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알드 달의 무섭고 징그럽고 끔찍한 동물들 담푸스 어린이 7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천미나 옮김 / 담푸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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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에는 아이들에게 강조되는 하나의 교훈이 있었다. 바로 "권선징악". 언제나 나쁜 악당은 나쁜 결과를 얻고 쫓겨나거나 피해를 입었고 착한 주인공은 결국 성공하거나 좋은 결과를 얻어 나쁜 짓은 하지 말라는 의미를 지닌 책과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간혹 그렇지 않은 내용을 담은 것들은 부모님에 의해 배제되었기 때문에 꿈도 꾸지 못했던 내용이다. 나중에 큰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다양한 그림책과 동화책을 접하게 되면서 나 스스로가 무척 신기해하곤 했다.

 

단지 상상력만으로 놀라운 이야기를 꾸밀 수 있고 특별히 권선징악의 교훈을 담지 않더라도 훌륭한 동화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책이 로알드 달의 책이었다. 처음 접한 건 TV를 통해 아이와 함께 본 영화였는데 곧 원서가 있고 번역서로도 여러 권의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구입해서 아이와 함께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로알드 달의 책을 읽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고 즐거운 것은 바로 "상상력"이다. 아무리 상상력이 뛰어난 아이들이라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을 것 같은 이야기를 만나는 즐거움은, 정말이지 꿈을 꾸거나 별나라에 다녀온 듯한 느낌이니, 얼마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인지 절로 이해가 간다.

 

아주 오랫만에 로알드 달의 조금 색다른 책을 만났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은 대부분 장편이고 기-승-전-결에 따른 큰 흐름의 이야기가 있는 책이었다.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풍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이들도 그 이야기 속에 푹~ 빠져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책은, 우선 짧다. 옴니버스 형식처럼 여러 편의 이야기가 하나의 비슷한 흐름을 이룬다.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되어 있다. 제목에서처럼 이 책에는 그야말로 "무섭고 징그럽고 끔찍한 동물들" 이야기로 가득하다.

 

처음엔 좀 당황했다. 저학년용 동화책이라고 해도 이렇게 끔찍한 이야기를 들려줘도 되는 건지, 망설이게 될 정도로 무서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천히 다시 읽으며 생각해 보니 어쩌면 우리도 동물들에겐 그렇게 무섭고 징그럽고 끔찍한 존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작가도 그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는, 저학년 때의 공포심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데, 그런 것들은 상상력에서 비롯되지만, 결국 그것을 극복해 내는 힘도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부모에겐 조금 자극적으로 보이는 이 책은, 오히려 두려운 존재에 대해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하는 점이다.

 

둘째에게는 정말 다양한 책을 읽히려고 노력한다. 내가 마음대로 결정해서 고른 책들이 아이에게 편중된 독서 습관을 만들어줄까 걱정되어서이다. 스스로 좋아하는 분야를 찾고 조금씩 자신의 세계를 넓혀나갔으면 좋겠다. 그래서인지 둘째는 다양한 어휘와 표현을 사용하여 깜짝 놀래키기도 한다. 아직 로알드 달의 책은 조금 무서워하지만 곧 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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