제는 가정을 이끌어나가는 데 꼭 필요한 부분임에도 관심이 가지 않으니 억지로라도 알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나처럼 경제 문외한도 지루하지 않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좋아하지 않으니 책을 고르는 일도 쉽지 않다. 이왕이면 엄마처럼 되지 말라고 중학생 딸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제목에 눈길이 확! 가는 책을 만났다. < 아이언맨 수트는 얼마에 살 수 있을까?>는 우리가 흥미를 가질 만한 다양한 소제목들로 흥미를 돋우고 그에 연결된 경제학 원리를 설명하는 책이다.

 

책 제목엔 누구나 알고 한 번 쳐다볼 만큼 호기심이 이는 영화의 등장인물을 내세웠지만 그뿐 아니라 어린왕자나 아기 공룡 둘리, 신데렐라, 인어공주처럼 익숙한 존재들이나 영화 <타짜>, <로보캅>, <설국열차>, <해리 포터> 같은 영화 속 이야기와 <삼국지>, <오즈의 마법사> 같은 책 속 이야기도 등장한다.

 

처음엔 그저 흥미로운 제목만 앞세우고 지루한 경제 원리를 설명하는 줄 알았는데 등장인물과 영화 혹은 책 속 스토리를 다양하게 각색하고 그 이야기 속에서 경제 원리를 뽑아내어 현실적으로 설명해 준다. 그래서 지루할 틈이 없다. 그냥 함께 궁금해지고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읽다 보면 어느새 경제 속으로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지식인들은 '한정된 재화와 서비스를 어떻게 잘 나눌까?'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를 학문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바로 경제학이다."...16p

 

경제를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경제학이 희소성에서 시작했다는 사실 말이다. 하지만 작가의 차근차근한 설명을 읽다 보니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어공주" 이야기에서 뽑아낸 매몰비용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닌 내게 무엇이 더 가치있는가를 생각하는 경제학으로 생각한 인어공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매몰비용에 집착하면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힘들다."(...87p)는 '매몰비용의 오류'는 교훈도 된다.

 

작가는 경제부 기자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일까. 작가의 글을 읽고 있자면 끝도 없이 많은 작품들을 넘나든다. 그렇게 풍부한 배경지식으로 훨씬 쉽게 경제학을 설명해주니 내게서 먼 경제가 아니라 우리 생활 속의 경제 원리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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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ors 살아남은 자들 4 - 어긋난 길 서바이벌스 Survivors 시리즈 4
에린 헌터 지음, 윤영 옮김 / 가람어린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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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가볍게 시작했다. 주인공이 개들이고(그렇다고 우습게 본 건 아닌데, 아무래도 조금은 얕잡아 본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큰 이야깃거리가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틀렸다. 이야기는 벌써 4권째인데다가 주인공인 개들은 마치 사람인 양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절체절명의 상황마다 위기를 극복하기도 하고 서로 반목하기도 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게다가 아직 끝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3권까지는 주로 "럭키"를 주인공으로 전개되었다. 도시의 떠돌이개 럭키가 큰 으르렁거림이라는 엄청난 상황을 맞아 극복해 가는 이야기로 말이다. 도시의 애완견도 아니고 숲의 야생견도 아닌, 어정쩡한 관계로 스스로 고독하기를 바랐던 럭키였다. 하지만 모든 이들을 불행으로 만든 큰 으르렁거림 이후로 많은 것들이 변했다. 주인인 긴 발들을 잃은 애완견들은 긴 발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독립해야 했으며 숲 속의 야생견들도 자신들만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런 야생견들과 애완견들의 완충 역할을 해 온 것이 떠돌이견 럭키였다.

 

하지만 4권을 읽다 보니 이미 <살아남은 자들>의 주인공은 "럭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위험한 상황을 지혜로, 협동으로, 힘으로 맞서 싸우는 모든 개들이 주인공이다. 처음엔 야생견과 애완견의 대립이었던 이야기는 어느새 두 개들이 하나로 합쳐지고 다른 대립각이 세워진다. 갈등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하나이며 매우 탄탄할 것 같던 무리도 알파의 리더십에 문제가 생기며 문제가 생긴다.

 

"럭키는 아무 생각 없이 알파의 말을 따르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중략) ... 곤란한 상황이 닥쳤을 때 알파도 늘 침착하게 대응한 건 아니었다. 그리고 가끔 다른 개들을 너무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었다."...79p

 

그럼에도 이들은 계속 나아간다.

 

"큰 으르렁거림이 세상을 뒤흔들었을 때, 이 땅 위의 모든 개들이 살아남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강아지들은 새롭게 태어나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이다."...90p

 

이 책이 주는 희망이다. 그리고 아마 우리에게 주는 교훈일 것이다. 지금 아무리 힘들고 살아가기 어려울 것 같아도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다 보면 어떻게든 살아진다는 것, 그리고 내일이 올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주인공에게 기대하는 만큼 럭키가 영웅같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해 아쉬웠다. 알파의 교만과 만용을 용서하기 힘들어서이다. 럭키가 아닌 다른 개가 나섰지만 ... 벌써부터 5권이 궁금하다. 다른 책들보다는 다음 권이 빨리 출간되는 편이지만 그래도 앞으로 기다려야 할 몇 개월이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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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허 (완역판) - 그리스도 이야기 현대지성 클래식 10
루 월리스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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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TV에선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방영해 주었다. 흥미진진한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도 많았지만 서부 영화나 유명한 고전 영화들도 많았다. 그때엔 그런 영화들이 다분히 그리스도교적인 줄도 몰랐다. 그냥 굉장히 외국적(서양)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몇 번이나 그리스도교인이 되려고 노력했으나 그러지 못한 나로서는 그나마 그런 영화들도 보지 못했다면 그들의 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그 많은 외국 영화 중 "벤허"는 가장 많이 본 영화에 속한다. 명절이나 무슨 날만 되면 반복해서 나왔기 때문인데 참 신기하게도, 그 어떤 줄거리도 생각나지 않고 유독 전차 경주 씬만 생각날 뿐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벤허"하면 생각나는 유일한 장면이다. 이번에 현대지성 출판사에서 영화 "벤허"의 원작소설이 완역본으로 출간되었다. 무려 810페이지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책이다. 그럼에도 꼭 읽고 싶었던 이유는, 완역본이라면 무조건 달려드는 나의 허영심도 있었지만 그리스-로마 신화 이외에 유럽의 근간을 이루는 그리스도교적인 문화 이야기를 좀 더 재미있게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로마 시대의 이야기이지만 그리스도의 탄생과 그리스도교가 퍼져 나가던 때의 이야기는 당연히 중요한 역사의 한 장면이다. 소설 <벤허>는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읽어나가다 보니 쉽지 않았다. 내 기억 속 영화 "벤허"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주인공 벤허가 겪는 이러저러한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부제로 "그리스도 이야기"라고 붙어있을 만큼 그리스도의 탄생과 그리스도와 벤허의 만남, 그리스도가 벤허에게 끼친 영향 등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1880년에 출판된 작품인 만큼 지금 우리가 읽는 스피디한 작품들과는 사뭇 다르다. 19세기에서 바라보는 로마시대의 시대적 상황(정치, 경제, 문화)을 구구절절히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대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 장치이기도 하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좀이 쑤시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마도 내가 그리스도교인이 아닌 이유가 한몫했을 수도 있다.

 

소설은 동방박사 세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만큼 그리스도의 탄생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어릴 적 교회에서 세뇌당하듯 들었던 동방박사와는 많이 달랐다. 우선 동방박사가 전혀 다른 세 대륙, 서로 다른 민족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유대인의 왕"으로 태어났지만 유대인 뿐만 아니라 온 세상 온 민족을 구원하리라고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스도의 탄생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시대를 건너뛰어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유다 벤허가 어떻게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어떻게 살아남는지로 넘어간다. 유복하게 자란 소년 유다가 시련을 거쳐 남자로 바뀌는 부분이다. 그리고 복수를 다짐하며 인고의 세월을 견딘 유다가 어떻게 복수하고 유대인의 왕을 영접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지.

 

여러 번 이야기했듯 나는 그리스도교인이 아니다. 이 책의 옮긴이는 역자 서문에서 영화 속에서 전차 장면을 너무 많이 강조했다고 설명한다. 벤허가 예수님에 대해 알아가고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소설을 읽다 보니 작가 루 월리스는 아마도 유대인 유다 벤허를 통해 유대교로서의 하나님 뿐만 아니라 온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대인으로서 유다 벤허는 처음에 그리스도는 당연히 자신들만의 왕국을 지키기 위해 오신 분이어야 했다. 하지만 동방박사가 이야기 하듯 예수님은 온 세상의 모든 이를 구원하러 오셨다. 여기서 유대인 벤허의 갈등이 일어난다. 소설은 이 부분에 많이 할애하고 있다. 하지만 비그리스도인으로서는 역시 벤허가 친구이자 적이었던 메살라에게 복수하는 전차 장면이야말로 최고의 클라이맥스가 되지 않겠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는 보여지는 매체이므로 말이다.

 

2016년 9월에 다시 만들어진 "벤허"가 개봉한다고 한다. 원작 소설을 읽기 전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개봉 소식이 무척 반갑다. 오래된 화면이 아니라 모건 프리먼 등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배우도 등장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었을 것이기에 기대도 크다. 벤허의 심리적인 갈등도 이해하게 되었으니 좀 더 영화를 풍성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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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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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는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9P

 

...로 시작하는 소설의 첫 두 문장은 매우 강렬하다. 그리고 많은 상상을 하게 한다. 처음엔 제목과 더불어 귀신이 나오는 건가..하고 상상하다가 뭇 탐정 소설이나 수사 드라마 속 내용처럼 리디아의 죽음에 연루된 사건이 얼마나 잔인한 것일지 상상한다. 하지만 곧 이 이야기가 그렇게 단순한, 너무나 흔한 사건 소설이 아님을 알게 된다. 허구가 아닌, 현실의 이야기라서 더욱 잔인하고 더욱 가슴 아픈 이야기로 말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말이 아니다. 현실 속 일반 가정의 이야기가 바로 소설이다.

 

"이 모든 일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언제나 시작은 엄마와 아빠다. 리디아의 엄마와 아빠 때문에 시작된 거다. 왜냐하면, 오래전에 리디아의 엄마가 사라진 적이 있었고, 리디아의 아빠가 그런 엄마를 찾아 집으로 데려왔기 때문에 시작된 거다. 무엇보다 리디아의 엄마가 자신을 사람들 밖으로 드러내려 했기 때문에 시작된 거고, 무엇보다 리디아의 아빠가 자신을 사람들 속으로 숨겨버리려 했기 때문에 시작된 거다. 그러니까 애초에 불가능한 일을 꿈꾸었기 때문에 시작된 거다. "...43p

 

이야기는 리디아가 사라지고 발견되고 슬픔이 이 가족을 옭아매는 현실과 이 가족이 이루어지던 때, 엄마 메릴린과 아빠 제임스가 만날 때,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메릴린과 제임스가 어려서 그들이 삶의 가치관을 형성해 나아가던 시기가 교차되며 서술된다. 작가의 서술 방식 때문일까. 각각의 사건이 급변하고 빠른 전개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객관성을 유지하게 된다. 그러면서 이 가족의 비극에 깊이 들어가게 된다.

 

이 가족의 비극엔 전제 조건이 있다. 엄마는 아직 여성의 역활이 제대로 인정받기 이전에 여성으로서 당당히 홀로 서고 싶었고, 아빠 제임스는 미국이라는 땅에 아시아인이 많이 없던 시절, 많은 이들의 시선을 꿋꿋이 버티며 살아야 했다. 1940~50년대의 이야기이다. 책을 읽다 보면 한 사람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것이 얼마나 주위의 영향을 받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가치관에 따라 다음 세대로 자신의 꿈을 연장하기도 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기도 한다.

 

내 어린 시절을, 지금의 나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부모는 보통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고 좀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아이를 키우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는 어떻게든 아이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데 내가 아이에게 어떤 식으로든 안좋은 영향을 준다면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오싹해졌다.

 

스릴러나 미스테리 소설은 아니다. 반전도 없다. 읽다 보면 리디아가 왜 죽었는지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후에 리디아의 진심을 알게 된다면 조금 놀라게는 되지만 이야기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저 안타깝다. 이 가족의 비극은 진정한 소통의 부재가 만들어냈다. "내가 너에게 말하지 않고 담아둔 것들", "절대로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 때문에 말이다. 그러니 그 어떤 소설보다 더욱 가슴 절절하게 읽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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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친구를 만드는 방법 - 2014년 독일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라임 청소년 문학 21
마르티나 빌드너 지음, 김일형 옮김 / 라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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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양한 나라의 청소년 소설을 읽다 보니 드는 생각이 있다. 어느 나라나 사춘기에 들어서는 아이들의 고민은 비슷비슷하다는 것이다. 친구, 가족과의 관계와 미래에 대한 불안함, 이성에 대한 호기심, 그러면서도 밝기도 했다가 우울하기도 했다가 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기분 등. 이제 막 미래를 설계하기 시작해야 하는 나이와 사춘기에 생기는 다양한 호르몬 변화 등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그러니 문화가 달라도 가정 환경이나 성격이 달라도 거의 비슷한 고민이 있고 비슷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완벽한 친구를 만드는 방법>은 독일 청소년 소설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러시아계이기도 해서 우리와는 정말로 먼 나라의 이야기인데도 이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 고민, 오해 등은 우리 아이들과 그다지 다를 것이 없다. 그러니 아이들은 이런 책을 읽으며 함께 공감하고 이해하며 함께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진지한 고민들이 아이들의 미래에 좋은 영향을 끼치기를 바란다.

 

나디아와 카를라는 오랜 친구이다. 카를라가 이사를 오고 첫인사를 하고 난 후부터 죽~. 카를라는 보통의 아이들과 좀 많이 다르지만 나디아에겐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꽉 채워지는 그 존재감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그 우정이 정말 좋다. 가끔은 뭐든지 분명해야 하는 자신의 성격과는 다르게 단답형의 설명 없는 대답에 답답할 때도 있지만 카를라에게 자신이 필요하고, 자신에게 카를라가 있으면 모든 것이 채워지는 그 느낌이 정말 좋아서 카를라는 나디아에게 완벽한 친구라는 생각을 한다.

 

둘은 다이빙 선수이다. 초등학교를 방문한 체육 선생님께 발탁되고 몇몇의 운동 중 자신들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종목을 선택한 것이 다이빙이었다. 둘은, 특히 카를라는 두각을 나타내게 되었고 때문에 중학교도 체육 중학교로 진학하여 벌써부터 미래를 결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매일 쳇바퀴 도는 듯한 생활(등교하고, 하교하고, 수영장에서 다이빙 연습을 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숙제를 하고 잠을 자면 하루가 다 지난다.)이 가끔은 답답하지만 둘이 함께 한다면 그것 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사춘기의 여자 아이들의 관계는 참으로 복잡 미묘하다. 나 때에도 그랬지만 지금 우리 딸을 보아도 그렇다.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어긋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이 시기는 가족보다 더욱 소중한 대상이 친구들이니 이 관계가 틀어지면 인생이 우울해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디아는 참 기특하다. 같은 종목으로 경쟁하는 상대인데도 나디아는 한 번도 카를라에게 질투를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자랑스러워 한다. 가끔 왜 뛰어넘으려 하지 않느냐는 엄마의 잔소리가 귀찮지만 진심으로 카를라의 재능을 축하해준다. 하지만 무엇이든 둘이 하면 완벽했던 것들이 자꾸만 혼자가 되고 비밀이 생기고 그 틈이 벌어지면서 나디아는 자신이 무엇을 어디서부터 잘못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방황하게 된다.

 

사실 시간이 흐르면, 인생의 모든 우울을 한 번에 겪었을 것 같던 그 시기도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슬며시 미소짓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마도 그런 고민의 흔적들이 나를, 우리를 성숙하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싸웠든, 소원했든, 죽고 못사는 존재였든 그 시기를 버티게 해 줄 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이 나중엔 얼마나 큰 위로가 되어줄지. 무지하게 많았던 고민도 친구의 한 마디면 해결될 수도 있다. 그렇게 완벽한 친구를 만들 수 있던 시기가 바로 사춘기였다. 모든 청소년들이 지금 비록 힘든 하루일지라도 내 곁에 있는 친구와 함께, 그런 사실을 알려주고 공감해주는 책과 함께 밝은 시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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