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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 ㅣ 킬러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해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평점 :
이사카 코타로는 워낙 많은 베스트셀러와 영화화 된 작품들로 인해 인정받은 작가이다. 나 또한 유명한 작가 이름에 한 권씩 손에 잡고 읽기
시작했고 작품 출간 시기와 장, 단편에 상관없이 읽을 때마다 달라지는 느낌과 흡인력에 어느새 꼭 찾아 읽는 작가가 되었다. <AX>는
이사카 코타로의 킬러 시리즈 작품 중 세 번째 작품이다.
"풍뎅이"라는 킬러가 있다. 완벽한 감정 통제와 나이조차 알 수 없는 로봇 같은 의사 매니저로부터 살인 청부를 의뢰 받아 깨끗이 처리하는
완벽한 킬러. 하지만 이 킬러가 무서워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풍뎅이의 아내이다. 아내의 표정, 미세한 몸짓, 말 한 마디에 긴장하고, 할
말을 잃고, 어찌할 줄을 모른다. 문방구 영업 사원이며 가정이 있는 밝은 세계와 혼자로, 외로운 어두운 세계의 풍뎅이가 존재한다. 어두운 세계의
풍뎅이는 무척이나 빈틈이 없고 완벽하지만 밝은 세계의 미야케는 어딘가 어수룩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힘들다. 이 양면성을 이사카 코타로는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일처리 후 밤 늦은 귀가를 하고 아내를 깨울까봐 조심조심, 야식은 언제나 소리나지 않는 어육 소시지로 해결하는 이 풍뎅이에게 독자는 저절로
호감이 가고, 응원하게 된다. 무엇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조금씩 의문을 품고, 아무런 감정 없이 일처리 하는 자신이 어딘가 잘못됐음을,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결단을 내리는 장면에서는 저절로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소설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흐른다.
킬러 시리즈 중 몇 달 전 <그래스호퍼>를 읽고 그때도 놀라움과 짜릿함, 감동을 한꺼번에 느꼈다. 항상 다양한 작품을 내놓는
이사카 코타로가 또 조금 다른 작품을 내놓은 줄 알았는데, 킬러 시리즈 중 한 권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또 새로운 느낌이 든다. 어떻게
이렇게나 다양한 킬러들의 세계를 묘사할 수 있는지 그 부분도 무척 흥미롭다.
킬러에게도 가족은 존재한다. 그 가족을 지키기 위해 킬러 또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좋은 일과 나쁜 일, 악한 일과 착한 일은 함부로
말하지 않으면서 "공정함" 만은 지켜져야 한다는 풍뎅이의 주장이 은근 이해되는 건 역시 작가의 뛰어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당신 아버님은, 당신의 아버지였습니다. 그냥 그뿐이에요."...363P
아직 킬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는데, 꼭 기회를 만들어 읽어봐야겠다.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은 그저 재미있고 즐기기 위한
독서라기 보다 한 번쯤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작품 같다.