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공부 - 책에 살고 책에 죽다
이인호 지음 / 유유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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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는, 단연 10대이다. 많은 책을 읽고 지식을 습득하고 간접 경험을 통해 생각을 키우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열심히 궁리해야 할 때이다. 그런데, 이 10대에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주변과 어울려 놀고 싶은 것도 많기 때문에 자기 만의 공부에 매진하기가 쉽지 않다. 나 또한 진짜 공부가 무엇인지, 공부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된 것이 대학교 졸업을 앞둔 몇 개월 전이었다. 이게 무슨 아이러니인지! 졸업하니 당연한 듯 한동안 공부를 손에서 놓게 되었는데 몇 년 전부터 다시 공부를 하게 되었다. 15년이 지나 시작한 공부는, 쉽지 않았다. 예전처럼 기억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체계적으로 할 시간도 나지 않아 주먹구구식으로 집어넣을 수밖에. 그럼에도 몇 년이 흐르고 다시 공부의 참 즐거움을 느끼게 되면서 좀 더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책에 관심이 생겼다.

 

안소영 작가의 <책만 읽는 바보>를 정말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이인호 교수의 <책벌레의 공부>는 작가 전공을 살려 중국 선현들의 공부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사실 중국 고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조금씩 중국 사자성어에 관련된 책이나 중국 역사책 정도는 읽은 적이 있지만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논어>나 <명심보감> 같은 책은 본격적으로 읽어보지 못했고 은연중에 어려울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아직까지는 그 주변 이야기들을 읽는 것이 즐겁다. <책벌레의 공부>는 그런 나에게 즐거움과 공부하고 싶은 열정을 일깨워 준 책이다.

 

나도 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공부하는 법"을 알려준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각자에겐 자신이 처한 환경과 자신이 지닌 배경지식이 다르기 때문이고 그렇기 때문에 공부하는 법은 스스로 터득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공부법을 아는 것은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는 데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책은 어떤 방법을 나눠서 체계적으로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읽고 있자니 중국 선현들이 하시는 말씀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선, 처절하게 공부해야 한다는 것. 쉬면서 설렁설렁하는 것은 공부가 아니다. 두 번 다시 읽지 못할 각오로 책을 씹듯이 읽어야 하고 머리에 넣어야 한다. 한 번 읽어 이해되지 않으면 수백 번이라고 읽어 이해되게 한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 대신 틈 날 때마다, 꾸준히 읽어야 비로소 내 것이 될 수 있다.

 

"책을 잘 읽는 자는 항상 부족을 느껴 지혜로워지는데, 책을 잘못 읽는 자는 항상 자부심이 넘쳐 어리석어진다."...120p

 

책 좀 읽는다고 자만했던 적이 있었다. 하루에도 끝없이 쏟아지는 책을 모두 읽어야 할 것 같은 조바심에 쩔쩔 매던 때도 있었다. 최근엔 좋은 책을 골라 시간 될 때마다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내 삶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고 노력한다. 공부는 끝이 없다. 내 일을 위한 독서도 필요하지만 틈틈이 나 자신의 성숙을 위한 독서를 이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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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44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송무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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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책이 있다. 분명 내용도 다 알고 심지어 기억하는 문장도 있는데, 막상 읽어 보니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닫게 되는 책. 우리 집엔 윌리엄 셰익스피어 책이 2권이나 있고 그 두 권의 책에는 동히 <햄릿>이 들어가 있어 당연하게, 이 작품을 읽었는 줄로만 알았다. 말할 필요도 없이 너무나 유명한 책이고 굉장히 중요한 책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읽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마나 놀랐는지.

 

희곡을 읽는 재미는 남다르다. 눈으로 읽고 있지만 보는 듯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들을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반면, 연극이라면 등장인물의 지나칠 만한 대사들을 곱씹으며 읽고 또 읽을 수 있다.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훨씬 더 공감할 수 있고 그들의 갈등에 함께 고민하며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햄릿>은 엘시노 성의 망대에서부터 시작된다. 경계 근무를 서고 있던 군인들 앞에 등장하는 한 유령. 같은 시각에 나타나는 이 유령은 얼마 전 죽은 전 국왕이다. 다가오진 않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 유령으로 인해 군인들은 두려움에 떨고 전 국왕의 아들이었던 햄릿 왕자에게 알리기로 한다. 현재 국왕은 햄릿 왕자의 숙부였는데 국왕이 죽은 뒤 왕비와 결혼 후 지금의 국왕이 되어 햄릿의 새아버지이기도 하다. 햄릿은 국왕이나 어머니인 왕비, 신하들과 이야기를 할 때에도 동시에 독백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토로한다. <햄릿> 전 작품을 통해 줄거리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이 햄릿 왕자의 독백이다. 자신이 현 국왕과 왕비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유령을 만난 후 종용되는 복수와 인간으로서 지켜야만 하는 도리 사이의 갈등을 이 독백을 통해 드러낸다. 자신을 책망하기도 하고 큰 비극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기도 하면서.

 

"부정한 짓은 온 세상 흙으로 덮어 감추어도 결국은 드러나고 말 것이다."...29p

 

나쁜 짓을 하고 발 뻗고 잘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저 머릿속에만 있던 <햄릿>과 이번에 <햄릿>을 읽으며 자신의 죄를 뉘우치면서도 또다른 나쁜 일을 벌이려는 왕, 클로디어스는 굉장히 충격적이다. 제 5막 비극의 종말도 마찬가지다. 그저 햄릿의 복수로만 끝날 줄 알았던 결말은 그야말로 파국으로 끝난다.

 

빨려들어갈 듯이 책을 모두 읽고 나서야, "사는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그 유명한 대사는 어디 있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 다시 찾아 읽었다.

 

"이대로 살아, 아니면 죽어 없어져, 그게 문제야. 어떤 게 더 고결한 일일까?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받으면서 그냥 참고 견디는 것, 아니면 세상의 고통과 맞싸워 이겨서 그것들을 끝장내 버리는 것. 죽는 건 잠드는 것. 그뿐이겠지."...86p

 

한 번의 정독으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지 않지만 조금 더 천천히 음미할 필요가 느껴졌고, 다양한 방법으로 <햄릿>을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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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비룡소 클래식 42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트로이 하월 그림, 원재길 옮김 / 비룡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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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 시절 추억 중 굉장히 크게 차지하는 부분이 바로 "빨간 머리 앤"이다.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챙겨보던 애니메이션이었고, 앤의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때 처음으로 완간 된 10권의 책을 만났다. 친구들과 한 권씩 나눠 산 뒤 번갈아가며 읽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바람에 마지막 10권을 읽지 못했지만 이미 애니메이션에서 보던 내용 뒷부분(엄마가 된 앤의 모습)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고 아마 중학교 올라가기 전 마지막 낭만과 행복이었던 것 같다.

 

왜 그렇게 앤에게 빠져들었을까...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나와 너무나 다른 성장 환경, 성격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했는데 아마도 한시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재잘대고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고, 감정 표현에 전혀 어색해하지 않으며 마음껏 표출하는 그녀의 성격이 가장 닮고 싶은 부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오랫만에 완역 <빨간 머리 앤>을 읽었다. 10년 전 쯤 아이와 함께 읽었었는데 그때 읽었던 책은 완역이 아니어서 줄거리 읽듯 읽어서인지 옛 추억을 떠올릴 수는 있었지만 예전의 감동이 다시 찾아오진 않았다. 오히려 얼마 전에 읽었던 <빨간 머리 앤 나의 딸 그리고 나>가 잘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떠올리게 하고 좀더 깊이 있게 읽는 기회였다.

 

비룡소 클래식의 <빨간 머리 앤>은 아이들이 읽기에도 조금 부담스러운 두께이다. 하지만 한 번 손에 잡으면 전혀 지루함 없이 아무 일도 못하고 빠져들 것이 뻔하다. 빠른 스토리 전개도 그렇지만 마릴라와 매슈처럼 앤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 사랑스러운 소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상상에 빠져 해야 하는 일마다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지만 솔직하게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할 줄 아는 이 아이를 말이다.

 

"감정에 잘 이끌리는 앤으 성격으로는 오르내림이 많은 인생살이를 겪어 내기 무척 힘겨우리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마릴라는 앤이 고생한 만큼 큰 기쁨으로 보상받으리라는 사실은 잘 알지 못했다."...332p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는 동안 앤 셜리의 성장이 느껴지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보통 성장 소설이라고 하는 책을 읽을 때 주인공이 정말 성장한다고 느끼기보다는 그렇다고 주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빨간 머리 앤> 속 앤의 성장 변화는 아주 뚜렷하게 느껴진다. 작가의 치밀한 인물 묘사와 앤의 끝없는 대사 속에서 그녀의 생각이 성장하는 것을 직접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저 철부지로만 보였던 앤은 어느새 자신을 키워준 마릴라를 책임지고 보호해줄 만큼 성장한다. 그 와중에 자신이 실수하며 배웠던 모든 것들을 바탕으로 좀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앤이 부모님에 관해 마릴라에게 말하는 부분을 무척 인상깊게 읽었다. 또 어른들의 장단점을 평가하며 자신이 커서 아이들을 대할 때 어떻게 말하는 부분도 말이다. 아마 어린 시절엔 앤의 사건 사고와 길버트와의 사랑에 초점을 맞춰 읽었다면 이제는 엄마로서,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읽게 되는 것 같다. 나도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책은 정말 대를 거쳐 읽게 되고, 스스로도 평생을 거쳐 읽게 되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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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공부법
미키 기요시 지음, 이윤경 옮김 / B612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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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는 분야는 아주 오래전부터 친해지려 해도 쉽게 친해질 수 없는 것이었다. 아무리 쉽다고 하는 책을 추천받아 읽어도 읽을 때에는 이해가 가다가도 책을 손에서 놓으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 머릿속에는 다시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렇다고 철학을 아예 상관없다는 듯이 버려두긴 싫었다. 나이가 들수록, 다른 공부를 이것저것 하면서 철학이라는 학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우리 삶에 연관되어 있는지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체계적이진 않지만 그래서 철학에 관한 책을 다양하게 읽게 되었다. 뭔가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기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고 그렇게 매진하기에는 내가 하려는 일들이 너무 많아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뭔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다.

 

철학자는 어떻게 공부할까...에 대한 책이 바로 이 <철학자의 공부법>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철학자 중 한 명인 미키 기요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가 직접 쓴 젊은 시절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책을 통해 철학을 접하게 된 시점부터 그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교수님을 만나고 어떤 책을 읽어왔는지. 하지만 막상 언급되는 책들이 우리가 흔히 아는 유명한 철학자의 책도 있지만 일본 철학자들의 책이 많아서 굉장히 동떨어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독서 편력"을 통해 죽~ 언급되는 책들이 거의 그렇다. 하지만 저자가 공부해 온 길을 따라가며 읽다 보면 본인의 의지와 교수님들의 지도로 저자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좋은 스승을 얻으려 열심히 쫓아다닌 저자도 그렇지만 그런 저자를 열심히 키운 교수님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져 흐뭇했다.

 

그 뒤로는 "철학은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와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로 이어지는데, 이 부분에선 공부하는 철학자를 만날 수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철학에 대해, 일반 독자들에 대해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철학 책은 난해하다고 한다. 이런 평가에는 저자도 깊이 반성해야 하지만, 독자도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중략).. 따라서 철학을 배울 때 자신과 맞지 않는 것을 고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반면 자신과 맞는 것을 선택하면 입문하기도 쉽고 진도도 빨리 나갈 수 있다."...90p

 

"난해한 내용에 부딪칠 용기와 끈기가 중요하다. 사고하는 법을 배우려면 해설서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101p

 

무엇보다 자신에 맞춰 흔들리지 말고 깊이있게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공부하려고만 하지 말라는 뜻일 게다.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데 난 그동안 너무 쉽게 익히려고만 한 건 아니었는지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지는 못했지만 좀 더 용기내어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은 하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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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의 무섭고 징그럽고 끔찍한 동물들 담푸스 어린이 7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천미나 옮김 / 담푸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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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에는 아이들에게 강조되는 하나의 교훈이 있었다. 바로 "권선징악". 언제나 나쁜 악당은 나쁜 결과를 얻고 쫓겨나거나 피해를 입었고 착한 주인공은 결국 성공하거나 좋은 결과를 얻어 나쁜 짓은 하지 말라는 의미를 지닌 책과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간혹 그렇지 않은 내용을 담은 것들은 부모님에 의해 배제되었기 때문에 꿈도 꾸지 못했던 내용이다. 나중에 큰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다양한 그림책과 동화책을 접하게 되면서 나 스스로가 무척 신기해하곤 했다.

 

단지 상상력만으로 놀라운 이야기를 꾸밀 수 있고 특별히 권선징악의 교훈을 담지 않더라도 훌륭한 동화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책이 로알드 달의 책이었다. 처음 접한 건 TV를 통해 아이와 함께 본 영화였는데 곧 원서가 있고 번역서로도 여러 권의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구입해서 아이와 함께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로알드 달의 책을 읽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고 즐거운 것은 바로 "상상력"이다. 아무리 상상력이 뛰어난 아이들이라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을 것 같은 이야기를 만나는 즐거움은, 정말이지 꿈을 꾸거나 별나라에 다녀온 듯한 느낌이니, 얼마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인지 절로 이해가 간다.

 

아주 오랫만에 로알드 달의 조금 색다른 책을 만났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은 대부분 장편이고 기-승-전-결에 따른 큰 흐름의 이야기가 있는 책이었다.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풍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이들도 그 이야기 속에 푹~ 빠져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책은, 우선 짧다. 옴니버스 형식처럼 여러 편의 이야기가 하나의 비슷한 흐름을 이룬다.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되어 있다. 제목에서처럼 이 책에는 그야말로 "무섭고 징그럽고 끔찍한 동물들" 이야기로 가득하다.

 

처음엔 좀 당황했다. 저학년용 동화책이라고 해도 이렇게 끔찍한 이야기를 들려줘도 되는 건지, 망설이게 될 정도로 무서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천히 다시 읽으며 생각해 보니 어쩌면 우리도 동물들에겐 그렇게 무섭고 징그럽고 끔찍한 존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작가도 그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는, 저학년 때의 공포심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데, 그런 것들은 상상력에서 비롯되지만, 결국 그것을 극복해 내는 힘도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부모에겐 조금 자극적으로 보이는 이 책은, 오히려 두려운 존재에 대해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하는 점이다.

 

둘째에게는 정말 다양한 책을 읽히려고 노력한다. 내가 마음대로 결정해서 고른 책들이 아이에게 편중된 독서 습관을 만들어줄까 걱정되어서이다. 스스로 좋아하는 분야를 찾고 조금씩 자신의 세계를 넓혀나갔으면 좋겠다. 그래서인지 둘째는 다양한 어휘와 표현을 사용하여 깜짝 놀래키기도 한다. 아직 로알드 달의 책은 조금 무서워하지만 곧 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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